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에너지 이용권’ 북-미 관계복원되면 자연스레 플려
|
서동만 교수-박순성 교수
‘핵 에너지 이용권’ 북-미 관계복원되면 자연스레 풀려
4차 6자회담은 북핵 문제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해 기존의 합의와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역사적인 문건을 만드는 회담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91년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뛰어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의 요구를 했으며, 미국 또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서 보장하고 있는 ‘핵의 평화적 이용’의 권한을 제한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94년 제네바 기본합의는 사실상 폐기된 데 이어 제네바 합의의 열쇠였던 경수로가 이번 회담에서 합의의 장애물로 부각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제네바 합의의 틀과는 다른 해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은 그 해법의 열쇠가 ‘관계정상화’에 있다고 보는 듯 하다. 8일 본사 편집국에서 서동만 교수(상지대)와 박순성 교수(동국대)가 4차 6자회담의 의미와 쟁점 그리고 앞으로의 회담 전망을 짚었다. 미 “핵 전면 폐기” 북 “핵무기만” 폐기범위 놓고 교착
남-북-미 첫 3자회동·북∼미 활발한 양자접촉 큰 의미
한국 “경수로 문제·핵 이용권 분리 처리” 북 설득해야 사회=이번 회담의 의미부터 시작해보자. 서동만(이하 서)=제4차 6자회담이라고 하지만, 이번 회담은 앞선 세차례와 전혀 성격이 다르다. 1년3개월 중단됐다 열렸다는 시간적 의미 뿐 아니라,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나오는 등 상황 자체가 전혀 달라졌다. 핵 문제와 관련해 크게 두가지 문건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91년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94년 체결된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다. 제네바 합의는 사실상 폐기하는 게 상황적 전제 비슷하게 됐다. 다른 한 측면에선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재출발하는 모습이다. 지난 6·17 면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관련국들이 동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북 전력제공 문제도 경수로 대체를 통한 제네바 합의의 완전 폐기로 볼 수 있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아버지 부시 정권 때 한반도에 배치한 전술핵을 철수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당 정권 때 만들어진 제네바 합의가 폐기된 것은 공화당 정부로선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고무적인 것일 수 있다. 북쪽도 이를 인식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이번 회담은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휴회에 들어간 것은 협상의 방식 때문이라고 본다. ‘출구론’을 강조했기 때문인데 그만큼 앞으로의 합의를 규정하는 것이기에 합의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전체 틀 자체가 ‘출구’로 만들어져 확정되기 때문에 한번 더 확인과정을 거치는 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아쉽기는 하지만 회담 성격이나 의미 등을 보면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박순성(이하 박)=세부적인 얘기를 해보자. 이번 회담은 북한과 미국의 협상파가 전면에 나서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는 의미가 있다. 북미 협상파의 입지가 넓어졌고, (회담이 중단됐던) 지난해 6월 이후 악화한 상황을 당시 시점으로 되돌리는 게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미갈등은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구조적 어려움을 재확인했다. 이번 회담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인 셈이다.
우리 정부는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해법에 접근하겠다고 얘기했고, 이 때문에 회담 목표를 미리 설정하겠다는 이른바 ‘출구론’이 나왔다. 목표가 추상적이지만 출구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방식이 유효함에도 구조적 성격 때문에 북미가 예상 밖으로 근본적 접근을 시도했다. 솔직하게 근본적 문제를 드러냈음에도 파국으로 가지 않고 휴회를 통한 재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협상파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재확인시켜준 것이다. 북 NPT 복귀땐 미 ‘이용권’ 반대못해 양자협의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적 중재역할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4차 회담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대북 특사로 보내는 등의 움직임을 통해 계기를 만들고 주도적 역할을 해냈다. 이번 회담기간 동안에도 잇따른 양자회동을 통해 단순 중재자 역할을 넘어 북미 양쪽의 입장과 의도를 전달·설명하고 확인하는 진정한 의미의 중재역을 해냈다. 이는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북미 양쪽을 설득해내는 외교적 역량이 부족하고, 실용적·점진적 접근법이 북미 갈등을 푸는 데 부족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할 수 있겠다. 사회=핵폐기 범위 및 그와 관련한 핵의 평화적 이용이 쟁점이 됐는데 서=북미 양쪽이 막판에 휴회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핵 폐기 범위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북한이 폐기 대상을 핵 무기로 한정하고 싶어 하는 것은 원자력 발전 문제를 권리로 남기겠다는 의도다. 이는 200만㎾ 전력지원을 받아들이더라도, 앞으로의 경제발전을 염두에 둔다면 그 이상을 내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남쪽의 전력제공 이상의 독자적 에너지원 개발 욕구를 북이 가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구체적으로 ‘왜 원자력이냐’ 하는 문제가 있을텐데, 비핵화 공동선언과 관련해 남북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핵화 공동선언이 6자회담의 재출발점이라면 북한도 당연히 남한과 똑같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 폐기가 부시 행정부의 성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경수로 문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문제 역시 미국 쪽으로선 당연한 것이다. 