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1 18:52
수정 : 2005.08.01 19:17
‘항해’로 출발, ‘집’짓더니 ‘자동차 여행’까지…
6자 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핀잔을 줄 때도 ‘우물에서 숭늉 찾지 말라’는 식으로 말한다. 비유를 즐겨쓰는 그의 화법은 이번 4차 회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면 이해는 되는데, 정작 알맹이는 잡히지 않는다.
예컨대 송 차관보는 1주일 동안의 회담 상황을 ‘자동차 여행’에 빗댔다. “지난 1주일 동안 국도를 달려 도심 진입로까지 왔다. 이제부터 목적지까지는 신호등도 많고 교통체증도 심할 것이다. 거리는 멀지 않지만 시간은 걸릴 수 있다.”
‘한 개의 지붕(한반도 비핵화)’과 ‘두 개의 기둥(북핵 폐기와 관계정상화)’을 가진 ‘집’이라고 그 자신이 표현했던 공동 문건의 기본 틀을 짜는 단계에 들어섰지만, 이견 때문에 합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들어도 무슨 문제가 ‘신호등’이고, 누가 ‘교통체증’을 야기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다. 지난 26일 개막식 인사말에서 그는 ‘어느 항구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항해사에게는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소용이 없다’는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말을 들어, 회담의 목표를 분명히 하자고 강조했다. 27일 기조연설 뒤에는 ‘물잔’을 꺼내 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물잔에 물이 빨리 차겠지만, 그 다음에는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로 채워질 것”이라며, 회담이 공감대 확인을 거쳐 쟁점을 놓고 본격적으로 협상하는 국면으로 변화했음을 내비쳤다.
28일엔 “테이블에 내놓은 암나사와 수나사 가운데 맞는 부분은 그대로 끼우면 되지만, 안 맞는 부분은 다듬어야 하고, 어떤 것은 공장(본국)에 보내 깎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안 도출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설명한 셈이다.
시간이 걸린다고 알맹이를 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엔진과 핸들이 없는 자동차는 있을 수 없다”며, 공동 문건에 핵 폐기와 관계정상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말이 가까워지면서 회담 기간을 묻는 질문이 많아지자, “삼국지에 ‘모사재민 성사재천(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이루는 것은 하늘)’이란 말이 있다”고 에둘러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공동문건 초안을 내놓은 30일 이후, 그의 비유법도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그는 “빨리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직설 화법’으로 회담의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베이징/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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