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2 17:09
수정 : 2019.12.2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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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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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강경 행동’ 임박한 시점서 열려
북-미 ‘대결’을 ‘대화’로 바꿔내는 계기로
15개월만 한-일 회담, 관계복원 발판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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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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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국을 방문해 한-중, 한-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연다. 또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한반도 정세가 위급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열리는 한-중, 한-일 정상회담은 모두 중요한 의미를 띤다. 한-중 정상회담에선 당장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막는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에선 일본 무역규제와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 해결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두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기류를 ‘대결’에서 ‘대화’로 바꾸고, 한-일 관계 복원의 기반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매우 심상치가 않다. 북한이 연말 또는 연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당국자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고 보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말엔 미군의 주력 정찰기인 리벳 조인트(RC-135W)가 한반도 상공을 정찰비행했다고 한다. ‘성탄 선물’과 ‘연말 시한’을 강조하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하면, 미국은 더욱 강력한 경제 제재로 대응할 게 분명하다. 이런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 고리를 미리 차단하는 역할을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해야 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20일(워싱턴 시각) 전화통화를 하고,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려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강경 행동을 자제하는 게 당장 절실하다. 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구체적이고 유연한 대책을 미국도 내놓아야 한다.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주변국들 가운데 그래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가 중국이다. 한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공유하고 ‘대화와 협상’을 함께 촉구하는 건 의미가 크다.
24일 청두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은 1년3개월 만에 여는 공식 회담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부간 대화가 오랫동안 단절되고 역사인식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기에, 이번 정상회담으로 두 나라 관계가 정상화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웃한 나라’로서 한국과 일본 모두 관계 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신뢰의 회복을 이루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회담의 가치가 있다.
일본 정부는 20일 수출규제 대상 중 하나인 반도체 포토레지스트를 개별 수출허가 품목에서 특정포괄허가 품목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약간의 ‘성의 표시’인 셈인데, 턱없이 부족한 조처다. 그래도 아베 정부의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비롯한 갈등을 단기간에 풀기는 어려운 만큼, 이런 작은 변화를 토대로 대화의 폭을 넓혀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한-일 관계 개선은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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