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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5 18:38 수정 : 2019.12.06 02:38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춘추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춘추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울산시장 비리 ‘하명수사’ 여부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해명에 나섰으나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 과연 청와대가 이 사안의 엄중함을 제대로 알고 조사를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이 사건 제보 경위와 문건 이첩 경위를 조사한 결과 ‘청와대 행정관이 외부에서 제보된 내용을 일부 편집해 요약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숨진 백아무개 전 특별감찰반원이 울산에 간 것은 집권 2년차를 맞아 기관 간 이해충돌 실태 점검을 위한 것이라며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 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나 외부 제보자가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명의 신뢰성조차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 발표 직후 송 부시장이 언론에 실명으로 나서는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원 공개나 추가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핵심 구실을 한 사실은 빼놓은 채 ‘정당 소속이 아니’라는 등 오해를 사는 설명을 했다. 더구나 송 부시장과 행정관 사이에 누가 먼저 전화했는지를 놓고도 여전히 주장이 엇갈린다. 송 부시장이 5일 회견에 나서 “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제보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양심을 건다’는 것 이상의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송 부시장의 설명대로 청와대 제보 전인 2016년 건설업자 김아무개씨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고발해 지역 언론에 공개된 상태여서, 제보가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청와대 쪽은 숨진 백아무개 전 감찰반원이 제보 수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데 해명의 초점을 두었는지도 모른다. 설사 그렇다 해도 청와대의 해명은 의혹을 씻기엔 한참이나 부족했다. 청와대가 지방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경찰에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며 ‘선거공작’이란 주장까지 나오는 판에 이런 식의 청와대의 안이한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는 2017~18년 ‘울산 사건’을 둘러싸고 당시 민정수석실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고 어떤 조처를 했는지 다시 조사해 국민 앞에 밝히는 게 필요하다. 당시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지금 대응으로는 갈수록 커지는 의구심을 잠재울 수 없음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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