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 공개처형 동영상도 상영 예정
문타본 보고서에 북 "정치선전" 반발 지난 14일부터 6주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듣고 북한 공개처형 동영상을 상영한다. 유엔인권위는 매년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지만 올해에는 미국의 북한 인권법 채택 등에 힘입어 민감한 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탈북자가 유엔기구에서 공개 증언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북한 15호 요덕수용소 출신 탈북자 김태진(49), 김영순(69) 씨가 30일과 31일 유엔 인권위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인권실태를 각각 10분씩 증언하기로 돼 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정치범수용소 해체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진씨는 성경을 갖고 있다 들켜 ‘국가 반역죄’로 1988년부터 4년동안 함경남도 요덕의 15호 정치범 수용소에 재판도 없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과정과 수용소 생활 중 겪은 배고픔과 고문, 구타 등을 증언할 예정이다. 김영순씨는 70년부터 5년동안 15호 정치범수용소 수감중 겪은 강제노동과 공개총살 등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이들의 유엔인권위 증언은 세계기독교연대(CSW)와 미국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또 31일에는 영어로 더빙된 함경북도 회령 공개처형 동영상이 상영되고,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뒤 실종된 600명의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선언적 문제 제기에서 인권개선을 위한 실천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29일 위팃 문타본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인권위에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타이 출라롱콘 대학 법학 교수인 문타본 특별보고관은 북한의 인권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권고사항으로 △국제인권협약 준수 △법치주의 존중 △교도행정 개선과 사형, 강제노동 폐지 △인권교육 확대와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문타본 보고관은 지난해 제60차 유엔인권위 대북인권결의안에 따라 임명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29일 제61차 유엔인권위에서 당사국 자격으로 한 발언을 통해 문타본 교수의 보고서와 연설을 반박했다. 최명남 북한대표는 “북한은 제60차 유엔인권위에서 채택한 결의안은 물론이고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명도 수용하지 않았다”며 “유엔인권위가 인권과 관계 없는 정치선전장으로 전락한 것은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한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에 대해 그 나름대로 일관된 원칙을 밝혀왔다. 인권은 인류가 지향할 보편타당한 가치로 존중하지만, 나라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접근 방식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며, 정부는 평화번영정책을 통해 남북간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을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북한 인권의 점진적, 실질적 개선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남쪽의 대응과 관련해,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은 “국내 보수와 진보세력이 ‘입장’을 강조하는 바람에 반북과 친북 논쟁이 맴돈 결과, 북한 인권의 객관적 실체 파악이 제대로 안됐다”며 “먼저 북한 인권의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을 한 뒤, 각자 정치적 입장에 따라 북한인권 개선방안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유엔인권위 회의는
인종차별·발전권 등 다뤄
보고->토의->결의안 채택 지난 14일 개막한 유엔 인권위원회 제61차 회의는 다음달 22일까지 6주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53개 위원국과 업저버국,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 대표 등이 참석한다. 임기 3년의 위원국은 지역별로 정원을 할당하는데, 아시아에는 12개국이 배정돼 있다. 한국은 1993년 이래 다섯번째 연임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의제는 △인종차별 △발전권 △세계 인권상황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와 시민·정치적 권리 △여성과 아동의 권리 등 모두 21개에 이른다. 아홉번째 의제인 세계 인권상황에서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체첸, 미얀마 등의 인권상황을 다룬다. 또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 협의회는 다음달 4일 인권위 회의에 참석해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를 촉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 각 의제에 대해서는 사무국 및 특별보고관의 보고가 있으며, 토의를 거쳐 결의안을 채택한다. 북한인권문제의 경우, 예년처럼 유럽연합이 결의안을 상정하면 표결은 다음달 14∼15일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 전체적으로는 해마다 100여개의 결의안이 상정돼, 80여개가 채택됐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지난 2003년 제59차 회의에서 유럽연합이 처음으로 발의해, 표결로 채택됐다. 지난해 제60차 회의에선 역시 유럽연합의 발의로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임명하는 결의안을 표결로 채택했다. 2003년엔 ‘찬성 28, 반대 10, 기권 14’였으나, 지난해엔 ‘찬성 29, 반대 8, 기권 16’이었다. 이번에도 유럽연합이 결의안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03년엔 표결에 불참했으며, 지난해엔 기권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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