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8 19:49
수정 : 2019.11.29 02:42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16개대 정시 40%, 자소서·비교과 폐지
‘국영수·수능’ 위주로 교실황폐화 우려
기회균형 긍정적…수업·평가혁신 시급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결국 정부가 16개 대학에 대해 ‘정시 40% 이상’ 카드를 꺼냈다. 일부 대학에 국한돼 있다곤 하나, 수시에서 못 채워 넘어오는 정원까지 고려하면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서 수능 비중이 절반 안팎이 된다.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해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을 의무화하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측면이 많지만, 현실적 관심이 ‘수능-학종 선택’으로 쏠린 상황에서 이번 발표가 학교 현장에 다시 ‘수능과 국영수 위주’라는 신호로 작동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정 제도가 정답일 수 없지만, 반복되는 ‘땜질’ 개선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28일 유은혜 부총리가 직접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정규교육과정 아닌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고교프로파일 폐지(학종 개선 방안) △서울 소재 16개 대학 수능 위주 전형 40% 이상 확대, 논술 위주 전형과 특기자 전형 폐지 유도(대입전형 비율 조정)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 10% 이상 의무화 등(불평등 해소를 위한 기회전형 확대)을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교육불평등 해소책으론 한계가 있고 우려되는 지점도 많다. 우선 ‘고교등급제’ 통로가 될 수 있는 고교프로파일을 폐지하고 대학에 평가기준 공개를 의무화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2024학년도부터 학종에서 자소서나 비교과활동, 독서활동까지 아예 없앤다는 데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래 놓고 ‘점수’가 아닌 ‘다양한 잠재력’을 평가하겠다는 원래 취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준을 엄격히 하고 부정에 대한 처벌부터 강화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16개 대학 정시비율 확대의 경우 ‘수능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높은 현실을 반영한 선택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난해 힘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시 30% 이상 확대’가 결정됐기에, ‘번복’ ‘혼란 가중’이란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수능이 학종보다 계층 상관도가 더 높다는 지적도 있는데다, 무엇보다 학교가 다시 ‘수능 문제풀이’로 치달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을 10%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수도권 대학에 지역균형선발을 10% 이상으로 권고하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인 방향에도 불구하고 현재 평균치를 고려할 때 목표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커진 교육불평등 현실에 대한 분노를 대입제도 변경만으로 해소할 순 없다. 교육계 시각과 달리, 실제 국민들은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느끼는 현실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제기된 문제들을 종합 나열한 ‘절충안’ 같은 이번 발표는 아쉽다. 강남 쏠림, 사교육 폭증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종의 수능최저기준 폐지 등 보완책을 검토하기 바란다. 고교서열 폐지, 고교학점제 등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근본적으론 학교에 대한 신뢰 없이는 어떤 전형이든 공정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수업과 평가 혁신, 교원의 자질을 끌어올릴 방안이 절실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