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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3 19:26 수정 : 2006.02.24 13:57

[노무현 대통령 취임 3돌] 경제성적표


‘형님 잔치빚 떠안은 동생이 3년간 애면글면 고생하다 이제 겨우 한숨돌린 형국’

참여정부 3년의 경제성과를 요약하면 이렇게 비유할 수도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부터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성장’ 분야는 가계부채 후유증으로 민간소비가 극도로 위축돼 생산, 투자, 소비 등 ‘성장 3요소’가 일제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엘지카드, 에스케이글로벌 사태 등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겹쳐 시장 정상화에 급급했다. 이전 정부들이 소홀했던 ‘분배’ 분야는 참여정부가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다. 그러나 양극화의 거대한 흐름은 참여정부의 분배정책 성과를 덮어버릴만큼 더 컸다.

결국, 수치상으로 참여정부는 지난 3년동안 ‘성장’과 ‘분배’, 어느 토끼도 잡지 못했다. 이전 정부가 넘겨준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한 지금, 참여정부가 앞으로 남은 2년동안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저성장 책임, 누구 탓?=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참여정부 3년의 경제운용 방향’에 대해 “참여정부는 내수위축,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출범했지만, 무리한 (단기) 경기부양책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 입각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전 대선공약으로 △연평균 7% 성장률 △연간 50만개의 일자리 창출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성장률은 3년 내내 잠재성장률(5%)을 밑돌았고, 일자리는 3년간 모두 67만9천개로 ‘임기내 250만개’의 27%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 원인은 2001~2002년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200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민간소비와 이로 인한 내수위축은 성장률을 붙잡았고, 그나마 수출이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여 ‘외끌이 성장’이나마 가능했다. 이처럼 이전 정부가 지워준 ‘짐’은 저성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긴 하나, 그것만으로 저성장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면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분배악화는 누구 탓?=참여정부가 이전 정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 분야가 ‘분배 정책’이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끊임없이 주장했고, 실제로 재정지출 중 사회복지 지출 비중도 지난 97년(문민정부) 17.9%, 2002년(국민의 정부) 20.5%에 견줘 지난해(참여정부) 25.3%에 이를 정도로 사회안전망 확충에 신경을 써왔다. 기초생활 수급자 수도 지난 2002년 135만명에서 지난해 151만5천명으로 12%(같은 기간 인구증가율 1.2%) 늘었다. 참여정부 들어 조세·이전지출의 소득재분배 효과도 확대됐다. 조세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 2004년 조세·이전지출 등이 소득분배를 6.6% 정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에는 이 수치가 4.0%, 외환위기 때인 98년에는 2.6%에 불과해 정부의 양극화 해소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마치 바닷물에 터지는 둑을 몸으로 막아선 ‘네델란드 소년’ 같은 상황이다. 도시근로자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2002년 5.18에서 지난해 5.43까지 올랐다. 내수부진의 여파가 기업 구조조정, 영세자영업 침체 등 아랫쪽에서부터 물이 차올라오는 식으로 진행됐고, 집값·주가 상승 등 자산가격 상승률이 근로소득(임금) 증가율을 압도하면서 양극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남은 2년, 누구도 탓할 수 없다=일부 학자들 사이에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중 가장 훌륭한 것으로, 이전 정부와 달리 ‘단기 부양책’의 유혹을 떨친 것을 들기도 한다. 또 지난 3년간 짓눌러왔던 내수부진의 그림자도 서서히 걷히고 있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은 4.0%에 그쳤지만, 4분기 성장률은 잠재성장률(5.0%)을 넘는 5.2%를 기록했다. 지난 2003년 -1.2%, 2004년 -0.5% 등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민간소비도 지난해 4분기 4.6%에 이르는 등 정상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더이상 ‘이전 정부’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남은 기간동안 참여정부가 할 일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러한 경기회복의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면서도 그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정책을 좀더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문제 해결을 포함한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 등 향후 10~20년 뒤의 밑그림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시장을 얼마만큼 안정시키느냐도 중요한 숙제다. 지나친 ‘성장·분배 논쟁’으로 불필요한 힘의 낭비를 막는 것도 결국은 정부 책임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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