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전량 폐기할 경우 미국 단독 또는 한국·일본 정부와 협력해, 대북 지원패키지 제공 등의 ‘중요한 제안’을 할 수 있다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0일 밝혔다. 힐 차관보는 이날 닷새간의 서울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전 출국하기 앞서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회견에서,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밝힌 ‘중요한 제안’과 관련해 “북핵 문제의 조기 진전을 위해 우리의 대북 제안도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미국이 내놓을)중요한 제안의 제1단계는 6자 회담 복귀 날짜를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회담 재개시 미국은 관련국들 모두와 상호존중 및 동등한 분위기에서 협상에 임하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김정일-정동영 면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아주 긍정적이고 중요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한국의 외교력이 아주 강력하고 효율적인 것 같다.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꾸준히 추진해,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다. -6자 회담 재개 전망은?
=남북 당국간 대화의 성공으로 6자 회담 재개의 전망이 밝아졌으며 이는 한국 외교력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한국과 미국이 아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날짜 확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났는데, 이들로부터 (한국의)‘중요 제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나? =일반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 아울러 미국도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해 미국이나 한, 일 등이 북한에 아주 중요한 제안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를 늘 기대해왔다. -미국도 한국 정부의 ‘중요 제안’ 구상에 참여할 계획인가? =우리는 관계국들과 평등함과 상호 존중을 기초로 대북 지원 작업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이 모호한 태도가 아니라 분명하게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할 수 있다면 좋겠다. -대북 포괄지원 구상의 시기는? =우리는 (단순한) 핵프로그램 동결이나 일부 프로그램의 폐기가 아니라 모든 핵무기의 폐기를 원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다른 당사국들이 근본적으로 대북 포괄지원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제1단계는 역시 회담 재개 날짜를 정하는 것이다. 7월중 6자 회담이 실제로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이 북쪽에 회담 날짜를 정하도록 권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호존중’ 및 ‘동등함’ 등의 단어를 여러 차례 썼는데.? =6자 회담이 재개되면 미국은 북한을 비롯한 5개국 모두와 상호존중 및 동등한 분위기에서 협상에 임하겠다. 이런 자세를 견지하는 게 협상을 위해서도 좋다. 연합
정 통일“북, 미국과 수교하면 미사일폐기 용의” 김위원장 면담내용 전해…경의-동해선 동시연결 재검토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면담에서 기존의 경의-동해선 동시연결 원칙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북미 수교가 이뤄질 경우 미사일을 폐기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고 정 장관은 전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밝히고, “김 위원장이 ‘남쪽에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고 있는 데 대해, 남쪽 정부와 국민들에 대해 사의를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17일 면담에서) 강릉-고성 구간 등 동해선 우리 쪽 구간 일부가 철도 연결이 안 돼 있는데다, 해안선 철도 건설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다”며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경의-동해선 동시연결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북쪽은 그동안 철도·도로연결 문제에 대해 동시착공·동시연결이라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동시 연결이라는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에,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경의선부터 우선 연결할 경우 개성공단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김 위원장은 ‘미국과 수교하고 우방국가가 된다면 미사일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북미 수교가 이뤄질 경우) 일반적으로 일개 국가가 가지는 정도의 미사일만 가지고 장거리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다 폐기하겠다고 김 위원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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