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스협회 방북단원을 태운 북한 고려민항기가 17일 인천공항에서 평양으로 출발하고 있다. 이 방북단은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평양라이온스 안과병원’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인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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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왕릉·주체사상탑 등 참관
북 “남, 미국에 할 소리는 해야” 북한을 방문해 6·15 공동선언 5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했던 남쪽 민간대표단 300명이 17일 오후 3박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대한항공편으로 돌아왔다. 민간대표단은 이날 북한 순안공항을 출발하기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행사 기간에 남북 당국이 별도로 회동해 기념행사를 마련함으로써, 남북 최고 당국자간에 이뤄진 6ㆍ15 공동선언 5돌의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또 “이번 5돌 기념행사를 계기로 남북 당국 사이의 신뢰와 협력이 어떤 정황에도 흔들림 없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간대표단은 이날 오전 평양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동명왕릉과 김일성 주석 70회 생일기념으로 건설된 주체사상탑 등을 참관했다. 남ㆍ북ㆍ해외 대표단은 16일 오후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6ㆍ15 민족통일대축전 폐막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한편, 북쪽의 김정호 부위원장(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 “남쪽 정부가 미국에 좀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혀달라”고 주문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김 부위원장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평이하게 나왔다는데, 남쪽 정부가 민족공조의 입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미국에 할 소리를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행사 규모를 축소한 배경에 대해 “미국의 스텔스기 남한 배치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험담 등으로 인민들과 군이 크게 분노하는 상황에서 행사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행사는 잔치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상황에서 축전을 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남쪽 및 해외동포들과 약속한 만큼, 그래도 행사는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평양시민 10만여명이 남쪽 및 해외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행사 준비를 하는 등 최선의 노력과 성의를 다했다”고 밝혔다. 그는 행사를 열기로 한 결정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북쪽 준비위가 논의한 결과”라며 “군대와 인민을 분노하게 하면서 축전을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약속을 어길 수도 없어서 여러 방면에 걸쳐 토론한 끝에 결국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더 많은 동포들이 참가해 대대적인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김 부위원장은 “(우리 쪽) 내부의 노여움을 이해해야 한다. 인민·군인의 노여움을 사면서까지 잔치를 벌일 순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오는 8·15 기념행사 때 남쪽의 초대에 응할 것인지에 대해선 “더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평양/공동취재단
“8·15 서울행사에 북쪽300명 이상 와 주길 백낙청 남쪽대표단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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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정 통일-김 위원장 면담 환영” 한목소리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면담 사실을 보고받은 것은 17일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이른 새벽 시간에 방북 중인 대표단과 연락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통해 김 위원장 면담 예정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고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면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동산 정책간담회가 예정돼 있는데도, 정 장관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청와대로 불러들여 보고를 받는 등 ‘반가움’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앞서 정 장관이 북한으로 떠나기 전 청와대로 불러 ‘독대’를 하며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낼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문서 형태의 친서는 없다”며 “그렇지만 정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대비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획기적인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등 몇가지 내용을 담은 노 대통령의 뜻을 갖고 평양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각 정당들도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의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겼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이번 만남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치권도 초당적 차원에서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하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본격적으로 재개된 의미있는 만남이었다”며 “북-미 핵공방에서 일정한 진전을 가져올 것을 기대하며, 이산가족 상봉과 경협 등 민간차원의 교류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맹형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북핵 문제와 6자 회담 복귀 등 현안이 잘 풀리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그러나) 정부를 대표한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을 구걸하듯이 회담했다고 감지덕지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의겸 최익림 이태희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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