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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7 19:39 수정 : 2005.10.17 19:43

북한 노동당 창건 60돌을 기념하는 나흘간의 ‘명절 연휴’ 마지막날인 12일 밤, 평양시내는 기념물이 서있는 곳마다 환하게 불을 밝혀져 있다

[르포] 노동당 창건 60돌 맞은 평양


지난 15일 평양 순안공항엔 7대의 비행기가 내렸다. 베이징과 선양에서 두대씩, 인천에서 세대가 왔다. 보통 때 평양에 가는 방법은 베이징↔평양(화·토), 선양↔평양(수·토) 노선뿐이다. 순안공항은 이날 2주치 항공편을 소화한 셈이다. 조선노동당 창건 60돌(10·10)을 맞아 북쪽 기관의 초청으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 등을 보려는 ‘평양참관단’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덩달아 참관단을 맞이하는 민족화해협의회 등 북쪽 안내원들도 정신없이 바쁘다. 민화협의 한 참사는 “요즘은 집에 들어가는 날이 한달에 일주일도 안 된다”고 말했다. 북쪽 다른 관계자는 “애초 17일에 끝내기로 했던 〈아리랑〉을 29일까지 연장공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양은 지금 ‘만부하’(만원)다.

호텔 술집·안마소등 ‘적극적 영업’ 새벽까지 붐벼
상점 판매원 입에선 ‘홍도야 우지마라’ 흥얼흥얼
곳곳엔 ‘북한식 산업화’ 열망 담긴 새로운 구호판

남쪽 참관단은 양각도국제호텔에 머문다. 〈아리랑〉 공연이 끝나고 참관단이 돌아오는 밤 10시께부터 양각도호텔의 서비스 시설은 새벽녘까지 빈 자리가 없다. 호텔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세곳, 47층 회전식당과 1층 ‘차집’, 지하2층 화면반주노래방은 특히 붐빈다. 지하2층 안마소도 예약이 줄을 잇는다. “(전신안마가) 25유로, 객실에선 45유로 받습네다. 보통 밤 12시까지 하는데, 원하면 언제든 해드립네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적극적 자세다.

그러나 다음날인 13일 밤에는 대부분 불이 꺼져,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는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평양/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거리엔 군밤·군고구마 판매소를 비롯해, 일종의 노점상인 ‘매대’가 즐비하다. 매대는 북쪽 각 기관이 나눠 운용한다. 중심가 상점에도 상품이 많아졌다. 평양의 ‘경제생활’이 전보다 다양해진 건 확실하다.

평양 도착 첫날인 12일 평양의 밤풍경은 화려했다. 고려호텔·옥류관 등 주요 시설은 조명을 한껏 밝히고 있었다. 중심부 가로수도 녹색 꼬마전구옷으로 치장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 평양의 밤은 다시 어두워졌다. 9~12일 나흘이었던 당 창건 기념 명절 연휴가 끝난 탓이다. 다만, 아파트 등 일반 거주지엔 2000년, 2001년 평양 방문 때보다 더많은 전등이 밝혀져 있었다. 평양의 전기는 평양화력발전소와 동평양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일부 수력발전소에서 공급한다. 북쪽 한 관계자의 말이다.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수력(발전)이 안 되고, 전기수요가 많은 겨울엔 어렵다.” 겨울이 오면 평양은 많이 추울 듯 하다.

‘혁명의 수도’라 불리는 평양은 구호의 도시다. 많은 건물에 ‘선군정치’ 등 이데올로기가 짙게 밴 구호판이 걸려 있다. 요즘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보다 ‘우리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에 관한 구호가 훨씬 더 많다. 전에 볼 수 없었던 구호도 여럿 눈에 띄었다. “더 빨리 전진, 더 높이 비약” “내 나라 내 조국 더 부강하게”. 북한식 산업화의 열망이 엿보인다. 고려항공 비행기를 탔을 때도 ‘구호’를 듣게 된다. 이륙 땐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선군혁명 노선을 높이 받들고…”라는 멘트가, 압록강을 건널 땐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에 관한 안내방송이 나온다.

그러나 15일 만난 순안공항 2층 상점의 한 판매원은 손님이 뜸하자 〈홍도야 우지마라〉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평양은 지금 ‘혁명’과 ‘일상’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듯 하다.

평양/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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