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규정·기준 제도화 필요
국회 윤리위가 군사기밀 누설을 이유로 박진·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기밀보호와 국민의 알권리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리위의 결정은 국회의원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인 정문헌 의원도 이날 자신의 질의 내용에 대해 “언론이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다뤄, 다 알려진 내용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다시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면서, 윤리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런 주장이 아니더라도, 국회법의 규정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현행 국회법 제54조2항은 “정보위의 위원 및 소속공무원은 직무수행상 알게 된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을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 외에 기밀을 자주 다루는 국방위나 통외통위 등에 대해서는 기밀유지 조항이 따로 없고, 기밀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판단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논란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90년대 초반까지 알권리와 기밀누설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했으나, 95년 미 하원의사규칙 제23조 의원윤리 조항에 기밀정보에 관한 내용을 새로 넣으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이 조항에 따라 의원들은 기밀정보를 접할 때 반드시 기밀정보 준수를 선서해야 하며, 선서문은 의원의 서명을 받아 공식문서로 보존한다. 이와 관련해 하원 윤리위는 “의원이 재임 중 얻게 되는 모든 기밀정보를 준수해야 한다”고 못박아두고 있다. 또 의원이 자신이 얻은 정보가 기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민감한 정보라고 판단될 경우에는 사전에 하원 정보위나 관련 위원회에 묻도록 하는, ‘예방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다. 서복경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은 “현재 우리 국회법에는 기밀누설과 관련된 징계 사안에 대해 그 문제가 기밀에 해당하는가 아닌가를 어디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윤리위가 기밀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보위의 판단을 묻는 절차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