이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한국쪽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나왔을 때 이른바 ‘조건부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 즉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복귀를 통한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안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조건부로 허용 것 이상의 타협안이 있을 수 있을까? 만약 북이 그 이상을 바랬다면 무리한 것이다. 평화적 핵 이용권이 조건부로 인정된다면 경수로 문제는 청산절차를 밟아 최종적으로 북쪽 소유로 이관될 수도 있다. 그 부분은 다시 협상을 통해 미국의 우려를 없애는 쪽으로 절차를 밟으면 되고, 이를 굳이 협상에 포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박=회담이 열리기 전엔 경수로 문제와 (북의)군축회담화 주장, 농축 우라늄 문제와 인권·납치 등의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납치문제와 군축회담화 주장은 문제제기 자체가 안됐고, 농축 우라늄 문제는 나오기는 했지만 평화적 이용권 부분에 섞여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비핵화 문제에서 다뤄질 수도 있게 됐다. 큰 틀에서는 문제가 안된다. 결국 경수로와 인권이 문제인데, 인권은 북으로선 예민한 문제임에도 모호하게 합의를 본 듯한 모습이다. 인권 문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모호하게 연계했는데, 이를 수용했다면 북으로선 큰 양보를 한 셈이다. 북이 인권 문제를 관계 정상화와 모호하게 연계하는 것을 수용하는 양보를 했다면, 평화적 이용권 문제는 좀 더 강하게 주장했을 수도 있다. 경수로 문제와 관련해선 제네바 기본합의 체제를 붕괴시킨 상태에서 이번 회담이 출발했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때문에 경수로 문제를 북한이 강하게 제기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북한의 전략적 결단에 대한 의미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비핵화 공동선언을 준수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농축 우라늄 문제는 (폐기대상쪽으로) 양보한 것이고, 경수로 문제만 남게 됐다. 여기서 경수로 문제는 북한에게 두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선 북한을 정상국가로 받아들이는 시금석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국제정치적 상징성이란 의미가 있다. 다른 하나는 자립적 민족경제, 경제적 자립을 위한 에너지 주권으로서의 측면이 있다. 첫번째 의미 대로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정상적 주권국가의 권리로서 강조한다면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이는 북미 관계정상화를 통한 국제사회 편입,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 금융기구 가입 등을 통해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대체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경수로를 자립적 민족경제의 기반으로 강조한다면, 북한으로선 경제위기가 에너지 부족 때문에 왔다고 볼 때, 에너지 문제 때문에 개혁개방에 한계가 있으므로 핵 에너지는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핵 에너지 보다는 개혁개방을 통한 국제사회 편입과 북미 관계 정상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서=경수로 사업은 35% 가량 진행된 상태로 이를 없애는 것은 낭비다. 그러나 경수로가 독자적 에너지 개발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 아니다. 북한은 중수로 기술을 가지고 있고, 경수로는 남쪽과 미국 등이 지어주는 것이다. 자체개발의 의미가 없다. 남쪽의 전력제공이 경수로 건설을 대체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경수로를 고집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 하는 것은 또다른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미 공화당 쪽에서 경수로는 곤란하다고 얘기하면서 대안으로 화력발전과 가스전 사업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이 경수로를 강조하는 것은 남쪽에서 전력을 제공하는 것과 화력발전소 건설, 가스전 사업 등 다각적인 측면의 독자적인 에너지 개발 방식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경수로를 제네바 합의와 연계해 고집하는 것은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이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 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박=북은 어떤 형태든 경수로를 포함해서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합의문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제네바 합의의 파기를 전제로 출발한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를 잘 알고 있을 북한이 경수로 문제를 꺼낸 것은 미국을 곤란한 입장에 빠뜨려 뭔가 다른 것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북한이 경수로를 포기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핵확산금지조약 검토회의에서 조약 1조와 2조를 지키는 국가에는 평화적 이용권 주겠다고 했는데, 미국이 볼 때 북한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 조약에 재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협정과 비핵화 공동선언을 준수한다면 미국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부정할 국제법적 준거가 없다. 