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회의에서 탈북인 출신의 <조선일보> 기자 강철환씨가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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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여명 참석…체제 직접비난은 자제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라 처음으로 미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은 북한인권 국제회의가 19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렸다.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부 국제문제 담당 차관은 이날 ‘제1회 북한인권 국제회의’ 폐막연설에서 “북한의 암흑은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전과제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한반도 위성 사진을 보면 남쪽은 자유가 가져다준 번영의 생생한 표현으로 불빛이 환한 반면, 북쪽은 빛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평화와 자유는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 요소였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하순에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비난했던 그는, 이날은 다음주에 열리는 제4차 북핵 6자 회담을 의식한 듯 북한체제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했다. 이날 회의에는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등 미국 쪽 인사들과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회원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민주주의를 말한다>의 저자 나탄 샤란스키와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 정의용 열린우리당·김문수 한나라당 의원도 참석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등 부시 행정부 출신인사들은 대거 불참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6자회담서 북 인권 중요하게 다뤄야”
‘민주주의를 말한다’ 저자 나탄 샤란스키 주장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프리덤하우스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 국제회의에 참석한 나탄 샤란스키(왼쪽) 전 이스라엘 내각장관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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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말한다>의 저자인 나탄 샤란스키 전 이스라엘 내각장관은 19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회의에 참석한 뒤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옛 소련의 예를 들면서 “한국이 북한에 유화책만 사용하는 건 커다란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우리(서방세계)는 밀을 소련에 팔았지만 이 밀은 굶주리는 소련 인민들에게 간 게 아니라 군인들에게 갔고 소련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며, 한국정부의 대북지원도 이런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자 회담에선 북한인권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책 <민주주의를 말한다>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2기 외교정책 기조인 ‘민주주의 확산론’에 큰 영향을 줬다. 한국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금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인도주의적 원조기구들이 굶주린 주민들에게 직접 식량을 나눠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래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정권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면 지원해선 안 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소련의 체제 변화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주도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소련의 변화는 세사람이 가져왔다. 로널드 레이건과 헨리 잭슨 상원의원, 그리고 (소련의 반체제인사)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다. 고르바초프는 공산주의 체제를 구하려 했던 공산주의자였다. 다만 문제는 고르바초프가 국민들에게 ‘약간의 자유’만 허용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의 ‘민주주의 확산론’은 미국 일방주의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비판이 많다. =민주화의 형태는 각 나라 사정에 따라 다양하다. 내가 항상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가령 진정으로 민주개혁을 하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유화적) 정책은 잘못됐다. 그러나 ‘민주주의 확산정책’이 곧 군사적 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건 잘못이다. 이라크는 매우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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