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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1 19:21 수정 : 2005.09.07 11:27

북한 핵 관련 주요일지[큰 이미지보기]

4차 6자회담 핵을 넘어서 (상)


26일 베이징에서 시작되는 제4차 북핵 6자 회담은 이전의 세 차례 회담과 달리 ‘합의가 있는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대 제안’을 내놓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두드러진다. 회담의 관건은 한반도의 탈냉전이라는 방향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4차 6자 회담을 목표, 쟁점, 전망으로 나눠 점검한다.  

‘적대정책 철회’ 대 ‘핵폐기’ …‘말 대 말’ 합의 첫걸음
정부, 북-미 간극 메우고 반목청산 역사적 기회로

6자회담 경과
북한과 미국은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6자 회담 재개에 합의하면서, 회담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고 못박았다. 북한은 다음날인 10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은 즉각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다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6자 회담의 핵심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회담의 목표라는 근본적인 사안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회담의 목표를 정하는 것은 손에 나침반을 쥐는 것과 같다. 목표가 정해지면 방향을 잡고,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6자 회담은 목표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미로’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정부 당국자들이 한결같이 “군축이나 인권, 납치 문제는 6자 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긋는 것은, 이런 반성에 기초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이번 회담의 목표라는 데 참가국들의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면, 회담은 진정한 출발선에 서게 된다. 미로 같은 북핵 해법의 출구를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출구를 보고 입구를 찾는 새로운 접근이 가능해진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선 출구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실효적”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선 북한과 다른 회담 참가국들 사이에 ‘모호성’이 존재한다. 다른 참가국들이 이를 북한 핵폐기, 혹은 남·북한이 핵을 저장·생산·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뜻하는 것으로 좁혀보는 데 반해, 북한은 이를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김 주석이 생전에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합의한 만큼, 이 선언의 정신이 한반도 비핵화의 내용을 규정할 것으로 예측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은 지난 3월31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6자 회담을 군축 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한반도와 주변에서 핵전쟁 연습을 중지하고 △핵위협 공간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핵을 가진 나라가 비핵화를 선언한 나라에 핵을 들여오거나 경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다른 참가국들이 호응이 거의 없어, 북한으로서도 ‘협상의 지렛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3차 6자 회담에서 참가국들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초기 조처’의 조기 이행 필요성에 합의했다. 이른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단계별 과정에서 상호조율된 조처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었다. 이런 구도로 보면 한반도 비핵화는 출구이고, ‘말 대 말’은 입구이며, ‘행동 대 행동’은 둘을 잇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성패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출구를 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고,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여부는 ‘말 대 말’이라는 입구에 합의할 수 있느냐에 걸려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폐기 선언 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말 대 말’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이란 말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다자 안전보장을 약속하겠다는 선에서 팔짱을 꼈다. 주도적 역할을 자임한 정부로선 이런 간극을 메우는 구상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최근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침공하지 않으며, 체제 전환을 시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더욱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를 ‘말 대 말’로 담는 문제를 놓고 구체적인 협의가 예상된다.

한반도 비핵화는 탈냉전 이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 남은 냉전구조의 해체로 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한반도 비핵화가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로 이어지면서, 한반도에 드리운 대결과 반목의 그림자를 청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6자 회담은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인 계기”라며 “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이런 역사적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6자회담 결과

1차-비핵화 공동인식
2차-의지담아 의장성명
3차-추가조처 필용성 명시

한반도 비핵화는 지난 2003년 8월 1차 6자 회담 때부터 참가국들의 암묵적인 합의사항이었다. 명시적으로 못박진 않았지만, 한반도 비핵화가 6자 회담의 의제이고 목표라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다만, 이를 의제로 정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협상이 되는 것을 우려해 ‘생략’했을 뿐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1차 회담에선 ‘참가국들의 주장’이란 말로 표현된다. 중국은 폐막에 앞서 낸 의장요약문에서 “이번 회담에서 6개항의 공동 인식에 이르렀다”며 “참가국들은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런 공동 인식을 “이번 회담의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2월 2차 회담에선 ‘참가국들의 의지’라는 말로 무게를 더한다. 중국의 발표문 형식도 의장요약문에서 의장성명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당시 의장성명은 “한반도 비핵화 및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대해 참가국들이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당시 한반도 비핵화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라는 의미였다”며 “이를 위해 참가국들이 상호 조율된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4개월 뒤 열린 3차 회담에선 이런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초기 조처’ 필요성을 명시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역시 의장성명으로 나온 당시 발표문을 보면 “참가국들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초기 단계 조처들의 조속한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라고 돼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첫단계 조처를 먼저 취하자는 데까지 논의가 진전됐던 것”이라며 “4차 회담의 출발점도 여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91년 ‘비핵화’ 역사적 공동선언 비핵 5원칙 ‘선언’ 으로만

북한은 지난 1980년 초반부터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지속적으로 거론해왔다. 이는 한국전 이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들여 온 전술핵무기를 겨냥한 것이다. 한·미 당국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이른바 ‘엔시엔디’ 정책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80년대말 냉전체제가 급속히 무너지면서 미·소의 핵무기 폐기 움직임과 함께 한반도에 배치된 전술핵무기의 효용성이 떨어지면서 미국은 한반도 배치 핵무기 철수 의사를 밝혔다. 이는 1991년 11월 핵무기를 제조·보유·저장·배비·사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비핵 5원칙을 뼈대로 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 발표로 이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해 12월31일 역사적인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나왔다.

남북은 당시 비핵화 선언에서 비핵 5원칙을 재확인하고,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며,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92년 3월엔 차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핵화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핵통제공동위 구성에 합의하고, 남북 동시사찰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듬해 터진 제1차 북핵위기에 이어, 2차 핵위기를 맞으면서 비핵화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으로만 남았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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