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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1 15:08 수정 : 2005.06.21 15:08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21일 국회 통외통위에 출석, 한.일정상회담 결과와 북핵문제 등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유감”…미 고위관리 무분별한 발언에 일침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아주 이례적으로 부시 미 행정부의 고위관리들에게 `입조심'을 당부하고 나섰다.

반 장관은 이날 오후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라크 재건 국제회의 참석차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 국제공항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최근 미국 고위관리들이 북한을`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언급한 것은 현재의 화해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우 강한 톤으로 느껴진다. 지난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7월중 6자회담 복귀 용의"를 밝히는 등 모처럼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마당에 일부 미 고위관리들이 무분별하게 발언하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우리 외교장관이 미 고위관리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은 흔치 않다. 이날 반 장관의 비판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 허드슨 연구소에서 열린 '미국의사명:민주주의와 인권 증진 전략' 세미나에서 행한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부 차관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이 세미나에서 북한과 미얀마, 짐바브웨, 쿠바 등 네 정권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거듭 예시했다.

반 장관을 비롯한 우리 정부는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비슷한 시각 유엔주재 북한 고위관리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철회한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폭정' 등 우리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 그 것도 일종의 철회로 볼 수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그 같은 도브리안스키 차관의 발언은 일종의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동영-김정일 면담이 결실을 본 것은 무엇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던 지난 10일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그 같은 도브리안스키 차관의 발언은 자칫 한미 정상의 합의사항과는 배치되는 좋지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부터 서울에서 제15차 남북장관회담이 중단된 지 13개월여만에 재개되는 점도 감안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 장관이 이라크 재건 국제회의가 열리는 브뤼셀에서 22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을 만나고, 또 방미중인 이태식 외교차관이 2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와 백악관 고위관리를 만나 앞으로 불필요하고 무분별한 발언을 삼가줄 것을 요청하기로한 것은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반증해 주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한미간에는 분위기의 조성을 위해 6자회담 분위기에 부정적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서로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도브리안스키 차관에 대해 "그는 북핵문제나 대북관계 담당자가 아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썼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도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를통해 라이스 장관이 19일 CNN방송ㆍ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직도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 정권의 성격은 자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과 관련, "모처럼 조성된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부적절한 행동"이라며 한미 외교채널을 통한 적극적인 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우리 정부의 이런 `입조심' 당부에 미 행정부가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반기문 외교 “미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유감”

“남북화해 분위기에 도움 안돼…국제사회 지지필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최근 미국 고위 관리들이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언급한 것은 현재의 남북화해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라크 재건 국제회의 참석차 이날 오후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밝혔다.

반 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부 차관이 20일 미얀마, 짐바브웨, 쿠바와 함께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언급한데 대한 견제성격을 띤것으로 받아들여져 미국측 반응이 주목된다.

반 장관은 "최근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나 남북 화해의 물꼬를 텄고 오늘부터 장관급회담이 개최돼 여러 면에서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이런 모멘텀을 잘 살려서 6자 회담 참가국과 국제사회가 전반적으로 지지하고 도와주는 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서는 관련국들이 세심하게 배려하고,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불필요한 언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라크 지원 국제회의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며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이태식 차관도 현지 시간으로 내일 미 국무부와 백악관 고위 관리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달,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최근 북한 고위 관리가 한달 만이라도 미국이 `폭정'같은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말한 것은 북측 나름대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김위원장이 `7월 중에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라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시 부시 대통령이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지칭하고 김 위원장도 정 장관과의 면담에서 `부시 각하'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런 언급은 미.북간 불신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도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라이스 장관이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표현한 북한의 성격에 변함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 대해 "한미 외교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시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모처럼 조성된 6자회담 재개의 긍정적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6.17 면담(정동영-김정일 면담)을통해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6자회담 재개의 긍정적 모멘텀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번 면담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회원 참여국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종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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