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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5 20:04 수정 : 2005.07.25 22:44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녹색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등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제4차 6자 회담에서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전환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인사 동시통역 시간절약 본회담 다음날로
개막전부터 남-북·북-미·한-미 양자접촉


26일 오전 9시 중국 베이징 조어대의 팡페이위안 1층 본회의장에서 열리는 제4차 6자 회담 개막식은 곧바로 전체회의와 기조연설이 이어지던 과거 1~3차 회담에 견줘 간략하게 진행된다.

개막식은 의장국인 중국의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의 개회 선언과 리자오싱 외교부장의 개막사로 시작한다. 이어 본회의장에 육각형으로 배치된 탁자에 둘러앉은 각국 대표단이 중국-북한-일본-한국-러시아-미국 순으로 2분 가량씩 인사말을 한다. 순서는 과거와 같다. 전체회의에서는 5개 국어로 순차통역을 하지만, 인사말은 동시통역으로 진행한다. 이에 따라 개막식 종료 선언까지는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이 이처럼 간소해진 것은 양자접촉 등 실무협의에 비중을 둔 회담 형식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전에는 개막식 직후 곧바로 본회담장에서 전체회의를 했으나, 이번엔 수석대표와 대표단 2~3명이 참여하는 소규모 회의를 연다. 2층에 마련된 소회의실에서 나라별로 양자 협의도 열린다. 전체회의는 27일 열리며, 각 나라의 이번 회담에 임하는 기본 입장을 담은 기조연설도 이날로 잡혔다.

이런 형식 변화는 회담 성공을 위한 정지작업의 의미를 띠고 있다. 소규모 회의나 양자 접촉을 미리 진행해 견해차를 조금이라도 줄인다면 기조연설에서 각 나라가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는 대신 어느 정도 정리된 기본 태도를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 참가국들의 양자접촉은 지난 24일 남북 접촉을 비롯해 25일 한-미, 한-일, 북-미, 미-일, 미-러 접촉 등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4차 6자회담 각국 입장 요약



“성과 거둘때까지 협상하자” 회기는 미정
한국 “전체회의 아래 분과위 두자” 제안

양자 접촉 중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북-미 접촉이다. 특히 한국 대표단이 북한과 미국 대표단을 차례로 만난 뒤 북-미 접촉이 이뤄진 것은 한국이 이번 회담의 촉진자로서 주도적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북은 26일 본회담 개막 이후에도 양자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끌어내는 데 힘을 모으기로 해 추가적인 접촉이 수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접촉이 회담 개막 이전에 조어대에서 이뤄진 것도 회담장에서의 북-미 접촉이 ‘회동’에서 ‘협상’으로 실질적 진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납치 문제가 걸려 있는 일본과 북한의 접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3자 협의도 잡혀 있지 않다. 이는 자칫 북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형식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각 나라에 전체회의 아래에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대한 북쪽의 반응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기간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보통 3∼4일에 걸쳐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각 나라가 실질적 성과를 거둘 때까지 기한을 두지 않고 협상하자는 태도다. 특히 한국 정부는 합의문 도출을 위해, 한 달의 회기를 두고 중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차수 변경 없이 회담을 계속하자는 제안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각국 대표단 어떻게 짜여졌나

미국통 3인방 총출동

북한=대표단장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6개국 수석대표 가운데 회담 경험이 제일 많다. 2차 회담 때부터 수석대표로 현장 지휘를 맡았다. 김 부상은 90년대 초부터 미사일 회담, 금창리 회담, 제네바 협상 등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담당해 온 외무성의 대표적인 미국 전문가다.

차석대표인 리근 미주국장도 그동안 6자 회담 대표단원으로 활동해 왔다. 리 국장은 군 출신으로, 1980년대 외무성 미주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미 전문가로 고속 승진했다. 지난 6월말 뉴욕세미나에서 조셉 디트라니 미 국무부 대북협상대사와 만나 4차 6자 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을 텄다. 한성렬 유엔 주재 차석 대사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뉴욕 채널’을 통해 의견 교환을 해온 미 국무부와의 의사 소통로 구실을 맡고 있다.

북한의 ‘숨은 대표단’은 평양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다. 그는 회담 내용을 김정일 국방위원장한테 보고하고, 베이징의 대표단에게 김 위원장의 훈령을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핵 전문가로, 대미 외교의 실질적 수장이다.

