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15 20:09 수정 : 2005.08.15 21:41

광복 60돌인 15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화상상봉장에서 화상을 통해 김경화(93·뒷모습 흰머리)씨와 북쪽의 둘째 딸 현산옥(66), 큰아들 현호남(72)씨가 2시간에 걸쳐 만난 뒤 작별할 시간이 되자, 평양 상봉장 있던 산옥씨가 카메라 앞에까지 다가와 어머니를 부르며 울고 있다. 이날 남북 마흔 가족이 서울 적십자사를 비롯해 부산·수원·대전·인천·대구·광주 등 한적 지사 상봉장 6곳에서 북쪽 평양의 상봉장에 나온 가족들과 화상으로 만났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북한상선 제주해협 통과 겨레의 혈맥을 잇다


 “분단의 세월을 슬기롭게 뛰어넘어, 겨레의 혈맥을 하나로 이어갑시다!”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8·15 민족대축전 본행사에서 남·북, 재외 대표들은 ‘7천만 겨레에게 드리는 호소문’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그 다짐과 호소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남북은 이날 광통신망을 통한 흩어진 가족들의 만남으로, 바다에서는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한 상선의 남쪽 해역 통과로 ‘혈맥’을 이어갔다. 서해 ‘군사 핫라인’과 해사 당국 사이 유선통신망은 이미 가동됐으며, 지난 12일엔 군사분계선에 남아있던 남북의 선전물이 말끔히 사라졌다. 5월엔 비무장지대를 넘어 개성공단에 전기가 공급됐고, 오는 10월엔 경의선·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개통이 예정돼 있다.

1945년 8·15 광복 이후 처음으로 남과 북의 가족들은 서울과 평양, 그리고 평양과 인천·수원·대전·대구·광주·부산 등 남쪽 도시를 서로 연결한 화상상봉으로 헤어짐의 아픔을 달랬다. 이번 상봉은 남북에서 스무 가족씩 모두 마흔 가족이 참여해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 가족씩 네 차례에 걸쳐 차례로 이뤄졌다. 남쪽에서 상봉자 20명과 그 동반가족 57명이 북쪽 가족 50명을, 북쪽에서는 상봉자 20명이 남쪽 가족 79명을 각각 화상으로 상봉해, 모두 226명이 참여했다. 이날 오전 서울 남산 대한적십자사 본관 상봉장을 찾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연중 화상상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31일 금강산에서는 이산가족 상설면회소가 착공된다. 앞으로 편지 교환도 재개해야 할 것이다.

바다에선 대동강호(9007t)와 황금산호(2705t) 등 북한 화물선 두 척이 내려왔다. 북쪽 화물선들은 15일 0시30분 서해 북방한계선을 지나 밤 11시께 전남 소흑산도 남서쪽 바다를 통해 제주해협으로 들어왔다. 제주해경 소속 구난함인 제민호(1500t·함장 강홍렬 경정)와 경비함(250t) 등 두 척이 호위에 나섰다. 제민호는 무선을 통해 “남북 해운합의서가 적용되는 남쪽 항로대에 진입했다. 해상에서 만나게 돼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내용의 환영·안전운항 통신문을 보냈다. 이들 북쪽 배는 지난 12일 통일부로부터 운항허가를 받았으며, 석탄과 소금, 종려유, 콩 등을 싣고 남포에서 청진을 향해 가고 있다. 이 배들이 제주해협을 통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운항거리는 160마일, 운항시간은 13시간 단축돼 운항비용이 크게 절약된다.

이달 초 발효된 남북 해운합의서에 따라 우리 쪽 선사도 남북 항로에 국적선 투입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제3국 국적선에 의존하던 남북 교역물자 운송이 우리 국적선으로 대체된다.


6·15 남북 공동선언은 남북으로 가는 길을 열어놓았다. 그 길을 따라 남북의 하나됨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7천만 겨레에게 드리는 호소문’은 이렇게 선언했다.

“60년 전 8·15는 분열로 이어졌지만, 오늘 우리는 6·15 공동선언이 열어놓은 통일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강태호 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kankan1@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