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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3 02:46 수정 : 2005.12.03 10:24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국정홍보 사이트인 국정브리핑(news.go.kr)에 잇따라 댓글을 남겨 "국정브리핑을 대안매체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국정브리핑 사이트

[분석] 정책홍보를 위한 국정브리핑은 왜 ‘싸움꾼’이 되었나?


노무현 대통령이 11월 들어 청와대가 운영하는 국정홍보 사이트인 국정브리핑(www.news.go.kr)에 잇따라 댓글을 올려 ‘댓글정치’라는 논란을 불렀다. 청와대는 지난 10월초 홈페이지를 개편해 주요 참모들의 블로그를 개설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포털사이트인 파란닷컴에 ‘청와대 소식’란을 만들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을 통한 국정홍보의 시대가 열린 것일까?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적극적인 정책홍보”라고 긍정론을 펼친다. 국민의 대다수가 이용하는 인터넷을 통해 정책 의도나 방향을 상세히 소개함으로써 정책참여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을 통한 정책홍보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에 뿌리박고 있는데다 정책을 둘러싼 생산적인 정보가 유통되기 보다는 보수언론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으면서 불필요한 정쟁에 휩싸이고 있는 탓이다. 또 인터넷을 통한 정책홍보의 효과도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댓글’로 국정브리핑 띄우기 성공했나?

국정브리핑(www.news.go.kr) 사이트에 달린 노무현 대통령의 댓글.
노 대통령이 보수언론의 비판에도 국정브리핑에 지속적으로 댓글을 남긴 것을 놓고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 5일 정부 토론회에서 “기존 매체에 맞서 대안매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 뒤 국정브리핑에 여러 차례 댓글을 남겼다. 지난 14일에는 모든 공무원에게 편지를 보내 “국정브리핑을 애독해달라”고 적극 권장했다. 이런 탓에 “노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대안매체로 발전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노 대통령이 신문, 방송 등 기성언론과 관계가 원만치 않은 데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밝힌 탓에 비교적 우호적인 인터넷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공무원들이 중요 정책 및 현안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국정브리핑 읽기를 권장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노 대통령의 뜻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 대통령이 댓글 등을 통해 국정브리핑 띄우기를 하더라도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방문자수나 페이지뷰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트 순위 전문기관인 랭키닷컴의 11월30일자 집계를 보면 전문신문분야에 등록된 국정브리핑의 전체 순위는 400위다. 노무현 대통령의 댓글정치 논란 등으로 한달전보다 전체 순위는 무려 77계단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4만2073명, 평균 페이지뷰는 19만1976명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요 신문사이트의 평균 방문자와 페이지뷰의 10분1에도 못 미친다.

국정 홍보를 아무리 잘 하더라도 국민은 청와대나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정책을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국민은 언론이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을 통해 정책을 흡수하는 것에 익숙해 대안매체를 이슈화해서 정책홍보 수단으로 대체한다는 발상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포털에 개설한 ‘청와대소식’에 형평성 논란

정부의 정책홍보는 국정브리핑 뿐 아니라 누리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관문인 포털사이트를 적극 활용하려는 흐름도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청와대가 포털사이트 파란닷컴(paran.com)의 정치뉴스 코너에 ‘청와대소식란’을 만들었다.

정부의 정책홍보는 국정브리핑뿐 아니라 누리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관문인 포털사이트를 적극 활용하려는 흐름도 보이고 있다. 국가기관으로 공정위원회가 11월 중순 포털사이트 파란(paran.com)에 ‘공정위 소식란’을 개설한 데 이어 지난 28일 청와대가 정치뉴스 코너에 ‘청와대소식란’을 만들었다. 여기에 청와대는 △대통령 요즘 생각 △청와대사람들 △초점/기획 △사실과 주장 △클릭@노무현 △청와대 뉴스 △희망채널 등 직접 제작한 대통령과 청와대 홍보 콘텐츠를 제공한다.

