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7일 낮 평양 대동강 영빈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평양/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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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여 17일 평양 대동강 영빈관에서 2시간30분여 단독으로 만났다. 김 위원장과 정 장관은 이날 오찬 회동을 포함해 모두 5시간 동안 만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6·15 공동선언에 대한 참여정부의 실천의지와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선 1시간30분 정도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으며, 나머지 1시간 정도는 남북 사이의 정치·경제·군사 등 현안과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했다고 평양 현지에서 김홍재 통일부 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이날 면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990003%%
정 장관은 면담 뒤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네!’라고 말해, 면담이 성공적이었음을 내비쳤다. 이번 면담은 북한 핵과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 통일부 장관이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과 단독으로 만난 것은 2000년 9월 박재규 당시 장관이 제2차 장관급 회담 때 이후 5년 만이다. 또 정 장관이 사실상의 특사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2002년 4월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서 남북관계와 북-일,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했던 임동원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평양 방문과 비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90002%%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문서 형태의 친서는 없다”며 “(그러나) 정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대비해, 북한이 핵폐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획기적인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등 몇가지 내용을 담은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평양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메시지의 형식에 대해 “지난해 6·15 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수첩에 적어온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낭독했던 적이 있다”며 “그와 비슷한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8분 수행원 1명과 함께 북쪽의 안내로 검은색 벤츠 리무진으로 숙소인 평양 백화원 초대소를 떠난 정 장관은 5시간30분 뒤인 오후 4시8분 임동원·박재규 전 통일부장관 등 일행과 함께 돌아왔다. 이날 면담에 이어 열린 오찬을 겸한 환담에는 김 위원장이 “과거에 만났던 지인들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0장과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고문, 김보현 당시 국정원 3차장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민간대표단에서는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를 비롯해 강만길 상지대 총장, 김민하 전 평통수석부의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전세기편으로 돌아온 정 장관 등 정부 대표단은 도착 즉시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등 이번 방북 결과를 보고했다. 정부는 당국 대표단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해 왔으며, 북쪽은 16일 밤 면담 동의의사를 전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공동취재단, 강태호 정인환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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