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전 외교안보통일특보는 31일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 대해, 북핵 문제를 정권 교체나 군사적 선제공격으로 해결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임 전 특보는 또 핵문제의 조기해결을 위해 미국이 대북특사를 보낼 것을 제안했다. 현재 세종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임 전특보는 이날 제주 하얏트호텔에서 세종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2회 한미 안보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은 최고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고, 그 열쇠는 초강대국인 미국이 쥐고 있다”며 이렇게 제안했다. 그는 “북한을 외부의 힘으로 붕괴시키기 위해 압박하고 궁지로 몬다면 ‘다른 세력권’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은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핵폐기와 적대정책을 맞바꾸자’는 북한의 제안을 진지한 협상을 통해 시험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과 ‘북한이 느끼는 위협’을 동시에 감소시키는 상호 위협 감소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를 남북 군비 통제와 연계해 추진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이 좋은 기회를 활용해 양자를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1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이사장,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 연구원, 데이비드 강 다트머스대 교수 등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와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 백종천 세종연구소장, 이근 서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마이클 맥더빗 전 미 해군 제독은 발제문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국수주의적 감정 때문에 한일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며 "미국은 가상의 한-미-일 3각동맹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입안자들이 독도와 교과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드 오시우스 미국 국무부 한국 담당 부과장도 “한일은 원유와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해야 한다”며, 한-일간의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이에 대해서 셀리그 해리슨 국제전략센터 이사장은 “가상의 한-미-일 3각동맹이 과연 최선의 길인지 의문이 든다”며 “중국은 이를 더 많은 압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더그 밴도우 케이토 연구원은 “한국이 군사력과 경제력 등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의미를 갖기 위해선 잠재적인 분쟁을 상정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대만 문제가 유일한 시나리오”라며 “한국은 이때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제주/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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