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0 19:53
수정 : 2005.10.2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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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럼즈펠드 제37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위해 방한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20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마중나온 안광찬 국방부 정책홍보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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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결과물 나올 여건 안됐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10월중 북한 방문이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힐 차관보는 지난 9월 베이징 4차 6자회담 직후부터 방북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17일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을 계기로, 힐의 평양 방문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던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힐의 방북 여부에 대해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언제 간다고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여건’이란 빈손으로 왔다갔다 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북의 구체적 결실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도 “힐이 방북하려면 북한과 뭔가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걸 미리 미국에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은 뉴욕채널(뉴욕의 북한 유엔대표부와 미 국무부간 대화통로)을 통해 힐의 방북과 관련한 협의를 이미 여러 차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유엔대표부쪽은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북한 유엔대표부 관계자는 “우리는 언제든지 (힐의 방북을) 환영한다. (최종 결정은) 미국 정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힐이 방북하면 누구를 만날 것인지에 대해 “그건 힐이 어떤 자격으로 오느냐에 달려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최근까지 직접대화를 거부했던 부시 행정부가 힐의 손에 부시 친서 등을 쥐어주며 평양에 보낼 가능성은 매우 적다. 셀리그 해리슨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힐 방북을 포기하는 대신에)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을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주지사가 미국으로 돌아온 뒤인 오는 27일엔 한성렬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민간단체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다. 힐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북-미간 다양한 접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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