제네바 합의는 파기하지만, 핵 에너지 이용권은 받아들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으로선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에 근거 문구를 합의문에 넣느냐 아니면 북한의 조약 복귀 뒤에 인정하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 미국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송 차관보가 언급한 이른바 ‘창의적 모호성’은 경수로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국제법적으로 인정되는 일반적 평화적 이용권 인정하는 방향이 아닐까 싶다. 이런 상태라면 다음 회담에서 합의문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회=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텐데 핵 폐기의 범위와 관련해 미국이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 인가? 서=미국은 (평화적 핵 이용권과 관련해) 군사적 전용이 불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하는 절차라든가 보장 조치를 확보하는 식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선 북쪽이 철저하게 보장하는 방식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박=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과 관련해 핵확산금지조약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 안전협정 등을 언급했을 때 미 국무부 쪽에선 과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선 바 있다. 북한이 조약 1조와 2조, 즉 평화적 이용을 빙자해 군사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힐 차관보 발언의 핵심은 북한이 조약에 복귀하고 안전협정 조치 준수한다면 평화적 이용권 인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리는 인정하지만 현 단계에서 활동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협상의 여지는 있다는 얘기다. 국제법적 권리와 핵의 평화적 이용권은 정치적 신뢰의 문제다. 북한이 정상적인 주권국가가 된 뒤에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서=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과 관련해선 건설 중인 경수로가 있고, 기존에 북이 보유하고 있는 시설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완전한 확인과 투명성 보장하는 구체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부분에 대해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폐기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전용이 불가능하도록 제어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 이른바 ‘창의적 모호성’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구체화하게 될 것이다. ‘출구론’이라는 게 구체적인 것을 먼저 가져갈 수는 없으나, 원칙에 합의해 놓고 협상을 통해 구체화하자는 것 아닌가. 합의문에 경수로 문제가 들어가는 게 북한에게 유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청산절차에 맡겨두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창의적 모호성’이란 측면에서 인정될 수 있도록 청산절차에 맡겨두는 게 좋을 것이다. 박=공동합의문에선 우선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핵의 동결 및 폐기로 한정해 놓고, 인권 문제와 경수로 문제 함께 빼도록 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권문제는 북한이 이미 받아들인 상태라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결국 경수로 문제와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분리해서 처리하는 것이 지금 상태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해법이라고 본다. 북미가 50%씩 양보하도록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회담 초기에 북한은 한반도 비핵지대화의 요구를 내세웠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 서=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재해석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내세운 게 비핵지대화 주장이다. 이는 미국의 핵 우산까지 철거하라는 주장인데, 91년 비핵화 공동선언 합의 당시에는 문제가 안됐던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 모호성을 유지했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북한 입장에선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통한 핵 우산 철거 주장을 반드시 관철시키지는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장기적 비전이나 이상으로서 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겠지만 현실을 따져볼 때 6자회담에서 관철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협상카드인 셈인데, 이게 어떤 것과 연계될 것인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 비핵화나 핵 폐기의 범위를 넓히려는 미국의 의도에 대한 맞불 차원일 수도 있다. 농축 우라늄 문제는 구체적으로 검증이 어렵고, 미국이 처음부터 이를 들고 나오면 협상이 안될 것이라고 다들 판단하지 않았나. 이를 겨냥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사회=북미가 대립한 문제들은 관계 정상화의 과정에 들어가면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어 보이는데, 한반도 비핵지대화등의 요구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과정에서 논의가 가능한 것 아닌가. 서=제네바 기본합의 타결 당시 핵무기를 필두로 한 대량살상무기에 집중했다. 미사일은 북미 양자협의로 돌렸고, 재래식 군사력 문제는 평화체제 구축 과정으로 각각 구분했다. 그 도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다. 북미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평화체제를 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네바 합의는 기본적으로 핵 협정이다. 