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각국 대표 인사말
북 “전략적 결단 확언”…미 “에너지 처리” 화답
남 “서로 이익존중을”…각국 ‘실질적 진전’ 강조
26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팡페이위안에서 열린 제4차 6자 회담 개막식 인사말에서 6개국은 한목소리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한 ‘실질적 진전’을 강조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준비가 돼 있다”는 말로 협상 의지를 보였다. “적극적 성과 내자”=주최국 중국이 먼저 멍석을 깔았다. 우다웨이 중국 수석대표는 개막사에서 “각국 대표단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큰 계획을 놓고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환영사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과 함께 ‘한반도의 영구적 안정’에 대한 기대를 담았다. 그는 ‘각국의 정확한 선택’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열린 세 차례의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평화적 해결 방안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동의 인식에 이르렀다”며, ‘구동존이’(같은 것을 추구하고 다른 것은 그대로 둔다)를 거듭 촉구했다. “준비돼 있다”=두번째 발언에 나선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는 ‘확언한다’는 표현을 두번이나 했다. 그는 다른 대표들과는 달리 5개국 순차통역을 배려해, 한 문장을 읽고 통역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또 ‘당신들의 출현’이라는 번역 투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지난 2월 북한이 6자 회담 무기한 불참을 선언한 뒤 한국과 미국 등이 북한에 전략적 결단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북한 쪽이 전략적 결단을 역설했다.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협을 없애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당사자들의 확고한 정치적 의지와 전략적 결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확언한다”고 강조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대표단들도 그런 준비가 돼 있으리라 믿는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또 “이번에 처음으로 회담에 참가하는 단장들에게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며 “새로운 활력과 참신한 사고를 보여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에 대한 기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납치·미사일 언급”=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수석대표는 “북-일 선언에 따라 북-일 관계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미사일과 납치 문제 등 현안 해결에 북한이 정치적인 태도를 갖고, 이번 회담에서 각국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이 회담의 효율성이 의심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대북 안전보장 기대”=송민순 한국 수석대표는 각국에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는 ‘용기’를 주문했다. 북한이 미국의 이익을, 미국이 북한의 이익을 존중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말이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을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국이 제의한 ‘중대 제안’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북한의 핵 폐기에 상응하는 조처로는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와 안전보장 약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게 (이번 회담의) 목표”라며 “이런 초점을 분산시키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첫날 인사말에서 유일하게 ‘납치’와 ‘미사일’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일본을 겨냥한 것인데, ‘결코’라는 강한 표현을 써서 불만을 표시했다. “공동문건 만들자”=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수석대표는 “문제 해결의 경로와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기초가 마련돼 있다”며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이번 회담의 결과로서 공동문건을 만들어 회담의 목표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쌓아야 한다”며 “러시아는 회담에 건설적으로 기여하고 북핵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금은 관건적 시기”=마지막 발언에 나선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는 북한이 강조해 온 ‘말 대 말’과 ‘행동 대 행동’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언급해, 작은 ‘용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려 영구적으로 완전하게, 검증 가능하게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상응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북한의 안전과 에너지 문제를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북한의 준비가 돼 있다는 말에 호응했다. 그는 “지금은 관건적 시기”라며 “한반도에 핵무기가 출현하는 것은 이 지역의 영구적 평화에도 이롭지 않고 심지어는 전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점과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고 침공할 의사도 없다”는 점도 거듭 확인했다. 베이징/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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