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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2 22:30 수정 : 2005.07.12 23:21

2차위기 넘는 핵심 이정표 제시
미국 등 주변국도 반대 안할 듯


정부가12일 밝힌 ‘중대 제안’의 핵심은 북한의 ‘핵’을 남쪽의 ‘전기’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1차 북핵 위기를 ‘경수로 건설’로 넘겼다면, 2차 북핵 위기는 ‘직접 송전’으로 뚫겠다는 구상이다.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과 남북관계 발전을 동시에 노린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북한 핵개발로 조성된 한반도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한국의 주도적 구실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북한에 200만㎾급 경수로를 건설함으로써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고자 했던 제네바 합의는 부시 행정부의 중유공급 중단 조처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로 이미 사문화됐다. 경수로 사업은 1년 단위로 중단 조처를 연명하는 뇌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번 발표는 산소호흡기를 제거한 것이다.

정부가 그 대안으로 직접송전 방식을 구상한 것은 경수로 건설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워낙 확고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중대 제안’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미국은 명확하게 경수로 사업의 종료를 요구하고 있고, 일본도 더는 참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수로 건설을 재개하기도 어렵고, 재개하더라도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물리적 어려움도 이런 구상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정부의 이 구상을 북한이 받아들일 것이냐는 점이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북한은 전력의 통제권을 남쪽에 넘겨주게 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정 장관이 중대 제안을 설명하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긍정적인 반응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밝힌 발언까지 고려해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북한이 핵 폐기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참가국들은 반대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도 이 제안에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한국에 오기 전 “한국의 제안을 좀더 듣고 싶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북한에 대한 중유 지원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다른 나라의 협조가 없더라도 단독으로 이 구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으로써 다른 참여국의 성의를 기대하는 눈치다.

북핵 문제의 해결,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위해선 또다른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핵의 평화적 활동을 포기하는 데 대한 남한의 직접송전 방식이 필요조건이라면, 자위수단으로서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대한 ‘안전’ 보장은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안전 보장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6자 회담 참가국의 다자 안전보장이라는 방향이 잡혀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해소를 요구하면서 그 담보로 북-미 불가침조약 등을 제시해 왔으나, 이제 다자 안전보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정 장관은 6월17일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미 간 안전보장보다는 다자 안전보장이 낫다’는 점을 강조했더니, 김 위원장이 “일리가 있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제 한국의 주도적 구실 속에서 2차 북핵위기를 풀어가기 위한 핵심 로드맵이 제시된 것이다. 물론, 북한 핵 폐기에 이르는 단계별 동시행동과 합의의 이행을 보증하기 위한 사찰과 검증 등 복잡한 프로세스가 남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 문제는 6자 회담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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