보수언론은 이를 놓고 사설과 기사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29일자 ‘특정 인터넷에 국정홍보 맡긴 청와대’라는 사설을 통해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청와대가 특정 상업 사이트에 정보를 제공하는 게 과연 다른 사이트, 나아가 다른 언론매체와 형평성에 부합하는가”라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다. 또 “청와대가 정보를 가공해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러면 일방적인 정권 홍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터넷을 포함한 언론의 최대 사명인 공정성이 얼마든지 훼손될 수 있으니 이번 계약은 재검토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청, 언론 못 믿어 독자적 여론의 장 만드나’라는 제목의 30일자 기사를 통해 “ 노 대통령이 ‘정부가 대안매체를 만들어 의제 설정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처럼 국정브리핑, 청와대브리핑을 대안매체로 만들고 포털을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일방적 홍보가 될 수 있고 검증 없는 보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즉각 반론했다. 김만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파란닷컴에서 뉴스 섹션의 정책 콘텐츠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청와대 섹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다”며 “청와대 입장에서는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미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의 이용료를 받지 않고, 다른 포털에서도 제안을 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민 국정홍보 비서관도 일방적 홍보라는 중앙일보 사설과 관련해 “파란뉴스 사이트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의 정보를 제공하고, 정확히 말하면 그 정보는 청와대가 ‘가공’한 정보가 아니라 청와대가 처음 ‘생산’한 정보”라며 “청와대 홈페이지의 정보를 다른 경로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면 정권홍보가 된다는 논리는 아무리 선의로 이해하려해도 이해할 도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겠다는 의도였으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면서 다른 포털로 ‘청와대소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공격적 정책홍보인가? 정쟁만 키우고 있나?

‘청, 언론 못 믿어 독자적 여론의 장 만드나’라는 제목의 30일자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 PDF

국정브리핑이나 청와대 홈페이지, 파란닷컴 청와대소식란 등이 국정홍보라는 본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지도 미지수다. 적극적인 정책 홍보가 아니라 국정브리핑이 개별 언론의 보도에 대한 반론 위주로 운영되는 것이, 국정브리핑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정책에 대한 그릇된 보도를 바로잡는 것은 정부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으나, 이런 내용이 국정브리핑의 주된 내용이 된다면 홍보는 뒷전이고 ‘언론과의 대결’을 위한 매체로 읽힐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보수언론에 대한 국정브리핑의 ‘반론’을 넘어선 ‘공격’은 해당 언론과의 감정적 마찰로 이어졌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보수언론과 마찰은 노 대통령이 앞장선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송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의 블로그 글에 “잘했어요, 그 소설 가만 둘 건가요”라는 댓글을 달아 보수언론으로부터 ‘소설 댓글’, ‘농담 댓글’이란 논란만 불렀다. 국정브리핑에 올린 댓글은 공무원들이 언론 보도를 문제삼은 반론기사를 격려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보수언론이 노 대통령의 댓글정치를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보수언론과 싸움은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정책의 집행자인 공무원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2일 국정브리핑 사이트만 보더라도 [반론], [반론 기고] 등의 제목이 붙은 기사가 메인에 2건이 노출되어 있고, 반론보도만 따로 모아놓은 <언론다시보기> 코너가 마련돼 있다. 공교롭게도 이런 반론기사는 <베스트 참여기사>로 뽑혀 가장 가독성이 높다.

기사의 내용도 보수언론의 현 정부 비판만큼이나 감정적이고 날이 서 있다. 29일자 국정브리핑의 ‘대통령 비판은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독기’와 ‘살기’가 풍긴다”거나 “아무리 베고 싶어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벨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보수언론을 공격한다. APEC 보도를 놓고는 “국적 없는 자해보도”라고 비판하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나”라고 비아냥거린다. 이쯤 되면 국정브리핑이 아니라 ‘언론 반론 브리핑’이다.

보수언론은 국정브리핑의 이런 반론에 대해 사설이나 기사를 통해 다시 반론하고, 한나라당 등 정치권도 여기에 가세한다. 정책에 대한 홍보와 진지한 토론은 사라지고, 불필요한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방과 교수는 “대통령이 댓글 등으로 사소한 문제에까지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언론도 정책이 아니라 정쟁 중심의 보도로 흐르는 측면이 있다”며 “보수언론의 비판도 문제이지만, 대통령이 그런 보도의 1차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국정 홍보는 좋은 정책과 아젠다를 만들어서 언론이 보도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라며 “언론 보도에 사사건건 댓글과 반론을 다는 방어적 홍보가 아니라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생산적인 홍보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는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직접적인 정책홍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보수언론과 반론보도를 통해 싸움을 벌이는 게 국정브리핑의 주된 기능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국민을 믿고 국민을 상대로 한 홍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 홍보를 성공으로 이끄는 ‘긍정의 힘’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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