일본이 플루토늄을 대량 보유하고 있음에도 미일관계 속에서 미국이 규제할 수 있는 것처럼, 북미간 원자력 협정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박=북미 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문제는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회담 참가 6개국이 공동노력하겠다는 것은 장기적 목표라는 차원에서 당연히 이상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0년 10월 ‘조미 공동코뮤니케’에서도 한반도 평화보장체계를 위해 북미가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6자회담에서 나온 얘기를 조미 공동코뮤니케의 연장으로 볼 것인가, 새로운 것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평화보장체계 연장으로 본다면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이번 회담 공동합의문에도 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일본과 러시아가 6자회담에 개입하고 있는데, 이는 한반도 평화문제가 다시 국제화하는 부담도 있다. 조미 공동코뮤니케를 보면 민족자결과 내정 불가침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평화보장체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면, 나중에 이 문제를 논의해갈 때 민족자결과 내정 불가섭이란 원칙도 포함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서=조미 공동코뮤니케에서 나온 북미 평화협정은 북쪽이 제시한 것이다. 반면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상정한 남북 평화협정은 우리가 의도한 것이다. 이들 두 축이 있기 때문에 4자회담과 연계해 이른바 ‘동북아 평화포럼’을 만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6자회담에서 이를 어떻게 표현할 지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 6자로 가는 것dl 반드시 좋은 것이냐 하는 의문도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함께 북일관계 정상화가 6자회담 합의문에 들어간다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일본도 이른바 ‘당사자’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북일관계에서 간접적 당사자 되는 한국이 적극적인 목소리 낼 수 있게 되는 측면도 있다. 핵 문제 외에 북일관계 정상화 등의 문제를 폭넓게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출구론’은 목표를 설정해 놓고 나머지는 외교적 차원에서 기술적으로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동합의문에 구체적 내용을 담는 것은 현명치 못한 것일 수 있다. 한반도 평화보장체계 등 구체화한 개념은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6개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원칙 정도면 좋겠다. 기술적 차원의 논의는 북미간 관계 정상화 문제와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를 연계한다면 어려워질 수 있으니 분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분리하느냐는 관계정상화 문제는 양자협상 차원에 두고, 평화협정 문제는 4자틀 정도가 좋다고 본다. 6자틀은 평화협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지 않고 북-미가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기는 사실 국제법적으로도 어려운 측면이 많다. 형식을 분리해 두가지 틀로 운용하돼 단계적으로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회담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은 두드러진 것이었지만, 북한의 경수로 권리도 그렇고 중대제안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서=이번 회담이 새로운 의미를 갖는 것은 북미 양자대화가 활성화했다는 것이다. 휴회 기간 중에도 양자 접촉을 할 수 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남·북·미 3자 회동 이뤄진 것은 형식적으로도 처음이고, 한반도 안보 문제를 가지고 열렸다는 내용적 측면에서도 처음이다. 북한은 3자회동을 계속 주장해왔고, 한때 미국도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남한이 반대해 4자회담이 이뤄지기도 했다. 남·북·미 3자회동이 열렸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큰 진전을 이뤄진 것이다. 북한이 회담 복귀 의사를 6·17 면담이란 형식을 빌어 남한을 통해 내비친 것도 의미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관련해 남한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전력문제는 남북 경협의 문제였다. 6·15 공동선언에서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약속했는데, 남한이 이를 진행시키지 못해 북한 쪽에선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6자회담을 통해 전력제공 얘기가 나온 것은 한걸음 진전된 것이다. 핵과 전력제공 연계문제는 미국 쪽에 양보한 측면도 있지만, 전력제공은 경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었다. 핵 문제 진전 없이는 경협 진전이 곤란하다는 측면을 미국이 강조해왔는데, 이제 미국 쪽에 우리가 발언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고 본다. 경협을 핵문제와 병행하면서, 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 개입한다는 차원에서 의미 크다. 회담 휴회기간에 잡혀 있는 8·15 60돌 공동행사는 남북관계 복원과 한단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최근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이유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네바 기본합의는 김일성 주석 사후에 체결돼 김정일 위원장의 성과로 얘기됐던 것이다. 기본합의가 폐기되는 것은 북으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로 회귀한 것일 수 있다. 8·15 행사 이전에 공동합의문이 나왔으면 남북 간 화해협력에 좀 더 탄력 받을 수 있었겠지만, 거꾸로 8·15 행사를 회담의 모멘텀을 살려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북으로선 6자회담 복귀를 위해 6·17 면담을 활용한 것처럼, 휴회기간 중 8·15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남한을 활용해 또다른 절충을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박=이번 회담은 한국 통일외교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그동안은 안정적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견고화를 통해 외교적 협상력을 늘려 북미를 동시에 설득한다는 실용적 외교가 기본 줄기였다. 