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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31 17:50 수정 : 2020.01.01 02:37

‘공직선거법’ 개정안 투표가 예정된 12월27일 국회 본회의장의 문희상 국회의장석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도외시한 ‘극한 대결’ 끝내야
‘제도와 상식의 틀’ 안에서 경쟁을
4월 총선 ‘민심’ 따르는 정치 펴야

‘공직선거법’ 개정안 투표가 예정된 12월27일 국회 본회의장의 문희상 국회의장석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하고 위태로운 상황은 가시질 않는다. 검찰 권력을 견제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23년 만에 입법됐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총사퇴’ 결의로 지난해의 극한 대립은 고스란히 새해로 넘겨졌다. 북한은 31일까지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나흘째 이어가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이후 ‘새로운 길’의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만 일시적일 뿐, 두 패권국가의 갈등 속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어려움을 슬기롭게 뛰어넘으려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극한적인 대립과 반목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활력이 넘치는 경제’를 향해 함께 손잡고 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물론,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과 정치적 지향의 차이를 덮을 수는 없다. 때론 치열한 토론과 격렬한 싸움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런 대결은 제도와 상식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항상 국민을 중심에 두고 그 뜻에 따라 방향을 정하려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한 극한 대결은 우리 사회가 한걸음 앞으로 전진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특히 올해 4월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린다.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이번 총선은 대북 정책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받고, 공수처법 등 ‘개혁입법’의 지지 여부를 묻는 중요한 장이 될 것이다. 민심은 선거의 투표함을 통해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여야 정당은 첨예한 쟁점에서 의원직 사퇴와 같은 극한적 방식이 아니라, 호소와 설득을 통해 총선에서 국민 지지를 얻음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타당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 정치권 모두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민이 요구하는 바를 정책화하고 입법으로 부응해야 한다.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격렬한 충돌과 오랜 대립은 국민의 정치 불신, 정당 불신을 더욱 심하게 했다. 4월 총선은 불완전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접목한 선거제도로 치르는 첫 선거다. 작은 정당들의 의회 진출 문이 좀더 넓어짐에 따라 우리 사회 다양한 의견이 국회에 반영될 여지가 커졌다. 그렇게 구성되는 새 국회는 거대 정당의 타협 없는 대치라는 기존 모습에서 벗어나, 타협의 정치가 살아 숨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통합과 타협의 정치를 이루려면 대통령과 청와대부터 야당에 손을 내밀고 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했듯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삼아 수시로 만나고, 지지 여부에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는” 게 절실한 시점이라고 본다.

새해,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은 살림살이가 지난해보다 조금은 더 나아질까 하는 점일 터이다. 경제 활력을 되찾고 민생 안정을 꾀할 1차적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지만, 여야 정치권이 이 문제에서만큼은 힘을 모으는 게 필요하리라 본다.

우선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성장 궤도로 진입하는 일이 과제다. 잠재성장률을 한참 밑도는 2% 안팎(2019년 추정치)의 저성장 기조가 오래 이어질 경우, 국민의 삶은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 방향으로 투자 활성화를 통한 성장률 반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이런 까닭일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식 성장 틀로 회귀해 경기 반등에만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 체질 개선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민생 안정을 위해선 특히 집값 안정이 필수다. 집값 급등은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칠 뿐 아니라 불로소득 증가로 이어져 경제의 건강성을 해친다. 집값 불안을 막을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통해 전월세 시장 안정에 각별히 신경쓰길 바란다. 경기 진작, 개혁 조처, 부동산 대책 같은 경제 정책은 대개 입법으로 뒷받침돼야 추진력을 얻는다. 적어도 민생 문제에서만큼은 여야 대립을 넘어서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그래야만 미-중 무역갈등 완화, 반도체 경기 반등세로 대표되는 대내외 여건의 호조를 기회로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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