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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8 19:41 수정 : 2006.08.08 19:45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왼쪽부터), 김근태 의장, 한명숙 국무총리,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8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첫 번째 고위 당·정·청 4인 모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민심 전달’ 실리 ‘인사권 존중’ 명분 주고 받아
감정 골 남고 여 ‘차별화 전략’ 등 지뢰 수두룩

인사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여권 오찬 간담회가 열린 지난 6일부터, 신임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발표된 8일까지는 겨우 사흘이었다. 이 사흘을 누구보다 길게 느낀 사람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고집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류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7일 저녁이었다.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문 전 수석이 장관직을 고사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김 의장은 “문재인씨는 정말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늘이 돕는 것 같다.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면 노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미안함 탓인지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김 의장이 청와대 오찬 모임을 연락받은 것은 이틀 전인 4일이었다. 그는 “만나서 판이 깨지면 끝장이다. 판을 깨려는 것이면 만나지 말자”고 역제의를 했다. 청와대에서는 “그래도 꼭 만나야 한다”고 했다. 6일 오전 비상대책위원들이 미리 만났다. 비장한 분위기에서 “문재인으로 가면 끝이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노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나오더라도 맞대응을 하지 말자고 다짐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태도는 뜻밖이었다. 말의 내용은 험악했지만 목소리의 톤은 낮았다.

오찬이 끝난 뒤, 당쪽 참석자들 대부분은 노 대통령이 문 전 수석을 장관에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고, 철저히 수그렸다. 언론에서는 ‘대통령 앞에만 가면 작아지는 여당’이라고 비판을 가했지만, 대응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모양새보다는 결과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8일 김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에 대해,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당이 전달한 민심의 흐름을 수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 표명으로 보고 적극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열린우리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내정자의 자질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검증하겠다”고 했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은 문 전 수석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본인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인사권 존중’이라는 명분과 ‘문재인 거부’라는 실리를 주고 받은 셈이다.

그렇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인사 갈등은 언제든지 또 터져 나올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나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수많은 법안이 모두 ‘뇌관’이 될 수 있다. 당분간 ‘지뢰밭’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레임덕을 늦춰야 하는 현직 대통령과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 여당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근태 의장은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의장직을 활용하려 들 것이다. 필요하다면 ‘차별화’ 전술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것도 문제다. 본래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은 ‘사람 궁합’이 잘 안맞는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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