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남북차관급회담 둘쨋날 남북은 17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이틀째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의 오전 회의 전반부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전날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이날 1시간15분여의 수석대표 접촉을 마친 남북 대표단은 첫날과 달리 개별적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이는 오전 협의에서 의견이 팽팽히 맞섰고, 남과 북이 각자 내부적으로 협의해야 할 내용이 많다는 점을 말해준다. 실제로 남북 대표단은 식사를 마친 뒤에도 연락관 접촉 창구만 열어놓은 채 각각 전략회의를 하다, 오후 3시20분께야 수석대표 접촉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무런 성과 없이 30여분 만에 끝이 났다. 남 “공동보도문에 담자” …북 시큰둥
장관급회담 재개 공감·시기 의견 달라 앞서 이봉조 남쪽 수석대표(통일부 차관)는 이날 오전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6일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의제에 대한 접점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대표는 △핵문제 △장관급 회담 일정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에 대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해, 이들 문제가 3대 쟁점임을 내비쳤다. 변함없는 최대현안은 핵=최대 현안은 역시 핵문제로 모아진다. 전날 한반도 비핵화 원칙 준수와 6자 회담 조기 복귀를 촉구한 남쪽 대표단의 주장에, 북쪽은 ‘경청’만 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6자 회담에 복귀할 경우 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중요한 제안’을 내놓겠다는 우리 쪽 발언에 대해서도, 북쪽은 “(외무성 등) 해당 부분에 전달하겠다”며 큰 관심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990002%%남쪽 회담 관계자는 “공동보도문에 핵문제와 관련한 문구를 넣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지만, 북쪽이 차관급 회담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이날 북쪽의 회담 관계자가 “이번 회담은 핵문제와는 거리가 있으며, 회담에서 핵문제가 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남북관계 정상화=이번 회담에 앞서 남과 북이 똑같이 ‘남북관계 정상화’를 내걸었지만, 그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는 장관급 회담도 개최시기에 대해선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월 중 개최를 내걸긴 했지만 남쪽은 6·15 공동선언 5돌 이전에 회담을 열 것을 원하는 반면, 북쪽은 너무 이르다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회담 재개에 대해선 북쪽도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모양새여서, 최종 합의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문제 역시 해방 60돌인 8월15일에 열자는 남쪽의 제안에 북쪽이 적극적인 화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6·15 공동선언 5돌에 즈음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개통식 및 철도 시범운행의 조속한 실현을 촉구한 우리 쪽 제안에 대해서도 북쪽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논의가 겉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쪽의 선결과제인 비료지원 문제는 이미 첫날 회담에서 남쪽이 예년 수준(20만~30만t)으로는 즉각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협의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북쪽이 이를 웃도는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 쪽에선 “예년 수준을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선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하자”고 선을 그은 상태다. 장관급 회담 재개 전망이 밝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대화채널 복원·관계정상화 의미 6·15 장관급대표단 파견 정장관 특사역할 가능성 정부가 평양 6·15 공동선언 5돌 행사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장관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함에 따라, 다음달 14~17일 열리는 6·15 통일대축전의 의미가 새롭게 부각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통일대축전을 계기로 남북 당국간 관계를 한번에 복원하고, 나아가 한 단계 격상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 장관으로서는 행사 참가자로서 형식의 제한 없이 북쪽과 깊이있는 논의와 접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특사 구실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북핵 위기 속에서 대화채널의 부재를 절감해왔던 노무현 정부로서는 형식적인 회담이 아닌, 의중을 전달할 수 있는 막후 라인의 구축을 꾀할 수도 있다. 북쪽으로서도 6·15 공동선언 이행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대화채널 복원 문제는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대북송금 특검, 조문파동 등으로 인해 기존의 남북 대화채널과 의사소통의 방식은 유지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김용순 대남담당비서의 사망과 장성택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실각설 등 남북관계를 이끌어오던 북한내 주요 인물들이 사라지면서, 남북은 서로 의중을 타진할 수 있는 끈을 잃어버렸다. 이는 남북관계가 정체돼 왔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이 때문에 주요 국면마다 남쪽의 특사파견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정부의 의지보다도 그럴 여건이 안 됐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게 상당수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이런 점에서 정부대표단의 6·15 통일대축전 참가는 상징적 의미 이상으로, 남북관계 정상화 그 자체로 볼 수도 있다. 강태호 정인환 기자 kankan1@hani.co.kr
‘북핵 회담’ 초라한 성적표 장관급 7차례 성과 못거둬 이번 차관급 회담에서 북핵은 최대 현안이자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다. 남과 북은 이번 회담말고도 장관급 회담을 통해 모두 7차례에 걸쳐 북핵 문제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벌였다. 성적표는 초라한 편이다. 지난 2002년 10월19일 평양에서 열린 8차 장관급회담의 경우, 남쪽은 “북한의 핵 개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위반이며,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북쪽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대화를 통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이듬해인 2003년 1월과 4월말 잇따라 열린 9차·10차 장관급 회담에서도 남북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만 겨우 합의했다. 다만 2003년 7월에 열린 11차 회담에선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자는 남쪽 제안에 북이 유연한 자세를 보였는데, 이는 8월말 6자 회담이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2월과 5월에 각각 열린 13·14차 회담에서도 합의한 것은 “6자 회담에서 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협력하자”는 정도였을 뿐이다. 정인환 기자
미 “대북 비료지원 반대안해”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모두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6자 회담의 한 부분으로 조건화하거나 협상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 정부의 대북 비료 지원에 반대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이날 한국 정부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조건으로 중요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우리는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한국의 노력을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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