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김대중 전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관한 강연을 위해 경기도 오산 한신대학교 교회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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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신대 개교 65주년 김대중 초청강연회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반도는 매우 불길한 위기국면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북한 핵문제 해결은 미국이 이 단계에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제재 조처를 취하는 것을 서둘러서는 안된다”면서 미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신대학교 개교 65주년을 맞아 초청강연에 나선 김 전 대통령은 12일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내 일부에서는 대북 강경조처에 동조하지 않는 한국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놓고) 미국의 책임에 대해 기억해야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45년 일제 패망시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둘로 분단시켰고 우리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이뤄진 분단 때문에 남북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고 60년 동안 만성적이 불안과 긴장속에서 살아오고 있다”며 현재의 한반도 위기상황에 미국이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그는 “미국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한 뒤, “여론조사에서 보면 한국민의 90%이상은 미국을 좋아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선 반대가 크다”면서 “(한국민은) 미국은 좋아하지만 잘못된 정책은 반대한다. 이것이 우리의 태도이며 당연한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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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은 또한 북한에 대해 “핵보유는 잘못된 전략이고 남한 맺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도 위배된다”면서 “핵 포기 용의를 계속 분명하게 밝히고 협상에 임해 6자회담에서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떳떳한 협상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더이상 스스로 고립되지 말고 한국과도 당국자 회담 또는 정상회담을 조속히 열어 핵문제는 민족공동의 과제에 대해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이른 시일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 것을 제안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밖에 “미국은 악을 행한 자와 대화할 수 없고 보상을 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미국은 과거 악마의 제국이라고 비방했던 소련과도 대화했고, 한국전쟁 당시 침략자로 규정했던 중국과의 대화도 했다”면서 “평화를 위해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할 때는 누구와도 대화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오산/<한겨레> 사회부 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디제이 “강연하는데 맨손으로 오지 말라는 학교쪽 얘기에…”
1000여 참석자 웃음 한신대학교 개교 65주년을 맞이해 강연을 초청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12일 오후 4시 정각 이 학교 교회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이희호 여사와 나란히 강연장에 입장했다. 강연에 앞서 이 학교 학생들로 꾸려진 ‘임마누엘’ 합창단은 <새로운 만남>이란 노래로 김 전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해 뜨거운 받수를 받았다. 또한 오영석 한신대 총장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매우 복잡한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세계평화와 인류공동평화를 위해 노력하시는 김 전 대통령을 초청해, 우리가 가져야할 철학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 총장은 “군사독재 시절 말할 수 없는 탄압과 감금과 투옥과 사선을 넘나드는 위기 속에서도 불국의 정신으로 활화산처럼 민주화, 인권신장과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한 정치가로서 일해오신 김 전 대통령을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장인 한신대 교회당에는 1천여명의 학생과 교수 등이 모였다. 김 전 대통령은 강연에 앞서 ‘경천애인’ 이라는 휘호를 써 학교쪽에 전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강연에 나선 김 전 대통령은 “강연하는데 맨손으로 오지 말라는 학교쪽 얘기 때문에 못쓰는 글씨를 억지로 썼다”고 말문을 열어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제가 먼저 할 말을 하고 나중에 여러분께서 질문을 해달라”면서 “가급적 쉬운 질문만 해달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전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미래’라는 주제로 30여분 가량의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이 질문지를 작성하는 동안 학생들과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김 전 대통령과 학생들은 <우리의 소원은 평화>로 가사를 바꿔 불러 평화를 염원하기도 했다. <질문과 답변> -현재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민족자주를 상당히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가지 약속을 안 지켜 좀 실망스럽다. 북한은 한국을 좋은 의미로 활용해 고립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먼저 핵을 내놓으면 남북한의 협조가 강화되고 미국과도 협상이 잘 진행되는 것이다. 이것이 민족자주의 입장이다. 북쪽은 민족이 생사가 걸린 핵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문제를 차치하고 함께 해결에 나서야 한다. 따라서 북한이 남쪽을 방문하기로 약속을 지켜야 하고, 안 되면 휴전선 부근 도라산역까지라도 와서 남쪽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우리민족 문제는 우리민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 -한-미간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우리는 미·일·중·러 등 4대국에 둘러쌓여 있는 유일한 나라. 그러나 중·일·러는 직접 이웃하고 있고 미국은 사실상 파견나와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 100년전에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가 싸워 모두 일본이 이겼다. 이에 미국이 끼어들었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필연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현재는 미국이 세계 유일강국이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김정일 만났을 때도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화를 내지 않고 “미국은 통일후에도 있어야 한다”고 말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따라서 남북한 모두가 미국의 관계를 ‘활용’해야 한다. 나는 대통령 4번 출마해 한 번밖에 당선안됐는데(웃음), 1971년 당시 4대강국을 통해 평화와 안전보장을 요구한 적이 있다. 결국 (누구나) 적성국가에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는? =일본이 갑자기 우경화돼 매우 걱정스럽다. 일본이 과거사를 변명하고 미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과거 전쟁범죄를 프랑스와 영국 등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금도 교육하고 있다. 때문에 독일은 유럽에서 인정받고 다른 나라들의 인심을 얻어 결국 통일까지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진심으로 반성은 커녕 역사를 왜곡하는 등 이상한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고 불신만 키우는 것이다. 일본은 지금 중국이 일어서니까 자극받아 상당히 우경화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납치 문제를 이용해 헌법을 고치고 (우경화하는) 그러는 것이다. 오는 22일 일본 도쿄대학에서 강연할 예정인데 일본에 가서 일본 국민들이 어느정도 이해해 줄 수 있을지 입장이 난감하다. 그러나 일본은 반드시 과거를 알고 반성해 피해를 당한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인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의 불행이다. 일본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스스로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가 신자유주의에 빠져들어 위험에 처할 위기는 없는가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재직시절 무지한 노력을 했지만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면서 큰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소득격차 즉 빈곤은 각종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분배의 축을 마련해야 하는데, 특정 기업을 지원해 경제를 살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현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져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빈부격차와 소득격차는 분명히 줄어들어야 하지만, 엄연한 현실은 세계는 신자유주의와 무한경쟁의 시대이기 때문에 이를 냉엄하게 받아들여야한다. 각종 사회안전망과 교육체계를 갖춰 빈부와 소득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나눠주고 보장해줘야 한다. 경제는 세계적이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낙오자를 구제해야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무조건 비판하지 말고 냉엄하게 현실에 대처해야 한다. ○…40여분에 걸쳐 질의 응답을 마친 김 전 대통령은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퇴장하다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플래시 공세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이정열 오산시부시장과 최영근 화성시장, 안민석 국회의원, 김윤배 화성시교육장 등이 참석했다. 오산/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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