베이징/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강경파 지원세력 빠져

미국=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단장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국방부의 한국 담당 실무관리들로 대표단이 짜여졌다. 전체적으로 지난 1~3차 때와 대표단 면면이 비슷하지만, 딕 체니 부통령 등 미 행정부내 강경파의 지원을 받는 인사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2월 열린 2차 회담 직전엔 강경파인 존 볼턴 국무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의 보좌관인 마크 그룸브리지 박사가 대표단에 추가됐지만, 이번 대표단에선 그의 이름이 빠졌다.

국무부에선 힐 차관보 외에 조지프 디트라니 대북협상 대사와 제임스 포스터 한국과장이 참여하고 있다. 국방부에선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이 지난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미국쪽 대표로 나선다.

새롭게 눈에 띄는 사람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국장이다. 한국계인 그는 조지타운대 교수를 지내다 올해 초 조지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때 국가안보회의로 발탁됐다. 그는 이달 초 뉴욕서 열린 세미나에서 디트라니 대사, 포스터 과장과 함께 손을 맞추며, 북한의 리근 외무성 미주국장, 한성렬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와 얼굴을 익혔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25명…국가안전보장회의 망라

한국=대표단 8명과 실무지원 인력 17명 등 모두 25명으로 대표단을 꾸렸다. 회담 대표단에는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비롯해 조태용 북핵외교기획단장, 배영한 외교부 홍보관리관, 박찬봉 통일부 통일정책심의관, 박선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 임성남 주미 참사관 등이 포진했다. 외교부와 통일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망라한 체제다.

송 차관보에게 이번 회담은 데뷔 무대이다. 지난 3차 회담까지 한국 수석대표를 맡았던 이수혁 차관보 후임인 그는, 그간 회담 재개와 실질적 진전을 위해 회담장 밖을 누볐다. 외교부에서 북미1과장과 북미국장을 지냈으며, 폴란드대사 시절 역시 폴란드대사였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친분을 쌓았다. 조 단장은 2차 회담 때부터 차석대표로 참석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우다웨이 직선적 성격…사심없어

중국=수석대표는 우다웨이(59) 외교부 부부장이, 차석대표는 닝푸쿠이 외교부 한반도사무전담대사가 맡는다. 우 부부장은 1∼3차 6자 회담의 의장을 맡아왔던 왕이 현 주일 대사와 자리를 맞바꿔, 이번 회담의 의장으로 전체 진행을 책임진다. 그는 1973년 3등비서 시절부터 주일 대사에 이르기까지 연 17년 일본에서 근무한 일본통이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는 2대 한국 대사도 지냈다. 직선적 성격인데다 정년퇴임을 코앞에 두고 있어 업무 처리에 ‘사심’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주한 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닝푸쿠이 한반도사무전담대사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한국어에 능통한 한반도 전문가다. 캄보디아 대사를 지낸 뒤 2003년 10월부터 한반도사무전담대사로 일해왔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납치문제는 북-일 문제” 단호

러시아=주일대사로 옮긴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부 차관의 뒤를 이어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이 지난해 6월 3차 회담 때부터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차석 대표는 지난해 주한 러시아대사관 공사에서 아시아 제1국 부국장으로 옮긴 ‘한반도통’ 알렉산드르 티모닌 부국장이다.

알렉세예프 차관은 모스크바에서 남·북한 외교당국자들과 자주 대화를 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이 깊은 편이다. 그는 ‘핵 프로그램 폐기 대 실질적 보상’이라는 ‘일괄타결’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단계적 접근 △핵폐기와 북한이 우려하는 안보와 에너지 지원의 상응한 보상 등 러시아의 기본 입장을 대변해왔다. 그는 특히 일본의 납치 문제는 북-일 양자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1∼3차 대표와 성향 차이 없어

일본=지난 1월 외무성 심의관으로 승진한 야부나카 미토지의 뒤를 이은 사사에 겐이치로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수석대표를 맡았다.

이번 회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본 방침은 물론, 1∼3차 회담에 참여했던 야부나카 전 국장과 사사에 국장의 성향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본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사사에 국장은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우다웨이 중국 수석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원만하게 회담을 진행해 대화가 궤도에 오르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우 대표의 발언에 대해, ‘원만한 것으로는 되지 않는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울서 열린 한·미·일 3자협의회에서도 납치문제 등 일본쪽 주장을 내세워 빈축을 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차석 대표는 사이키 아키타카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이 그대로 맡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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