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병기 구속영장 기각, ‘검찰 수사’ 의문 커져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의 비리를 처음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법원은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의 비리를 처음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법원은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과 함께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2월31일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 부시장 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인 박기성 당시 비서실장의 비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처음 제보했고, 청와대 인사들과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선거전략·공약을 논의했다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수사를 지시하고,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는 등 선거에 적극 개입했다는 밑그림을 그려왔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도 여럿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명재권 판사는 “주요 범죄 성격, 피의자와 해당 공무원의 공모에 대한 소명 정도, 다른 관련자에 대한 수사 진행 경과 등을 고려했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지만, 과도하고 부실한 수사로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검찰은 울산지검이 1년8개월 동안 수사해온 사건을 갑자기 서울로 가져와, 그 동기부터 의심을 샀다.

물론 ‘청와대 하명 수사 선거개입 의혹’은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 다만, 수사는 증거에 따라서 엄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타깃으로 하거나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했다는 의구심이 많다는 걸 검찰은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