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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2 19:35 수정 : 2006.05.18 01:35

선진대안포럼

<선진대안포럼> 참여정부, 진보개혁세력의 고뇌<상>
[토론 주요내용]


홍성태=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개혁이 노무현 정부에게 부여됐던 과제이자 기대였다. 그러나 탄핵무산과 총선압승 등 굉장히 큰 전환점들이 있었음에도, 노무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지지자들은 지역적 기반을 통한 충성이 아니라, 개혁에 대한 순수한 정치적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배신당했다’고 느끼게 됐고, 이것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낮은 지지도로 이어졌다.

김호기=노무현 정부 3년에는 명암이 있다. 잘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균형발전정책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못한 것은 사회적 양극화가 확대됐다는 사실이다. 사회 통합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초이념적 통합을 이뤘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미흡했다.

“국민들은 사회개혁과 상생경제에 대한 기대가 배신당했다고 느낀다”
“양극화를 현 정권이 만들었다고 생각해 서민들이 지지 철회”

황인성= 참여정부는 민주개혁 과정에서 등장했다. 87년 이후 20년의 민주화 과정 자체가 대단히 타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현 정부가 민주화 과정의 마지막 세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가 민주적 이행과정에서 감당할 지위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작동했던 발전 모델이 해체되는 속에서, 사회를 민주화·합리화 하면서 새 발전모델과 새 체제로의 이행을 위한 기초를 놓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지역기반을 고려하지 않고 개혁을 진행했다. 광범위한 동의 기반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 체제를 기획하는 기초를 잡아가고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능하도록 전체 사회의 민주화, 투명화, 합리화, 시장개혁 등을 진행했고, 이제 그 성과가 가시화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는 구조적인 문제라서, 단순히 몇 가지 정책적 대응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만이 아니라 의회와 시민사회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박원순=노무현 정부의 문제는 과거 성장주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대안적 이데올로기를 창출하는 시기를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개발지상주의가 여전히 극성이고 환경은 새 가치가 되고 있지 못하다. 정책 실행 과정의 문제도 있다. 예컨데 국가보안법, 사학법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너무 많은 저항과 반대를 초래해 좌초되기도 했다. 이는 민주적·통합적인 리더십의 문제일 수 있다.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단계에서 어떤 수순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임지봉=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자유민주 헌정체제의 근본인 삼권분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기관을 ‘권력의 시녀’로 거느리려 하지도 않았다. 그런 점에서 탈권위주의에 일정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기본권 보장의 면에서 보면, 자유 확대를 위해 많은 법안들을 쏟아냈지만 밀고 나가는 뚝심이 부족했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보안법 폐지의 포기다. 또 법이나 제도를 만들면서 국민들의 뜻을 직접 묻는 데 취약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았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는 적극적인 국민 여론 수렴을 통해 이뤄졌어야 했다.

김호기=세계화 시대에 중도 개혁 정부는 딜레마에 처할 수밖에 없다. 세계화는 사회적 양극화를 강화함으로써 중도개혁 내지 진보 세력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지만, 진보개혁세력은 세계화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노무현 정부 역시 이런 조건 아래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

손호철=과거사 청산과 관련된 3김 정치의 청산 등은 노무현 정권이 잘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민주개혁의 완성은 크게 부족했다. 노무현 정부는 최초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자유주의 정권으로 약체 정부만은 아니었는데 사회 통합적 리더십이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전투적 리더십으로 민주개혁을 좌초시켜 왔다. 노무현 정부는 아직도 김대중 정부가 채택한 신자유주의 모델을 답습하고 있고 그 결과가 사회적 양극화다. 지역균형발전의 경우 신자유주의와 개발주의를 기본 틀로 하고 있어 좋게 봐줘야 분권적 개발주의, 분권적 신자유주의다. 결국 지역정치인·지역토호만을 위한 균형발전으로 가면서, 시민은 실종됐고 시민을 위한 발전모델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안적 발전모델 제시가 노무현 정부의 중심적 과제여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레임덕이 다가온 지금에 와서야 복지국가 문제 등을 제기했는데, 때늦은 감이 있다.