이번 회담에서도 드러났듯이 실용적 외교는 한계가 있다. 자칫 편의주의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대제안은 남북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명료하게 전달돼 어느 정도 이해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제안 자체가 대단히 편의주의적으로 느껴진다. 남북 경협을 북핵과 병행한다고 한 것에 비춰서도 경협 수준이 예상보다 낮다. 지나치게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노무현 정부에 대해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실용적 외교 뿐 아니라 원칙을 강조하고, 남북관계에도 적극성 보여야 한다는 게 앞으로 남은 과제가 아닐까 싶다. 핵의 평화적 이용권 문제에 대해선 미국이 이미 지난 5월 핵확산금지조약 검토회의에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 중대제안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좀더 개선시켜야 한다. 지난 2년 반 동안은 남북관계보다 한미동맹에 비중이 더 모였던 게 아닌지 싶다. 좀 더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8·15 공동행사 관계진전 호기로 사회=회담이 재개됐을 때 우리 정부는 북미 양쪽에 각각 어떤 주문을 해야할 것으로 보나? 서=이번 회담은 전반적은 틀, 특히 ‘출구론’ 전략은 상당히 유효했다고 본다. 그 기조 속에서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성격에 따라 일정 부분은 처음에 합의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합의를 구체화해야 이뤄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일정한 모호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미 양쪽에 ‘협상을 좀 더 구체화하면 내용도 구체화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경수로 문제는 공동합의문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지를 남겨둘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수로 문제 자체가 6자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게 (북쪽에) 유리할 수도 있다. 어차피 청산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뒤로 미뤄두는 방식으로 가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제네바 합의 대체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4차회담은 6자회담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지, 최종합의를 이루자는 것은 아니다. 진전된 합의를 얼마든지 앞으로 협의과정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박=출구론은 추상적으로 얘기하면 미래 시점에서 현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이 아니겠는가. 미래의 이상적 상황을 그려 놓고,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것을 협의하는 것이다. 미래의 구체적 시점이 문제인데, 북이 정상적 주권국가로 인정되는 시점이라면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은 당연하게 받아들여 질 것이다. 반면 향후 몇년 뒤라는 짧은 기간만 상정한다면 미국으로선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북으로선 나중에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는 권리를 미래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을텐데,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있다.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정치적 신뢰가 쌓이면, 평화적 이용권에 대한 모호했던 부분을 인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북한에게는 경수로 문제를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국제정치적 상징으로 볼 게 아니라 에너지 문제로 보고, 다른 방식으로 이를 풀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중대제안도 있고, 장기적으로 핵 에너지 이용권 문제도 보장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를 강조해야 한다. 서=차관보급이 수석대표인 6자회담 채널보다 레벨이 높은 차원의 논의도 바람직할 것이다. 회담 주체는 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고고익선’인 셈이다. 최종적으로 정상회담 얘기도 나오겠지만, 남북 사이엔 핵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고 관계를 한단계 높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6·17 면담은 결과적 특사방북이 됐지만, 형식이 모호했다. 장관급 회담 복원을 이뤄냈지만, 회담 형식에 대해서도 실질화시키는 노력이 중요해. 덧붙여 일본의 역할이 이번 회담에선 ‘왕따’ 비슷하게 됐는데, 러시아도 그렇지만 일본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번엔 ‘방해나 안했으면 좋겠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일본의 적극적 역할을 위한 노력도 나와줘야 한다. 또 미국 내부를 협상파-강경파로 분류하는데, 협상파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경파들에 대해서도 설득하고 강경론을 누그러뜨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이번 회담을 통해 지난 45~50년대 동북아에 형성된 냉전체제는 이제 본격적으로 해체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히고 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갈등은 냉전 해체를 위한 마지막 과정이다. 새로운 질서를 머리에 담아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한국이 6자회담을 뛰어 넘는 고위급 회담틀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공식적 차원의 협상 뿐 아니라, 비공식 차원의 전략 채널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공식·비공식 차원의 고위 전략회의를 한국이 관리해야 한다. 민간외교 분야에서도 한국 정부가 높은 수준의 외교 창구를 좀더 적극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진행 강태호 기자, 정리 정인환 기자 kankan1@hani.co.kr
사진 양예나 인턴기자 yenais@gmail.com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