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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2 18:27 수정 : 2005.08.03 02:53

제4차 6자 회담 개막 8일째인 2일 오전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숙소인 베이징 중국대반점을 나서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핵심사항 이견 좁힐 각국 지혜 바닥” 판단 북 김계관 대표 “최대한 결과물 마련할것”



 “내가 당나귀 같다.”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2일 각국의 이해관계를 집약한 공동문건 4차 초안을 각국 수석대표들에게 제출하기에 앞서, ‘검려지기’(黔驢之技)란 고사성어를 들어 자신의 처지를 당나귀에 비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이라는 곳에 누군가가 당나귀를 풀어놓았는데, 호랑이가 처음엔 당나귀를 신성한 동물로 여겨 며칠 동안 서성거렸다. 그러다 호랑이가 덮칠 것으로 생각한 당나귀가 뒷발질을 함으로써 자신의 기량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호랑이 밥이 됐다는 뜻이다. 이 고사성어는 ‘서투른 짓거리’로 화를 자초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가 6자 회담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자신이 당나귀처럼 잡아먹히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뒷발질을 할테니, 북한과 미국 등이 이제 결단을 내리라는 얘기다.

우 부부장은 이날 각국 수석대표들과의 점심에서 일대일로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일본에는 특별한 제안을 덧붙였다고 한다. 그는 “내가 18년 동안 도쿄에서 근무해 일본 문학을 좀 아는데, 술 마시고 한 말은 책임이 없다더라”며 ‘핵심 쟁점’에 대해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운을 뗐다는 것이다. 일본의 납치문제 제기에 대한 중국의 해법을 전한 셈이다.

비유법을 쓰긴 했지만 북한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 모두 최후통첩성 중재안을 내놓은 것이다. 공동문건 문안 협의가 벽에 부닥친 상황에서 나온 중국의 이런 자세에 대해, 한국 역시 적극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각국 특히 북한과 미국의 결단이다. 따라서 3일 회담은 결정적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4차 초안에 각국이 동의할 경우 곧바로 공동성명의 합의 절차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런 결단 촉구는 북-미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각국의 지혜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일 밤부터 북한과 미국 대표단의 협상은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마저 보였다. 회담 관계자는 북-미가 “협상 의지는 강하나 이견을 돌파하는 데는 힘이 부친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아침 숙소를 떠나면서 “우리가 가진 지혜는 소진돼 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의장국으로서 각국의 지혜를 종합하는 데 초점을 맞춘 중국으로서는 이제 모든 걸 걸고 최종 담판에 나서야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협상 의지도 이번 회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온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 북한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미국 대표단을 북한 식당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는 등 미국을 비판하는 선전전에 열중했던 과거 회담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핵 폐기와 북한의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기본 대립점은 협상의지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회담장 주변에선 평양과 워싱턴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에 왔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 점에서 김계관 북쪽 수석대표가 2일 오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결심’을 강조한 건 긍정적 조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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