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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18:39 수정 : 2005.01.12 18:39

정부안 확정되면

공정거래법의 출자총액 규제 관련 조항이 뼈대만 남을 위기에 놓였다. 이 법의 시행령 개정 논의 과정에서 재계와 일부 관계부처 입김에 휘둘려 출자총액 규제의 기본 취지와 실효성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협의 중인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주요 개정사항’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눌 수 있다. 출자총액 규제를 지배구조 개선과 연계해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과, 예외인정 및 적용제외 조항을 고쳐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출자총액 규제를 받는 기업집단이 대폭 줄어들어, 계열사 돈을 동원한 문어발식 기업확장에 대한 제동장치가 거의 없어진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여당이 검토하고 있는 몇가지 출자총액제한 졸업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17개 기업집단으로 되어 있는 출자총액 규제대상이 7~8개 재벌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소그룹 전문화에 따른 졸업기준과, 지배주주의 소유지분율과 의결권 지분율의 괴리도 축소에 따른 졸업기준만 적용하더라도 출자총액 규제를 받는 기업집단이 삼성, 현대기아차, 에스케이, 롯데, 한화, 금호, 두산, 현대그룹 등 8개로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안은 ‘총수의 소유지분율과 의결권 지분율의 차이가 25% 이하이고, 의결권 승수가 3배 이하인 경우 출자총액 제한 기업집단으로부터 제외’한다고 되어 있으나, 재정경제부 등은 ‘괴리도와 승수요건 가운데 한 가지 요건 충족시’로 완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즉 ‘~이고’를 ‘~이거나’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렇게 바꾸면 출자총액 제한을 받는 기업집단은 현대기아차, 에스케이, 두산, 한화 등 4개 재벌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개별기업에 적용하는 ‘내부견제시스템 구비요건’에 따른 졸업도 출자총액 규제의 구멍을 크게 넓힐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안은 △집중투표제 도입 △서면투표제 도입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등과 같은 내부견제시스템을 갖춘 기업의 경우 소속그룹이 출자총액 제한 대상이더라도 졸업시켜주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런 내부견제시스템은 현행 증권거래법상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의 경우 대부분 이미 갖추고 있는 요건이다. 즉 주요 재벌의 주력계열사들은 이런 졸업요건을 형식적으로 맞춘 다음 출자총액 규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김선웅(변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재벌시스템 자체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인 지배구조만 바꾼다고 해서 재벌의 문제점이 해소되느냐”며 출자총액 규제 완화를 비판했다.

기업구조조정 관련 출자에 대한 예외인정을 부활시키겠다는 것도, 이미 광범위한 예외인정 조항이 마련돼 있는 상태에서 그 범위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출자총액 규제의 기반을 흔들 것으로 우려된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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