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6자회담 핵을 넘어서 (중) 쟁점
두 쟁점 ‘유연한 접근’ 이 성공 열쇠 “핵 동결부터”-“바로 폐기해야” 맞서다 3차 실패
‘안전보장’ 일단 공감…정부 ‘우크라이나식’ 제안계획 지난해 6월 열린 3차 6자 회담은 ‘불운한 회담’이었다. 미국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아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음에도, 실제론 협상의 장기 중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행동 대 행동’을 신속히 취할 필요성에 대해선 참가국들이 공감했으나,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의 제안에 기초를 제공하며 좌판을 벌인 한국으로선, 이제 흥정을 벌이려 했는데 장이 서지 못한 셈이다. 3차 회담은 핵폐기 과정에서 이뤄질 ‘상호 조율된 조처’ 그 자체에 합의했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이견이 워낙 커 논의조차 못했다. 북한은 핵폐기의 첫단계로 동결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200만㎾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경제 재재 해제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이를 핵폐기 완료 이후로 미뤘다. 미국은 ‘동결’이란 말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연상시킨다며 ‘초기 준비기간’이란 용어를 고집할 정도로 경직된 자세를 보였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사실상 ‘선 핵폐기’의 리비아 방식을 강요하는 것으로,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3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북한에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모든 핵물질과 시설 봉인 △핵무기 및 부품 사용불능 조처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상응 조처는 △미국을 제외한 참가국들의 중유 지원 △잠정적 다자 안전보장 제공 △북한의 에너지 충족 방안 연구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경제 제재 해제 협의의 ‘시작’에 불과했다. 더욱이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더라도, △인권 개선 △생화학무기 폐기 △미사일 개발 중단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관계를 정상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선 북미 간에 타협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북한은 미국이 중유 지원에 참여하면 다른 요구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으나 허사였다. 북한은 3차 회담에서 미국이 협상안을 내놓았다는 점을 평가하긴 했지만, 내용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미국의 제안을 일축했다. 따라서 이번 4차 회담의 성패는 북미가 3차 회담의 제안에서 얼마나 신축성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미국의 태도도 문제지만, 북한 역시 유연한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미국은 최근 회담이 열리면 ‘신축성’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고, 북한 또한 ‘진지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의 이런 해결지향적 태도는 군축회담 제안과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시인 문제에 대한 접근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는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접촉에서 북한이 군축회담 주장을 철회하면,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시인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로 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회담 초기의 장애물은 일단 제거된 셈이다. 한국과 중국도 이 문제가 협상의 장애물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 가운데 하나인 대북 안전보장 문제는 일정한 공감을 이룬 상태로 보인다. 미국은 이를 다자가 공개적으로 문서화한다는 원칙을 표명한 바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다자 안전보장에 일리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은 애초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했으나, 얼마 뒤 법적 구속력 있는 불가침확약 요구로 돌아섰으며, 미국이 서면 다자 안전보장을 얘기한 이후에는 그런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미국·영국·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제거를 대가로 주권·독립·영토를 보장한 이른바 ‘우크라이나 방식’을 토대로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이번 회담에서 제안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북한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중대 제안’을 내놓은 것처럼,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도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최대장애물 ‘고농축우라늄’ 넘을까 미 “`북,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가동” 주장
북 전면부인…존재확인·처리과정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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