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이 1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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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대표 사퇴이어 이 의장 “책임지겠다”
중진들, 4월 전대까지 공백 우려 만류
비대위 구성등서 당권투쟁 격화 전망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법안 처리에 낙제점을 받으면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1일 새벽 사퇴했고,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상임중앙위원들도 총사퇴를 적극검토하고 있어, 권력공백 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 안팎의 기류를 종합하면, 이부영 의장이 개인적으로 사퇴 쪽으로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장선 의장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들은 모두 “이 의장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주말을 보내면서, 김덕규·임채정·배기선·유인태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원내대표가 사퇴한 마당에 의장까지 사퇴해버리면 지도부 공백상태가 온다”며 사퇴를 만류하고 있어, 선뜻 사표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은 “2004년 국회가 끝나고 2005년에 새로이 지도체제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전당대회를 넉달이나 남겨두고 있어 부작용이 크지 않겠나 하는 걱정 때문에 해답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4월 전당대회 때까지 현 지도체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열성당원들이 보안법 논란과 관련해 이 의장의 정체성을 문제삼으며 날선 공격을 시작하고 있고, 초선 중심의 강경파 의원들도 가만 있지 않을 분위기다. 이 의장이 사퇴할 경우에는 이미경·김혁규·한명숙 의원 등 상임중앙위원들도 동반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당헌상 선출직 상임중앙위원 과반수가 사퇴할 경우는 의장직이 승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열린우리당 선출직 상임중앙위원 5명 가운데 정동영·신기남·김정길 상임중앙위원은 이미 사퇴해, 이부영·이미경 두 사람만 남아있는 상태다. 남은 길은 중앙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방법 뿐이다. 일부에서는 개혁 성향의 중앙위원들이 지나치게 선명한 인사들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의장의 사퇴는 본격적인 당권투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4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원칙론자와 현실론자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이 패여, 향후 새 지도부 구성과정에서 경쟁이 격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4대 개혁법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시각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온건파인 안영근 의원은 “국가보안법 처리가 무산된 것은 이 의장의 책임이 아니라, 대체입법에 동의했다가 의총에서 이를 바꾼 원내대표단의 문제”라고 말하는 데 반해, 강경파인 정봉주 의원은 “당론 관철에 혼선을 빚은 데는 이 의장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당내 양대 축으로 분류되는 재야파와 당권파가 뚜렷한 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어서, 당권투쟁은 더욱 어지럽게 번질 가능성이 높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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