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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1 19:57 수정 : 2006.03.21 23:34

저 빈자리에 누가…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국무총리석이 비어 있는 상태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명숙 카드‘ 배경…이병완 실장 대화정치 강조
“일할 의욕 충분…국정 자신감서 나온 것” 해석도


노무현 대통령이 갈수록 나긋나긋해지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익히 보아오던 ‘정면돌파’는 어디로 사라지고, 주변 여건에 맞춰 몸을 굽히고 펴는 유연함이 부쩍 눈에 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21일 기자실에 들러 “이제는 참여정부가 항해일지를 점검하고 안전 항해로 가야 되는 시점”이라며 “그동안 쓰나미도 있었고 좌초도 있었으나, 앞으로는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안전 항해’라는 표현을 20번 가까이 사용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유난히 강조했다. 총리 인선의 1차적인 기준도 야당의 반대가 상대적으로 적은 후보임을 내비쳤다.

이 실장의 발언은 노 대통령의 최근 행동을 보면 한층 의미가 살아난다. 노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선선히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해찬 총리를 물러나게 했다. 야당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는 “청와대 철조망도 걷어냈는데, 이제는 마음도 개방하고 싶다”며 이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변화’는 한달전과도 아주 다른 분위기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 3돌을 맞아 가까운 참모들을 모아놓고 “임기 2년짜리 대통령에 새로 취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을 우려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만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달 26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발제문을 통해 “올해부터는 대통령 지지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정치적 논쟁을 유발할 새로운 과제는 피해야 한다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라며 양극화 해소에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 대통령의 이런 뜻과 달라보이는 이 실장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 참모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모두 달려들어도 시원찮을 판인데, 이 실장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라며 볼멘 소리를 하는 참도도 나왔고, “안전 항해는 총리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지, 대통령의 행보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선을 긋는 참모도 있었다. 노 대통령은 여전히 접시를 깨더라도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에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를 보면 노 대통령은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고자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노 대통령은 선거에 상당한 신경을 기울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을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도 정동영 의장의 천거와 함께, 표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을 했음직하다. 또 이 실장은 이날 “양극화 해소도 (한나라당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힘들지 않느냐, 일방적으로 돌파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의 불필요한 마찰은 최대한 줄여가겠다는 심산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변화에 대해 한 참모는 “지금까지는 쇄빙선처럼 얼음을 깨뜨리며 힘들게 왔다면, 앞으로는 항해가 순탄할 것이라는 전망과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경제위기, 새만금, 방폐장, 용산기지 이전 등 굵직굵직한 과제가 해결된 만큼, 앞으로는 극단적 상황으로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이라는 것이다.

여하튼 앞으로 우리 국민은 그동안의 모습과는 다른 대통령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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