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3 19:12
수정 : 2005.08.0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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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6자 회담 9일째인 3일 오전, 취재진이 회담장인 베이징 조어대(댜오위타이) 앞에서 비를 맞으며 각국 대표들의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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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핵이용 둘러싸고
미 “핵개발 우려” 북 “주권적 권리”
제4차 6자 회담에서 의장국인 중국이 사실상 최종안으로 제시한 공동문건 4차 초안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 폐기, 그에 대한 상응 조처 등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목표로 삼아야 할 ‘출구’를 제시하고 있다. 이 초안이 공동성명으로 채택되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이정표로서 탈냉전의 한반도 질서를 만들어갈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문건의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과 이를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을 어떻게 세우느냐다. 한반도 비핵화는 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합의한 것이므로, 두 기둥인 ‘북한 핵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어떤 수준에서 어떤 용어로 정의할 것이냐가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북한 핵폐기의 대상과 범위, 북한 핵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의 연계 여부 등 근본적인 쟁점에 닿는다.
실제로 북-미는 공동문건 협의 내내 북한의 핵폐기 범위를 어떻게 명시할 것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고, 막판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어떻게 인정할 것이냐를 놓고 씨름을 벌였다. 그러나 북한 핵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연계하는 문제의 경우, 관계 정상화가 다른 양자 현안들인 인권, 미사일, 납치 문제 등을 포괄하고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초안에는 ‘관계 정상화에 착수한다’는 선에서 느슨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핵 폐기의 범위다. 미국은 북한의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 제거에 따라,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관계 정상화에 따라 ‘핵무기 및 핵무기 계획’을 폐기하겠다고 맞섰다. 중국의 4차 초안은 이를 절충한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이 원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폐기’라는 문구가 들어갔는지는 분명치 않다. 정부 관계자들은 3일 ‘누가 봐도 핵폐기로 볼 수 있는 뜻’을 담았다고만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막판까지 동의 표시를 유보하고 있는 점에 비춰, 핵 폐기 범위에 대한 중국의 절충안은 미국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핵 폐기의 범위 못지 않게 쟁점이 된 것은 ‘평화적 핵 이용 권리’였다. 북한은 ‘이는 주권적 권리로서, 폐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쪽이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아래서 그런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이해’를 표시했으나, 핵 개발 전과와 의혹을 갖고 있는 북한이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 데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의 4차 초안은 국제규범에 따라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해, 원칙적으론 북한 뜻이 반영됐음을 내비쳤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초안은 ‘모든 핵의 폐기’라는 문제에선 미국의 주장을,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 문제에선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양자가 모순될 수 있는 측면은 모호하게 4차 초안이라는 하나의 합의로 만들어냈다.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의 창의성과 균형감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베이징/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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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4차 초안’ 내용은?
이견있는 표현 피하고 포괄적 언급
중국이 내놓은 4차 초안은 ‘균형’과 ‘집약’을 통한 높은 수준의 ‘합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3일 이를 “장대 높이뛰기에서 바를 높이 두고 있는 것”에 비유했다.
이 초안은 6개 항목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단락으로 이뤄진 항목도 있고, 여러 단락으로 구성된 항목도 있다고 한다.
중국은 지난달 27일 기조연설에서 △대화를 통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유관국의 주권 존중, 불침공, 내정불간섭, 평화공존, 관계 정상화 추진 △유관국의 정상적 경제협력과 교역관계 수립 △상호 신뢰조처 구축과 무력 불사용 및 불위협 △한반도 냉전잔재 종식과 평화·안정 실현 등 공동문건에 대한 초보적인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이를 토대로 네차례에 걸쳐 각국의 견해와 이해를 집약한 초안을 제출했다.
초안에는 농축 우라늄, 핵의 평화적 이용, 경수로, 납치, 인권, 미사일 등 참가국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 직접적인 표현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용어는 이들을 포함하거나 반영하는, 포괄적인 언급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일본이 제기한 납치 문제는 북-일 관계 정상화와 묶을 수 있는,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을 언급함으로써 포괄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상응 조처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에너지 지원과 관련해선 참가국들의 ‘중유 제공’과 한국의 ‘송전 제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들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결이나 초기 조처 등 이행을 담은 용어들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유강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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