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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3 18:54 수정 : 2005.06.23 18:54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오후 남북 장관급 회담의 북쪽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북쪽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구름 걷히는 북핵변화도 한몫
‘신뢰있는 회담’ 새로운 계기

지난 21일부터 열린 1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회담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회담으로 평가된다. 회담을 지켜본 이들은 합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회담 문화를 통해 합의를 만들어낸 것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천식 남쪽 회담 대변인의 표현을 빌리면, 모난 사각탁자가 아닌 둥근 원탁 회담이라는 형식의 변화가 내용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얼핏 보면 부드러운 회담 형식이 순조로운 합의를 낳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배경엔 남북관계를 위태롭게 만든 북핵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 변화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북핵 문제 등 어느 장관급 회담보다 많은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어느 회담보다 풍성한 12개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회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6·17 면담’ 합의를 실천에 옮긴다는 토대 위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남북관계의 전면적 복원이라는 방향은 지난 5월 중순 개성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이미 정해진 것이기도 하다.

공동보도문을 살펴보면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해 예상 외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대목들이 많다. 이산가족 문제의 경우, 화상상봉의 구체적 시기를 못박았을 뿐만 아니라, 지지부진했던 면회소 건설의 첫 삽을 뜬 것은 기대 이상이다. 국군포로 문제도 ‘전쟁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 확인’으로 진전된 내용을 담았다.

핵문제는 ‘조속한’ 해결이라는 시급성을 강조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으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처’를 취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성급 회담의 시기는 예상대로 군사당국이 직접 정하는 것으로 했으나, 북이 상호비방 중지 등 군사분계선에서의 선전활동 중단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기존 합의의 이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사회문화협력 분야에서는 북이 제기한 을사 5조약의 원천무효라는 기본 인식과 함께, 남이 제안한 북관대첩비 반환과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사업 공동 추진 등 값진 성과를 얻었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예상했던 대로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제공한다는 합의를 명시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처리하기로 하는 등 기존의 관례를 따랐다.

사회문화교류협력 분과위 구성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등 남쪽이 제기한 회담의 제도화는 이번에도 답을 얻지 못했다. 단지 장관급회담의 정례화는 매분기 한번씩 열자는 데 합의하지는 못했으나 다음 회담 날짜는 9월, 그 다음 회담은 12월로 정하는 진전이 있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kankan1@hani.co.kr

15차 남북 장관급회담 합의사항

1. 8·15 서울 남북공동행사에 북쪽 당국대표단 파견하기로 하고, 실무접촉을 7월 중 개성에서 진행.

2.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분위기가 마련되는 데 따라 핵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취해 나가기로 함.

3. 이산가족 금강산 상봉을 8월26일부터 실시하는 것과 동시에 금강산면회소 건설 착공식을 진행. 측량 및 지질조사를 7월 중 완료. 제6차 적십자회담 8월 중 열어, 전쟁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확인 등 인도주의 문제들을 협의.

4.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시범 개시하고,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7월10일께 개성에서 개최.

5. 을사5조약 날조 100년인 올해 이 조약이 원천무효임을 확인. 북관대첩비 반환을 위한 실무적 조처를 취하기로 함.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사업 공동 추진.

6. 제3차 장성급군사회담을 백두산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날짜는 쌍방 군사당국이 직접 정하기로 함.

7. 서해 평화정착 촉진을 위해 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7월 중 협의회를 열어 공동어로 등 수산협력 문제들을 협의·해결.

8. 농업분야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농업협력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1차 회의를 7월 중순께 개성에서 개최.

9. 북쪽 민간선박들의 제주해협 통과에 합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적 문제들을 협의·해결.

10.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북쪽에 식량 제공, 구체적 절차는 경추위 제10차 회의에서 처리.

11. 경추위 제10차 회의를 7월9∼12일 서울에서 열어,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 위한 조처를 취함.

12. 제16차 장관급회담을 9월13∼16일 백두산에서 열고, 제17차 장관급회담은 12월 중 남쪽지역에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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