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전면 당직개편을 통해 당 장악력을 강화하면서, 박 대표와 함께 차기 대통령후보 경쟁자로 꼽히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주변에서는 박 대표의 친정체제 강화를 계기로 당내 차기 대선경쟁이 조기에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이나 손 지사 쪽은 이날 당직 개편에 대해 “당의 일상적인 일인만큼 개의할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 사당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정치 전체를 얘기하지, 한나라당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이번 당직 개편에 크게 의미들 두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한나라당에 아직 계보가 없지 않으냐”며 “당직을 가졌다고 박 대표 계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이나 뚝섬 서울파크 건설 사업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올 상반기까지는 당내 정치 보다는 역점 사업 마무리에 주력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오는 5∼6월이면 청계천에 물이 흐르게 되고, 5월엔 뉴욕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뚝섬 서울파크가 문을 연다”며 “당 조직을 다지는 일 등은 그 이후에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는 5월까지 이들 대형 사업을 통해 대중적 관심을 끌어모은 뒤, 중앙정치 무대에 오르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 시장 쪽은 물밑에서 당과의 연계 강화도 시도하고 있다. 당장 교체설이 나오는 서울시 정무부시장 후임에 당쪽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최근엔 이회창 전 총재 쪽 사람들도 접촉해 영입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연말 “당 주도세력 교체”를 주장하며 부쩍 정치행보를 강화하기 시작한 손학규 지사도 기반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손 지사 쪽은 우선 박 대표나 이 시장에 견줘 열세인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12일부터 시작되는 10여일 간의 유럽순방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언론매체 출연 등 대중 접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손 지사는 연초에 이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 등을 잇따라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손 지사 역시 허약한 당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미 부산시당의 정책통과 전 중앙당 기조국장을 경기도로 영입하는 등 이 시장과 ‘당직자 영입’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특히 손 지사는 이번 당직개편에 참여하지 않은 소장파들과 지난 연말 별도로 만나 당의 진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과의 밀착 가능성이 당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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