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상봉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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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절 아내 얼굴본 강근형씨 건강악화대 1시간만에 후송
50년 넘게 헤어져 살아온 부부, 부자, 부녀, 모녀, 형제자매들의 눈물이 화상 케이블을 타고 남과 북으로 전달됐다. 불과 2미터 앞에 있었지만, 껴안고 흐느끼지도, 손을 잡지도, 볼을 어루만지지도 못했다. 남과 북의 가족 226명은 15일 화상상봉을 통해 수십 년 이별을 두 시간 만남으로 달래야 했다. ◇…유일한 부부 상봉자인 강근형(93·경기도 안산시)씨는 오후 2시부터 적십자사 인천 지사에서 북쪽 부인 김형숙(77)씨와 자식들을 상봉하는 도중 건강 상태가 악화해 1시간 만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강씨는 최근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상봉이 어렵다는 병원 쪽의 통보까지 받았지만, ‘상봉하다 쓰러져 죽어도 좋으니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다’고 해 인공호흡기를 단 채 의사와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상봉장에 나왔다. 큰 딸 문자(43)씨는 “아버지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북에 두고 온 부인과 자식들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고 말했다. 황해도 해주에 살던 강씨는 1·4후퇴 때 “3일 안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내와 아들, 딸을 두고 내려왔다. 부인과 재회를 기다리던 강씨는 재혼했고, 김씨는 북에서 재혼하지 않고 자식들을 키웠다. ‘뇌출혈’ 김매녀 할머니 북쪽 두딸들 못알아봐 ◇…서울 적십자사에서 북에 두고 온 두 딸을 58년 만에 영상으로 대면한 김매녀(98·여)씨는 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북의 황보패(78), 학실(76)씨는 “어머니 우리 못 알아보겠어요”라고 소리쳤지만, 김씨는 지친 듯 중간중간 눈을 감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북쪽 언니들과 얘기를 나눈 막내딸 봉숙(69)씨는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성대까지 절개한 어머니가 딸들을 본다는 말을 잘 못 알아들으셨다”며 “3년 전 어머니가 북에 있는 딸들 준다며 냉장고, 세탁기 등 온갖 가전제품 두 벌을 마련해 창고에 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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