등록 : 2019.11.28 19:01
수정 : 2019.11.29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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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회에서 ‘한중 관계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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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회에서 ‘한중 관계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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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28일 국회 강연에서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여러분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한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참석 의원의 발언에 대한 답변 형식이었다는데, 외교사절이 주재국에 이런 식의 협박성 발언을 해도 되는 건지 불쾌하기 짝이 없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력 조약 파기 이후 중국을 겨냥해 동북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추진할 가능성에 중국이 경계심을 갖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미국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그러나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 국회의원들 앞에서 대놓고 보복조처를 뜻하는 “후과”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미국의 미사일 배치는 아직 한-미 간에 구체화하지도 않은 미래의 사안이 아닌가.
중국은 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 한반도 배치 이후, 한국을 겨냥해 다양한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 추 대사가 말한 “여러분도 상상할 수 있는 후과”라는 게 이런 식의 치졸한 보복을 가리키는 것임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추 대사는 “한국 정부가 충분한 정치적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도 했다. 외교관이 주재국을 상대로 ‘으르고 달래는’ 발언을 하는 걸 한국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아무리 자국의 ‘안보상 우려’가 중요하더라도 그 문제를 주변국에 전달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식엔 지켜야 할 외교 규범이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2월4일 사드 배치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제 사드 갈등을 풀고 관계 개선을 이루자는 뜻일 것이다. 이런 시기에 추궈훙 대사의 고압적 발언은 한-중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걸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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