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이어 개성 시범관광이 시작된 26일 오전 관광객들이 개성 선죽교를 살펴보고 있다. 개성/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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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명 첫 개성 시범관광 휴전선 지나 한시간 거리…유적지 보고 민속음식 맛봐
“이렇게나마 고향 땅을 밟게 되니 평생의 한이 풀리는구려.” 26일 오전 꿈에 그리던 개성을 찾은 송한덕(97·충남 아산시 온양동)씨는 반세기 전에 떠나온 고향 마을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송씨는 “생가도 찾아봤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어서 통일이 돼야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금강산에 이어 개성 관광길이 활짝 열렸다. 실향민 등 500여명으로 구성된 1차 개성 시범관광단은 이 날 오전 6시 서울 경복궁을 출발해 도라산 남쪽 출입사무소를 거쳐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출발한 지 2시간여만에 옛 고려의 도읍지 개성에 도착했다. 지난 2003년 평양 정주영체육관 개관식 때 행사 참석자와 개성공단 관계자 등이 개성을 둘러보기는 했지만, 남쪽의 일반 관광객이 대규모로 개성관광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성관광은 금강산관광과 달리 버스로 이동하며 개성 시내를 가로질러 돌아보기 때문에 남쪽 관광객들이 북쪽 주민들의 생활상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버스에서 내리거나 차창 밖으로 사진 찍는 행위가 금지돼 실향민들은 눈으로만 고향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야 했다. 시내를 오가는 일부 개성 시민들은 버스 차창 안의 남쪽 손님들에게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북쪽 안내원은 “방송에서 남쪽 관광단들이 온다고 알렸다”면서 “통일의 첫 걸음이라는 생각에 모두 남쪽 관광객을 반기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관광단은 먼저 고려시대 최고 교육기관이던 성균관과 고려박물관을 둘러본 뒤 충신 정몽주의 기개가 서린 선죽교를 찾았다. 점심은 개성시내의 자남산여관과 통일관, 영통식당 등에서 반상기(정식), 보쌈김치, 약밥 등으로 된 개성의 민속요리를 먹었다. 오후에는 개성에서 북쪽으로 24㎞ 정도 떨어진 박연폭포를 찾아 절경을 즐겼다. 한국전쟁이 터지던 해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이병문(73)씨는 “시내 한복판에 서있던 남대문과 모교였던 개성중학교가 당시 그렇게 커보였는데…”라며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되뇌었다. 개성공업지구를 둘러본 관광단은 오후 6시 무렵 남쪽 출입사무소로 돌아와 하루 동안의 짧은 일정을 마쳤다. 이 날 개성 관광에는 개성시민회 소속 실향민 250여명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 취재진 등이 함께 했다. 개성 시범관광은 다음달 2일과 7일 두 차례 더 한다. 관광 인원은 이번처럼 한번에 500명씩이며, 관광요금은 왕복교통비와 점심값 등을 포함해 1인당 19만5천원이다. 현대아산 쪽은 “시범관광이 원만히 진행되면 조만간 본관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쪽에서 관광대가로 1인당 150달러를 요구해 현재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 회장은 “본관광 비용은 시범관광보다 낮추도록 애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성/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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