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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2 19:35 수정 : 2005.07.22 19:59

4차 6자회담 핵을 넘어서 (중) 쟁점


두 쟁점 ‘유연한 접근’ 이 성공 열쇠

“핵 동결부터”-“바로 폐기해야” 맞서다 3차 실패
‘안전보장’ 일단 공감…정부 ‘우크라이나식’ 제안계획

지난해 6월 열린 3차 6자 회담은 ‘불운한 회담’이었다. 미국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아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음에도, 실제론 협상의 장기 중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행동 대 행동’을 신속히 취할 필요성에 대해선 참가국들이 공감했으나,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의 제안에 기초를 제공하며 좌판을 벌인 한국으로선, 이제 흥정을 벌이려 했는데 장이 서지 못한 셈이다.

3차 회담은 핵폐기 과정에서 이뤄질 ‘상호 조율된 조처’ 그 자체에 합의했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이견이 워낙 커 논의조차 못했다. 북한은 핵폐기의 첫단계로 동결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200만㎾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경제 재재 해제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이를 핵폐기 완료 이후로 미뤘다. 미국은 ‘동결’이란 말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연상시킨다며 ‘초기 준비기간’이란 용어를 고집할 정도로 경직된 자세를 보였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사실상 ‘선 핵폐기’의 리비아 방식을 강요하는 것으로,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3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북한에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모든 핵물질과 시설 봉인 △핵무기 및 부품 사용불능 조처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상응 조처는 △미국을 제외한 참가국들의 중유 지원 △잠정적 다자 안전보장 제공 △북한의 에너지 충족 방안 연구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경제 제재 해제 협의의 ‘시작’에 불과했다.

더욱이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더라도, △인권 개선 △생화학무기 폐기 △미사일 개발 중단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관계를 정상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선 북­미 간에 타협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북한은 미국이 중유 지원에 참여하면 다른 요구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으나 허사였다. 북한은 3차 회담에서 미국이 협상안을 내놓았다는 점을 평가하긴 했지만, 내용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미국의 제안을 일축했다.

따라서 이번 4차 회담의 성패는 북­미가 3차 회담의 제안에서 얼마나 신축성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미국의 태도도 문제지만, 북한 역시 유연한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미국은 최근 회담이 열리면 ‘신축성’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고, 북한 또한 ‘진지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의 이런 해결지향적 태도는 군축회담 제안과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시인 문제에 대한 접근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는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접촉에서 북한이 군축회담 주장을 철회하면,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시인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로 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회담 초기의 장애물은 일단 제거된 셈이다. 한국과 중국도 이 문제가 협상의 장애물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 가운데 하나인 대북 안전보장 문제는 일정한 공감을 이룬 상태로 보인다. 미국은 이를 다자가 공개적으로 문서화한다는 원칙을 표명한 바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다자 안전보장에 일리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은 애초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했으나, 얼마 뒤 법적 구속력 있는 불가침확약 요구로 돌아섰으며, 미국이 서면 다자 안전보장을 얘기한 이후에는 그런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미국·영국·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제거를 대가로 주권·독립·영토를 보장한 이른바 ‘우크라이나 방식’을 토대로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이번 회담에서 제안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북한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중대 제안’을 내놓은 것처럼,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도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최대장애물 ‘고농축우라늄’ 넘을까

미 “`북,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가동” 주장
북 전면부인…존재확인·처리과정 ‘뇌관’

“미국이 농축우라늄 문제를 걸고, 북한이 군축회담화로 맞받으면 회담의 ‘실질적 진전’은 어려워질 것이다.”

오는 26일 4차 북핵 6자 회담 개막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한결같은 지적이다. 북한이 보유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이 ‘고백성사’를 강하게 요구하거나, 역으로 북한이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강조하며 6자 회담을 군축회담화 하자는 주장을 끝내 굽히지 않을 경우 협상은 시작조차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우라늄농축 문제는 6자 회담이 시작된 원인이자, 지난 3차례 회담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최대 장애물이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10월 이른바 ‘제2차 북핵위기’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통한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고 미국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또 6자 회담이 시작된 뒤 미국은 “다 알고 있으니 어서 실토하라”고 밀어부쳤지만, 북한이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한 일종의 ‘진실 게임’이 돼버린 모양새다.

한국은 미국쪽이 제기하는 의혹의 근거가 되는 원심분리기용 고강도알루미늄관 수입 시도라든가, 파키스탄의 핵물질 거래 커넥션에 대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핵 의혹에서는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해왔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의혹에 관한 한 한국이 “북한과 미국의 중간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이 문제를 회담의 입구에 두지 말고, 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게 한국의 입장이다. 또 농축프로그램의 수준, 진전 여부 등에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농축프로그램을 동결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와 폐기 및 검증과정에서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등은 매우 까다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핵 포기 대가로 ‘안전보장’ 약속

‘우크라이나 방식‘ 이란

다자안전보장의 전범이자, 북핵 문제 해법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방식’은 지난 1994년 미국을 포함한 핵 보유국들이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포기와 제거에 상응하는 조처로 안전보장을 약속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91년 옛 소련이 무너지면서 돌연 세계 3위의 핵 보유국이 됐다. 옛 소련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우크라이나에는 당시 핵 미사일 176기, 핵탄두 1800여기가 쌓여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의 침략 가능성을 이유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러시아·영국 등 3국은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나서, 94년 ‘우크라이나의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에 관한 안전보장 각서’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각서는 △독립·주권·영토 보장 △자위의 경우 말고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영토에 대한 군사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하지 않음 △경제적 강압 조처를 취하지 않음 △우크라이나가 재래식 또는 핵 공격을 받을 경우 3국이 즉각적으로 유엔 안보리 조처를 통해 지원함 △3국은 자신들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말고는 어떤 형태로도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음 △합의 사항에 문제가 생기면 3국이 서로 협의함 등 6개항으로 돼 있다. 나머지 핵 보유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중국도 별도의 양해각서로 합의에 동참했다.

우크라이나는 그해 12월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고, 미국의 비용지원 아래 2000년까지 핵무기를 모두 없애거나 러시아로 넘겼다. 미국과 영국은 또 우크라이나에 차관 지원을 통해 경제 재건을 도왔다.

이지은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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