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6 14:01
수정 : 2005.08.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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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북했던 미국의 한반도전문가 셀리그 해리슨.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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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 전화인터뷰…“북·미 둘 중 하나는 입장 바꿔야”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센터 아시아담당 국장은 휴회중인 6자회담의 앞날이 어둡다고 내다봤다.
해리슨은 16일 오전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와 전화 인터뷰에서 “4차 6자회담이 완전한 교착 국면에 빠진 상태에서 막을 내렸다”며 이렇게 밝혔다. 해리슨의 이런 분석은 2주 뒤 열릴 5차 6자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우세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해리슨은 “미국과 북한 모두 자신의 과거 입장으로 완전히 돌아가버렸다”며 “만일 미국이나 북한 중 어느 한쪽이 그들의 입장에 중대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향후 큰 희망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6자회담에서 선핵포기 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단지 전술상의 변화이지, 전략적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또 “이제 워싱턴 온건파들의 유일한 목적은 회담을 계속 진행시키는 것”이라며 “회담이 오래 지속될수록 군사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쪽으로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슨은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완전히 날조된 이슈였다”며 “미 행정부는 그렇게 비난은 했지만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할 수도 있는 장비를 수입했다는 정보를 가지고 그것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장비라고 억측한 것이다. 북한은 ‘나쁜 자’(bad guy)라는 선입견에 근거한 것이다”며 “북한이 경수로 원료용 저농축우라늄 기술을 배우기 위한 의도였을 수도 있고, 핵무기를 만들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미국이 정보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는 사실을 이라크 전쟁을 통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인터뷰 요약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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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이후 4차 6자회담이 휴회로 결정된 상태이다. 이번의 6자회담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나는 4차 6자회담이 완전한 교착 국면에 빠진 상태에서 막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만일 미국이나 북한 중 어느 한쪽이 그들의 입장에 중대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향후 큰 희망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이 충분한 융통성을 보이고, 또 수차례의 양자 회담을 가졌다는 점은 매우 중요했다. 힐은 지난 주 워싱턴에서 가진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그들(북한)은 핵무기 계획을 폐기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럴 의사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힐은 오랫동안 협상을 진행시켜 나갈 생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문제를 두고 미국 행정부 내에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6자회담에 대한 당신의 분석은 부정적으로 들린다. 제임스 켈리와 비교하여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은데. 왜 그렇게 부정적인가?
=왜나하면 북미 양측이 모두 어떤 실질적인 양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양자대화에 동의했고, 북한은 한국은 매우 주의 깊고 예의바르고 실무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결국 양쪽 모두 자신의 과거 입장으로 완전히 되돌아 가버렸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회담이 완전한 교착국면에 도달했다는 점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 내에서는 과거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어기고 HEU(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추진한 것 때문에 이번에도 속임수라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워싱턴에서도 그런 관점이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는 완전히 날조된 이슈였다고 본다. 북한은 제네바합의를 완전히 준수해 왔다. 부시행정부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이라는 또 다른 핵개발 루트를 추진했기 때문에 자신들을 속였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그렇게 비난은 했지만,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정보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는 사실을 이라크 전쟁을 통해 알고 있다.
-당신은 미국이 아직 북한 정권교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부시 행정부 내에는 외교를 통해서는 북한 핵프로그램을 종식시킬 수 없고, 정권교체만이 대안이고 믿는 매우 강력한 분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왜 지금까지 심각하게 협상을 해 오지 않았는가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당신은 북한의 태도가 북한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입지에 따라 변화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북한 내에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가?
=군부는 강경파의 중심이다. 온건파들은 주로 관료들이 다수인데, 이들은 체제를 작동시켜야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북한에는 경제개혁을 지지하고, 서구 및 미국과 화해가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한국이 북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때, 이들 “비둘기파” 혹은 “실용주의적 온건파”의 입장은 강화된다. 반면 미국이 경직된 태도를 보일 때마다, 북한 내 매파들의 입장이 강화된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미국의 태도일 것이다. 그간 6자회담의 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선핵포기, HEU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이나마 성과를 낸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미국의 태도변화는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전략적 변화인가, 아니면 북한을 6자회담의 틀 속에 가두어두려는 전술적 유인책일 뿐인가?
