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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4 18:21 수정 : 2005.08.05 01:36

제4차 6자 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수행원을 태운 차량이 4일 오전 베이징 북한대사관을 나서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남-북-미 3자 협의 ‘극적 타결’ 없어
미국쪽 ‘북 반응 기대이하’ 표정 역력
중국, 북-미 오가며 막판 조정에 총력


4일 베이징 조어대는 하루 종일 긴박했다. 각국 수석대표들은 ‘마이크를 쓰지 않는 협상’으로 분주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이날 한국이 중재한 남-북-미 3자 협의에서 중국이 지난 2일 내놓은 공동문건 4차 초안을 놓고 ‘본심’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후 5시30분(한국시각 오후 6시30분) 남-북-미 3자 협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담장 주변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4차 초안이 나온 이후 미국이 북한과 만날 이유가 없다며 양자 협의를 거부한 터라, 이날 3자 협의는 사실상 북-미 담판으로 받아들여졌다.

북한은 3자 협의에 앞서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까지 했다. “뭔가 있을테니 북한대사관 앞으로 나오라”는 말로 시작한 북한의 돌발성 예고는, 얼마 뒤 “기자회견을 하면 알려주겠다”는 말로 좀더 구체화했다. 북한대사관 앞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들었다.

오후 6시25분 남-북-미 3자 협의가 끝났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협의가 끝났다는 점 때문에 결과를 두고 온갖 추측이 오갔다. 북-미가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관측과 극적인 타협을 이뤘다는 관측이 엇갈렸다.

제4차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왼쪽)가 4일 오전 회의장인 댜오위타이(조어대)로 가기위해 숙소인 국제구락부를 나서면서 취재중이던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밤 9시10분 중국이 소집한 수석대표회의에 각국 수석대표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이런 설왕설래는 증폭됐다. 이번 회담이 마침내 긴 터널의 끝에 들어섰다는 전망도 돌았다. 하지만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회담은 계속된다”고 밝히면서, 극적인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었다.

밤 10시35분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북한대사관 앞에 나타났다. 그는 수석대표 회의를 마친 뒤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3분 동안 북한의 입장을 밝히면서, ‘평화적 핵이용 권리’ 등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비난했다.

조어대에서 벌어진 긴박했던 하루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북-미가 서로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모두 ‘회담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넘진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결렬도 타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중국이 공동문건 4차 초안을 내놓은 이후, 베이징에선 평양의 ‘입’만 바라보는, ‘침묵과 기다림’의 교착이 계속됐다. 공동문건 협상 과정에서 지혜가 바닥나는 순간에 중국의 결단으로 전기가 마련됐지만, 상황이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데 대한 피로감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 대표단 주변엔 초조감이 엿보였다. 북한이 중국의 공동문건 초안을 받아들이길 바라면서도, 희망이 현실로 바뀔지는 자신하지 못했다. 미국 대표단 주변에선 실망감이 감돌았다. 한국 회담 관계자는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회담장 밖에선 미국 정부 내 강경파와도 힘겨운 협상을 벌였을 것”이라며 “북한의 반응은 그에게 좌절감을 안겼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동분서주도 이날 상황에선 역부족이었다. ‘호랑이 밥이 되는 것을 자초한 당나귀의 서투른 뒷발질’이라는 고사성어까지 들먹이며 승부수를 띄운 중국은, 북-미를 오가며 거중조정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도 북-미 협의를 주선해 측면지원에 나섰으나, 역시 돌파구를 뚫지는 못했다.베이징/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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