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저녁 나흘간의 북한방문을 마친 뒤 인천공항에 도착해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눈 면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공항/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정동영 통일-김정일 위원장 면담 전문가 평가·분석 남북 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남쪽 대표단을 만난 것은 6자 회담 복귀를 포함한 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이번 만남을 통해 북쪽은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남쪽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위원장 직접 전면에 남북관계 개선 가속도
|
||||
“한·미, 북 압박 말라”
에둘러 이야기한 것
|
||||
‘6자 복귀’ 중대 기로
|
||||
북 지도부 확신 의문
|
||||
일부선 “남북 공조 미국 견제 의도” 미·일 언론 반응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 면담 소식은 미국시각으로 한밤중에 전해졌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은 즉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시엔엔방송>이나 <에이피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이 면담을 ‘예상치 못한 깜짝 만남’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주목하고 있다. <시엔엔방송>은 “북한 지도자의 외부인사 접견은 매우 드문 일로, 김정일의 정동영 장관 면담은 상징적이고 중요한 몸짓으로 여겨진다”고 평했다. 이 방송은 또 “정 장관은 김정일에게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반응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북한의 이례적 행동을 6자 회담 복귀와 연결시키는 건 무리라는 관측도 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김정일이 이례적으로 정 장관을 만났다고 해서 이를 곧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남한 고위지도자를 만남으로써, 지금 시점에선 미국과의 협상보다는 남북관계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건 미국과 남한과의 사이를 벌어지게 하려는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 강철환씨를 백악관으로 불러 면담한 뒤, 미국 관리들은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 없이 북-미관계 정상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이것이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을 주요하게 보도하면서 북한의 북핵 6자 회담 복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면담에 응한 것은 남북공조를 강조하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하고 핵개발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핵문제와, 남북관계, 대미관계에 대해 어떤 발언을 했는지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6자 회담이 이달 중에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지 않을 경우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와 경제제재 논의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북한이 한국과의 민족 공조를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견제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엔에이치케이방송>은 핵문제로 북한의 고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한국 쪽에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도쿄/박찬수 박중언 특파원 pcs@hani.co.kr
‘정동영이’ 에서 ‘통일부 정동영 장관’ 으로 북 깍듯한 호칭 남북 기상도 반영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 민족통일대축전기간 북쪽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호칭하면서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지난 14일 6ㆍ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에 도착한 남쪽 당국대표단을 소개하면서 정 장관을 ‘통일부 정동영 장관’이라고 호칭했다. 또 이들 북한 언론에 따르면,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15일 축전 개막식 축하연설에서 정 장관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라고 지칭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정 장관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제기하면서, 정 장관을 ‘통일부 장관 정동영 귀하’라고 예의를 표시했다. 정 장관에 대한 이같은 호칭 사용은 종전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김일성 주석 조문 방북단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후 정 장관을 ‘정동영이’라고 지칭해왔다. <평양방송>과 주간지 <통일신보>는 지난해 9월 정 장관의 미국 방문 결과를 비난하면서 “정동영으로 말하면…”, “남조선에서 정동영이 통일부장관으로 올라앉은 이후…” 등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올 들어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남측의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북한은 정 장관에 대한 예의를 조금씩 나타내기 시작했다. 평양방송은 지난 2월4일 ‘6ㆍ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ㆍ북ㆍ해외 공동행사남측준비위원회 결성식’을 전하면서 “남측 준비위원회 결성을 축하해 통일부 장관 정동영 등이 꽃묶음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정 장관에 대한 호칭 사용에 남북 관계의 ‘맑음’과 ‘흐림’ 등 기상도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연합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