=나는 단지 전술상의 변화이지, 전략적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전술적 변화는 어쨌든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일이 전개되기를 바라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모르고 있는 워싱턴 온건파들의 이익에 부합될 것이다. 이제 워싱턴 온건파들의 유일한 목적은 회담을 계속 진행시키는 것이다. 회담이 오래 지속될수록, 군사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쪽으로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당신은 올해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우라늄농축 계획이 무기급(weapon grade) 고농축우라늄(HEU)이 아니라 경수로 연료인 저농축우라늄(LEU)을 북한 자체적으로 생산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고농축이나 저농축이나 모두 제네바합의 위반이지만, 이것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신의 주장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가?
=내가 말한 것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계획을 시도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부시행정부가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북한이 우라늄농축에 사용될 수도 있는 장비를 수입했다는 정보를 가지고, 그것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장비라고 억측한 것이다. 북한은 “나쁜 자”(bad guy)라는 선입견에 근거한 것이다. 내가 기고문에서 말한 것은, 북한이 경수로 원료용 저농축우라늄 기술을 배우기 위한 의도였을 수도 있고, 핵무기를 만들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내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북한이 우라늄농축에 의한 핵무기를 추구했다는 어떤 증거도 부시행정부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라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부시행정부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정보를 완전히 오도했다. 그들은 제네바합의를 폐기하기 위한 변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핵문제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고영구 국정원장도 북한은 필요한 부품을 수입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무기급 우라늄농축 시설을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02년 CIA는 북한은 2005년 경 우라늄농축으로 매년 1-2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이 2005년이다. 현재 CIA는 더 이상 이런 주장을 하지 않고 있고, HEU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CIA 포터 고스 국장 역시 더 이상 HEU 관련 비난을 하지 않고 있고, 다만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추구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할 뿐이다.
-북한은 한국정부의 중대제안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이다. 만일 미국이 끝까지 경수로를 포기하라고 주장한다면, 미국은 북한의 에너지 주권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다른 어떤 대안이 있는가?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향해 움직인다면, 경수로 문제가 비핵화에 장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구체적으로 제네바합의에 따른 경수로 건설에 대한 미국의 의무를 명시하지 않고, NPT 4조에 나와 있는 평화적 핵 이용권을 언급하는 정도로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번 회담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다. 6자회담과 동시에 한국, 미국, 북한, 중국 4개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을 동시에 논의하기로 했다는 보도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주한미군 지위문제나 북미관계 정상화 등 그간 미국이 회피해온 주제들을 핵문제와 동시에 접근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북한의 비핵지대화 주장을 미국이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로 해석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보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그 보도와 관련해서 어떤 증거도 아직은 없다. 이번 6자회담 시작 전에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한 관계정상화를 향해 브로드한 접근을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아주 바람직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보인다. 오히려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을 두려워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현상유지를 바라기 때문이다. 미군은 평화협정으로부터 시작될 한반도의 상황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렇게 되면 미군철수에 대한 압력이 시작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펜타곤은 미래에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북한에게 평화적 핵 프로그램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간에 어떤 갈등이 있다고 보는가?
=분명 정책이견이 존재한다. 나는 정 장관의 입장이 옳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경수로 건설에 큰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NPT 4조 역시 평화적 핵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만일 한국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부정한다면, 어떻게 한국 자신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 언젠가는, 아마도 부시행정부 임기가 끝난 이후에는 경수로 공사가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북한의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용인할 것으로 보는가?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을 지지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외교적 차원에서, 예컨대 6자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삽입하는 것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를 예측하기는 매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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