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2 20:52
수정 : 2020.01.03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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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9일 윤종원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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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9일 윤종원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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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새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장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중소기업은행법에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지난 한달여 동안 기업은행장 임명 문제를 놓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애초 윤 전 수석에 앞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려 했다. 그러나 기업은행 노조뿐 아니라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들까지 “금융 전문성이 없는 부적격 인사”라고 반대하자 포기하고, ‘금융 경험’이 있는 윤 전 수석으로 바꿨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퇴직한 청와대 수석들의 재취업 자리냐”는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더 확산됐다. 금융노조,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지난 3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윤 전 수석의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3%를 보유한 국책은행이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마음대로 은행장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이기에 앞서 상장기업이기 때문이다.
7년 전인 2013년 박근혜 정부가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려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성명을 내어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과 같다”며 “관치금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또다시 금융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반대했다. 또 2016년 박근혜 정부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려 했을 때도 민주당은 ‘낙하산 방지법’을 추진하는 등 반대에 나섰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두번 다 포기했다. 이런 마당에 문재인 정부가 전직 청와대 수석을 기업은행장에 앉혔으니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렇다고 반드시 내부 출신 인사를 은행장에 임명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부 출신이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개혁의 무풍지대로 만든 사례도 적지 않다.
내부냐 외부냐를 떠나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를 임명하려면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절차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위 산하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2017년 기업은행에 독립적인 임원추천위원회를 만들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가 따르지 않아 말 그대로 ‘권고’로 끝났다. 정부는 이제라도 은행장 선출 방식을 개선해 더는 낙하산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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