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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3 20:17 수정 : 2006.02.13 20:17

선진대안포럼이 지난 1월31일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참여정부, 진보세력의 고뇌’ 주제로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강원택 숭실대 교수, 홍성태 상지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황인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임지봉 건국대 교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선진대안포럼> 참여정부, 진보개혁세력의 고뇌<상> [토론 주요내용]


(‘상편’에서 이어짐)

김호기= 선진대안포럼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지난 18년 동안의 민주화를 확산·심화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데 있다. 진보개혁세력의 현주소로부터 시작해 ‘포스트 노무현 체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강원택= 부패청산 등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의제를 내놓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이제 이런 문제들은 ‘제도’를 통해 일차적으로 마무리됐다. 과거 청산의 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 체제에 대한 전망을 던질 때가 됐다. 이젠 도덕성을 바탕으로 과거를 교정하는 차원을 넘어, 통치 가능한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김호기= 이라크 파병,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에 대해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진보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제 막 시작됐다.

홍성태=진보진영은 지금까지 주로 민주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젠 고도성장도 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 민주화의 과제는 고도성장의 결과를 활용해 경제 및 사회를 재구조화하고 복지사회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심화돼야 한다.

박원순=정부만 탓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은 자기 역할을 다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단순한 반대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전망과 정책들을 어떻게 내놓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홍성태=전망을 제시하는 대안운동에서 더 구체적인 과제와 전략을 제시하는 정책운동으로 옮겨가야 한다. 핵심은 현재의 경제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2004년부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가 됐다. 반면 삶의 질은 세계 120위권도 안된다. 환경 관련 분야를 고려하면 이보다 더 열악하다. 경제력과 삶의 질 사이의 모순이 심각하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양극화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더 나은 사회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면서 우리가 현실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체험하도록 하자.

손호철=대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안이 없어서 운동의 위기가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안은 이미 존재해왔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 당시 진보진영은 일자리 나누기, 노동자 경영참여 등을 제시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가 갖는 ‘힘’의 변화다. 대안을 강제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의 부재가 더 중요한 문제다.

박원순=그렇지 않다고 본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준비하고 제시하는 쪽이 사회적 의제를 선점하고 사회적 힘을 얻는다. 진보 또는 개혁 세력을 보면, 그동안 명분과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구체적 대안을 만드는 데 소흘했다.

손호철= 1980~90년대에는 시민운동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90년대 이후 민주화 이후 정부가 훨씬 ‘구체적’이었다. 대안은 전망이나 시대정신이다. 구체적 정책능력을 대안이라고 하면 곤란하다. 80년대에 우리가 수구세력을 눌렀던 것은 구체적 정책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박원순=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지금은 큰 명분보다 구체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시대의 요구다.

김호기=문제는 대안의 실현 가능성과 국민적 설득력이다. 진보개혁 진영이 내거는 정책들의 실현 가능성과 국민적 설득력에 문제가 있다. 전통적 좌파는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했지만, 우리보다 조건이 좋은 다른 나라에서도 여기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국민이 보기에는 그 대안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여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의 하나는 역시 다른 국가들의 경험을 검토해 생산적으로 응용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한 복지정책, 교육 혁신을 통한 성장 잠재력 발굴, 노동과 자본 사이의 사회적 협약 체결 등 신사민주의 프로그램들을 눈여겨 봐야 한다.

홍성태=서구형 복지사회의 모델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별로 없었다. 낡은 세력의 저항에 주춤하고 타협해 버려서, 자꾸 문제가 커지고 있다.

김호기= 진보개혁세력의 또하나의 축인 민주노동당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손호철= 민주노동당은 중요한 성과를 거뒀지만 위기에 처해 있다. 대안적 진보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자유주의 해법을 넘어서는 부유세 도입 등 대안들을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를 살리지 못했고, 오히려 이 기회를 끌어안은 것은 한나라당이었다. 양극화에 따른 노무현 정부의 지지도 약화를 한나라당이 갖고 간 비극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문제다.

박원순= 상대적으로 과거 지향적이고 퇴행적인 정당들과 경쟁하면서도 국민들에게 민주노동당의 실체를 잘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노총 등도 명분을 잃고, 국민들에게 이익 집단화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홍성태= 지금은 노동운동의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노동운동이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익집단형 노동운동에서 사회개혁형 노동운동으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전교조,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노동운동의 세 중심조직에서 모두 지도부가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노동운동의 구조적 위기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노동운동의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운동은 아이디어와 정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는 노동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김호기= 진보개혁진영의 미래와 관련해 임기 2년을 남겨둔 노무현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임지봉= 직접 민주제적 요소를 과감히 헌법에 가미하는 전향적 개헌을 해 줄 것을 희망한다. 국민발안제를 헌법에 도입해 국민들이 법률이나 헌법의 개정안을 제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참여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강원택=남은 임기 동안, 논쟁의 중심이 될 정치적 의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개헌 문제를 대통령이 먼저 던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데다, 그 실현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한국의 정치발전 과정을 보면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어느 세력이 어떤 대안을 걸고 등장했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울분과 불만을 끌어내는 의제들이 있었지만, 이제 개혁·진보 진영은 자신의 정체성에 걸맞은 정책을 계발하고 그 실현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홍성태= 노 대통령이 양극화 현실과 정면으로 대결한다면 민주적 권위를 남긴 사람으로 남은 임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투자는 세계 10위의 경제력에 걸맞은 사회를 만들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갖추기 위한 ‘사회적 투자’다. 또한 삼성 엑스파일과 관련된 논의를 속히 진척시켜서 가능한 한 상반기 중에 그 공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박원순=노무현 정부는 일반 국민과 야당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민생의 다양한 문제보다는 정치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가적 의제조차 정략적으로 비치는 것은 그런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좀더 설득적인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손호철= 지금 당장은 실현하지 못한다 해도, 복지개혁을 시대적 화두로 만들어놓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대선과 차기 정권에서도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호기=2007년 대선은 우리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산업화 30년과 민주화 30년을 결산하는 해다. 좌든 우든 설득력 높은 투명한 대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해법은 사회적 타협 내지 협약에 있다고 생각한다. 타협은 자본과 노동, 성장과 환경, 남성과 여성, 중앙과 지방 등 여러 주체들 사이에서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타협의 새로운 틀, 새로운 기반을 남은 2년 동안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정리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에 지금까지 참여해주신 분들 (가나다순)

강원택(숭실대 교수), 고병권(수유+너머 공동대표), 김명인(인하대 교수·실행위원),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실행위원), 김호기(연세대 교수·실행위원), 박명림(연세대 교수·실행위원),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태균(서울대 교수·실행위원), 손호철(서강대 교수), 신정완(성공회대 교수), 양현아(서울대 교수·실행위원), 이일영(한신대 교수·실행위원), 임지봉(건국대 교수·실행위원), 조현연(성공회대 교수·실행위원), 조희연(성공회대 교수·실행위원), 황인성(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홍성태(상지대 교수·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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