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방북 무산…‘빗장’ 걸린 대북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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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관광 협의 초청장 안보내와 “재검토” 현실화…갈등 장기화 우려 현대, 김윤규 복귀 반대속 해법 고심
백두산관광 협의를 위해 22일 평양을 방문하려던 현대아산 임원진의 방북 계획이 무산됐다.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한국관광공사와 달리 현대아산에는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쪽이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퇴출을 문제삼아 지난 20일 담화에서 밝힌 현대와의 사업 전면 재검토 방침이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애초 현대 쪽은 평양을 찾아 어떤 형태로든 실마리를 풀려는 자세였다. 22~25일 나흘간 예정된 평양 방문은 보름 전 북한 아태위에서 삼지연공항 보수공사를 도와준 관광공사 쪽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백두산 시범관광 일정을 협의하자고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북사업 협의를 위해 관광공사와 함께 방북하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표시했던 현대아산에는 끝내 초청장이 오지 않았다. 현대 쪽은 백두산 시범관광뿐 아니라 금강산관광 정상화와 개성관광 등 모든 문제를 풀어놓고 포괄적으로 논의해 보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사실상 방북을 거부당한 셈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 쪽 담화가 나온 뒤 내부적으로 검토해본 결과, 이런 상황에서 간다고 한들 실익이 있겠느냐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좀더 시간을 두고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현대는 물론 정부도 대북사업이 쉽게 경색 국면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대북사업을 둘러싼 현대와 북한 쪽의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북쪽은 일찌감치 이번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김 전 부회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개성관광은 물론 백두산과 금강산 관광에도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따라서 북쪽이 이번 담화에서 그의 복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응분의 조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김 전 부회장에 대한 원직복귀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쪽의 명분을 살리면서 관계 회복을 꾀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룹 한쪽에서는 김 전 부회장이 대북사업에 일정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현대아산 임원 교체 등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대가 내밀 카드와 북쪽의 반응에 따라 사태가 급진전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현대를 배제하고 대북사업을 진행시키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북쪽으로서도 강경 일변도로 가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북쪽이 손을 잡으려 했던 롯데관광 쪽에 개성관광 사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담화문은 그동안 현대가 서운하게 했던 것을 털어내고 대화의 손을 내민 것으로 보면 된다”며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는 북쪽을 설득할 만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란의 당사자인 김 전 부회장이 22일 오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3일 일본으로 출국한 뒤 중국 칭다오 등지에 머물러왔다. 홍대선 이용인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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