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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5 19:21 수정 : 2005.09.16 01:15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이날 오전 숙소인 중국대반점을 웃으며 나서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2차 양자혐의 제자리…한·중 중재 역부족 휴회 판단 접은 채 “할 때까지 해보자”

지난 13일 속개한 제4차 6자 회담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또다시 대치의 터널에 들어선 듯하다. 한국과 중국이 이번에도 유연성을 주문하며 접점을 찾고 있지만, 북-미 사이에 벌어진 틈을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참가국들은 휴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일단 접어둔 채, ‘할 때까지 해보자’라며 회담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최대치 내놓고 대결=북-미 대립이 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지금 상황은 1단계 회의 때와 엇비슷하다. 그때도 북한의 핵폐기 범위와 평화적 핵이용 권리, 특히 경수로 문제를 놓고 북-미가 맞서면서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결국 중국이 ‘당나귀의 뒷발질처럼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속담까지 들먹이며 공동문건 4차 초안을 던졌으나, 경수로 벽을 뚫지 못했다. 한국도 남-북-미 3자 협의를 중재하며 막판까지 절충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북한은 경수로를 실체로 요구하고 있다. 허공에 뜬 평화적 핵이용 권리가 아니라, 영변 흑연감속로를 대체할 구체적인 실물을 달라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줄 것인가는 회담 참가국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떠넘겼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인정하는 데서도 아직까지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으로선 일고의 가치도 없을지 모른다. 물론, 미국은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라는 점에서 불가피하다고 보고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받아들이는 복안을 갖고는 있다. 그러나 북한이 경수로를 얘기하는 한, 이 또한 공식화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16일 전체회의에서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며 각국의 타결의지를 독려했다. “우리에겐 어려움을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북-미 협의를 지켜본 한국 회담 관계자는 “밖을 보니 비가 오고 안개도 끼었더라”며 회담의 진로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내비쳤다.

“할 때까지 해보자”=그럼에도 북-미를 비롯한 참가국들은 회담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 상태에서 멈출 경우, 다음을 기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날 각국의 추가 협의를 제안하고, 북한과 미국을 차례로 만나는 등 타협의 여지를 타진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이 장래에 경수로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는 논리로 북-미가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는 전체회의를 마친 뒤 “북한이 외교적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우려가 된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비행기표를 예약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을 이어간다고 해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회담 개막 이후 사흘 내내 경수로에 발목이 잡혀, 공동문건에 대한 논의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공동문건 채택까지 가기엔 회담의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두 차례에 걸친 회담에서도 회담의 목표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회담의 유용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확산될 수 있다. 베이징/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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