황인성= 옛 성장 동력은 힘을 상실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어디서 발견할 것인가, 이를 배양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시스템은 무엇인지가 중요한 질문이다. 정부는 10대 성장산업을 선정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혁신주도형 균형발전 전략이다. 정치시스템에 있어서는 여전히 민주적 정당체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 이를 혁파해 나가야 한다. 경제적으로 보면, 새 성장 동력과 복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 노력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재정정책에서도 변화가 증대되어 왔다.

강원택=대통령 지지율이 20%인 상황에서는 어떤 일도 추진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가 야당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요한 의제가 있으면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려 애쓰고 대중적인 지지가 높은 의제로 의회를 압박한다. 처음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따라올 사람은 따라와라’, 이런 식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의제라고 해도 실천적인 힘이 없었다. 그 결과 양극화 해소 정책의 수혜자가 정작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적 소통 또는 설득의 과정에서 왜곡과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무 기능의 실종도 문제다. 미국 대통령제에선 당정 분리가 옳겠지만, 한국은 순수대통령제와는 달리 오랫동안 정당정부적 특징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당정 분리에 대한 교과서적인 몰이해가 탈권위 이후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 데 부정적 영향을 줬고, 그 결과 좋은 의제가 있다 해도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손호철= 양극화 해소 정책의 수혜자인 서민들이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양극화 현상 자체를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병주고 약준다’고 생각한다.

황인성=소통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중요하다. 시민사회의 담론이라든가 정치권의 행태라든가 이런 것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탈권위 시대 새로운 권위의 내용과 형식이 정착되는 건데, 그런 부분을 효과적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박원순=청와대나 정부가 ‘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야당이나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참여에는 시민사회와 시민을 매개하는 집단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 사학법이나 국가보안법에 관련된 것들을 봐도, 국회의 공식적 결정기구 외에도 다양한 경로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김호기=김대중 정부 초기(1998~99) 정부 발의 법률안의 국회 가결률은 79%였지만, 노무현 정부 초기(2003~2004) 그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정부가 좋은 법안을 내놓아도 야당이 반대로 일관하니까, 국회가 과도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는 다시 정부의 정책집행능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필요한 것이 정치적 리더십이다.

홍성태=권위를 둘러싼 논란이 많지만, 실제 내용은 정치, 정책의 문제로 귀결된다. 민주적 권위는 올바른 정치의 구현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점에서 심각한 ‘기대의 배신’이 발생했다. 국민들은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의 심화에 대한 기대, 경제적으로는 공평한 상생경제에 대한 기대가 모두 배신당했다고 느낀다.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선 민주-반민주의 구도가 해체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총선 이후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에 맞서 싸울 것으로 기대됐던 열린우리당이 오히려 이와 야합, 타협하는 행태를 보여줬다. 이 때문에 사회개혁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고, 고도성장 이후 사회의 모색이 제대로 깊어지지 못했다.

강원택= 집권 4년차에 들어서면, 중요한 정책들이 현 정부 이후에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는 국가적 의제가 정파적 의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기 대선을 위한 것이라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양극화 해소의 구체적인 추진력을 갖기가 대단히 어렵다. 국가적 의제에 대한 지지세력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집단의 재화를 뺏어 나눠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이 이로부터 득을 본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누가 정권을 갖더라도,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호철= 중요한 의제인 양극화가 임기 말에 거론됐기 때문에 정권적 의제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논쟁이 일어나자 ‘꼬리내리는 식’이 된 것도 문제다. 그러면 단순히 선거용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시민사회와 개혁·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세력에게 양극화 해소를 비롯한 사회개혁을 어떻게 압박하느냐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리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토론 참석자 프로필= △강원택숭실대 교수(정치학), <한국의 개혁과 민주주의> 저자 △ 김호기연세대 교수(사회학), 참여사회연구소 편집위원 △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 △ 손호철서강대 교수(정치학), <진보평론> 공동대표 △ 임지봉건국대 교수(법학), 전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 △ 홍성태상지대 교수(사회학),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 황인성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전 의문사진상규명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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