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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4 21:25 수정 : 2005.07.24 21:30

제4차 북핵 6자 회담의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 오후 북한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서 중국 공안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4차 6자회담 핵을 넘어서 (하) 전망

참가국들 강한 구속력 ‘합의문’ 의지
북-미 양자협상 ‘대등한 협상상대’ 로
미국도 “선핵폐기 유연성” 진정 예고

제4차 북핵 6자 회담은 말 그대로 ‘실질적 진전’을 예고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22일 복수의 6자회담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은 종래 3∼4일이던 회담 기간을 장기화하는 것도 불사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고, 참가국에 강한 구속력을 지닌 공동 문서를 작성하는 방향으로 참가국들과의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의장 성명보다는 좀 더 강화된 합의 형식을 이뤄내도록 관계국과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차 회담까지의 결과가 ‘의장 요약문’이나 ‘의장 성명’으로 마무리 됐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합의문’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질지는, 그야말로 회담을 해봐야 아는 일이다. 다만, 참가국들 간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회담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고 봐야 한다. 합의문에도 모든 핵의 완전한 폐기를 천명하고, 그에 상응해 북한의 안보상의 우려를 해소한다는 내용을 병기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합의 이행의 원칙에 대해서도 별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3차 6자 회담에서 발표된 의장성명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비핵화’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다르면, 그에 대한 합의는 사실 무의미하다. 일반적인 목표와 원칙에 대한 합의가 얼마나 구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예컨대 모든 합의의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동결만 하더라도, 동결의 대상과 범위에 농축우라늄 문제를 포함시키느냐를 놓고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을 ‘미로 찾기’에 비유하면서, “미로의 출구를 먼저 확인하는 것”을 강조한 대목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출구쪽에서 보면 농축우라늄의 미로도 해법이 보인다는 것인데, 그 궁극적 출구란 북핵의 폐기이자 북한과 미국, 일본간의 적대적 관계 해소일 것이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22일 한국이 내놓은 ‘중대 제안’에 대해 “그것 자체는 문제 해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동기로는 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북핵 폐기의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 장관도 6자 회담의 재개를 위해 지난 5월말 미국에 가서 나눈 대화의 큰 줄거리가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였다고 말했다. 제네바 합의가 북-미간의 불신으로 좌초했듯, 핵 문제 해결 이후의 탈냉전이라는 큰 그림 없이 6자 회담의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 3차 회담까지와 비교해 보면, 이번 4차 회담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이미 ‘진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북한의 표현처럼, 회담의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6자 회담의 기초란 두가지였다. 하나는 미국이 북한을 대등한 협상 상대로 인정할 것인가다. 지난 9일 베이징 북-미 수석대표접촉을 통해 북한이 회담 복귀 결정을 내리고 있듯, 6자 회담 재개의 과정 그 자체가 북-미 양자협상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뉴욕에서의 여러번에 걸친 양자접촉에 이은 베이징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대등한 협상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핵문제 해결의 구체적 프로세스에 적용될 원칙이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에 입각해 첫 단계로서 ‘동결 대 보상’의 동시이행 원칙에 미국이 동의하고 있는가였다. 이는 3차 6자 회담 의장성명 요지에서 확인된 것이었으나, 북한은 미국이 그 뒤 이를 뒤집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6자 회담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3차 회담에서 내놓은 미국의 제안이 고정불변의 최종안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말 대 말’ 및 ‘행동 대 행동’ 차원에서 문제를 풀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 이행원칙에 따라 미국의 ‘선 핵폐기’ 고수 방침에 절충의 여지가 있음을 보인 것이다.

사실 ‘실질적 진전’이라는 말은 모호하다. ‘잘될 것이다’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어떻게 보면 합의의 실체보다는 합의가 탈냉전의 지향점을 보여줄 것인가가 회담의 성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끝>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소파→별실→테이블?

북·미 접촉 수준 ‘회동에서 협상으로’ 높아질듯

이번 회담에선 북한과 미국의 양자접촉이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가 지난 9일 베이징 접촉에서 회담 재개에 전격 합의하는 등 전례없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접촉은 지난 세 차례의 회담에서도 이뤄졌으나, 그야말로 ‘회동’에 그쳐 ‘협상’이라고 부르기엔 미흡했다.

북­미접촉은 2003년 8월 1차 회담에선 회의장 구석 소파에서 이뤄졌다. 당시 미국은 회담장이 아닌 곳에선 북한과 절대로 접촉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결국 주최국인 중국은 회담장 구석 4곳에 소파를 배치해 ‘커피 타임’ 형식으로 자연스레 양자접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당시 북­미접촉은 험악한 분위기로 끝났다. 김영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고, 켈리 차관보는 이에 격노해 북한에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은 애초 다음날에도 북­미 양자접촉에 응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접촉으로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2차 회담에선 별실에서 북­미접촉이 이뤄졌다. 그러나 별실에는 테이블도 없이 의자만 달랑 놓였다. 북­미접촉이 본격화하면 6자 회담은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가 연출한 진풍경이었다. 4개월 뒤 열린 3차 회담에서도 북­미접촉은 별실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횟수가 두 차례로 늘었고, 별실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였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접촉은 소규모 회의의 중간이나 오·만찬을 전후한 시간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적극적인 행보를 감안할 때 이번 회담에선 북­미접촉이 ‘협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비효휼적 전체회의 방식 바꾸자”

EU-이란 핵협상 틀 관심

포괄결정 조정위 밑에
구체논의 분과위 설치

4차 6자회담 어떻게 바뀌나
6자 회담의 기존 형식이 해법을 만들어내는 협상의 틀로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모두 합하면 100명이 넘는 각 나라 대표단들이 한데 모여 의견 발표를 하는 전체회의에서는 토론과 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형식에 변화가 예상되는데,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3개국과 이란의 핵 협상 방식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방식은 포괄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장관급 조정위원회 아래에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하는 국장급 분과위원회를 두는 것이다. 핵, 기술·경제, 정치 등 3개 핵심 쟁점별로 설치된 분과위가 논의 내용을 조정위에 올리면, 조정위는 최종 조율을 거쳐 결정을 내리는 2단계의 의사결정방식이다. 이 3개 분과위는 거의 매주 회의를 열어, 협상 자체가 상설 회담에 가까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6자 회담 한국 차석대표인 조태용 외교통상부 북핵 외교기획단장은 지난 5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세미나에서 유럽연합과 이란의 이런 핵 협상 방식을 원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방식이 채택된다면, 6자 회담 전체회의 산하에 △핵 문제 △경제협력 문제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 등 분야별 실무위원회를 설치해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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