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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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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통관·통신 등 이른바 ‘3통’개선해야
남북 노동자, 오전·오후 ‘업간(업무간) 체조’
지난해 9월 <한겨레>와 인터뷰 때 그는 “임명 통보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공단을 통째로 새로 조성하는 게, 그것도 북쪽 땅에서 공단을 개척하는 게 몹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주위의 기대 어린 시선도 그에게는 짐이었을 법하다.
황해북도 개성시 봉동리에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현판을 내걸은 지 지난 20일로 꼭 1년. 그동안 관리위원회 총사령탑 노릇을 해온 김동근(59) 위원장을 22일 저녁 광화문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개성에서 서울로 2주만에 막 ‘퇴근’한 그의 표정은 의외로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1년 동안 힘들지 않았는가”라는 의례적인 위로의 말은 안해도 될 정도였다. 그에게 개성공단의 자잘한 일상에서부터 미래의 전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질문을 던졌다.
1. 개성, 그리고 개성공단의 일상
-얼마만에 서울로 퇴근하는 것인가.
=2주만에 처음 나왔다.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두 조로 나뉘어 2주에 한번씩 서울에 온다. 서울에 올 때는 금요일 저녁에 나왔다가 월요일 아침에 들어간다.
-개성에서 주말을 보낼 때는 무료할 것 같은데.
=처음에는 갑갑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 지금은 오히려 서울에 오는 게 불편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 괜찮지만 30, 40대는 2주 동안 개성에서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특히 두번째주 화요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일주일을 보내고 화요일쯤 되면 지치고, 서울에 갈 수 있는 금요일은 좀 멀리 있으니까 술을 많이 먹는다. 나는 대개 책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본다. 텔레비전은 케이블로 연결돼 있어 남쪽의 프로그램이 거의 다 나온다. 운동은 처음에는 탁구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족구를 많이 한다. 북쪽에서도 일요일날 남아 있는 남쪽 사람을 위해 배려를 해준다. 식당에 모집광고를 붙여 놓고, 민속박물관이나 선죽교 등 개성 시내관광을 시켜준다. 어찌보면 그것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생활하는데 불편이 많았을텐데.
=지금은 추억이 됐지만 초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작년 겨울에 발전기 고장으로 추위에 떨며 잠을 못 이룬적이 있고, 물이 나오지 않기도 했다. 가로등도 없으니까 개성의 밤은 캄캄하고 참으로 적막했다. 올 3월부터 전기가 들어오면서 시범단지 주변에 가로등이 생기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텔레비전을 보다가 갑갑하면 시범단지 주변을 산책하기도 한다.
-북쪽 사람들과도 친해졌을 것 같은데.
=북쪽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모르니까 사실 처음에는 긴장했다. 함께 생활하고 수시로 만나 얘기하면서 많이 익숙해졌다. 지금은 서로 말을 안해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남북 노동자들 사이에도 서로 친해진 것 같다. 담배도 함께 피우고 안부도 묻는다. 재미있는 것은 놀이 문화도 닮아간다는 점이다. 북쪽 노동자들은 주로 배구를 하고 남쪽 노동자들은 족구를 많이 하는데, 이제 북쪽 노동자들이 족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개성의 날씨는 어떤가. 여름에 고생을 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날씨가 좋다. 여름에도 별로 덥지 않고, 겨울에도 별로 서울과 차이가 없다. 태풍도 그리 많이 안 올라 오고, 비도 적당히 온다. 옛날 고려가 도읍지를 정할 때 이런 점까지 고려한 것 같다. 날씨나 자연조건은 아주 좋은 것 같다.
2.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1년 현황과 평가
-개성공단 식구들도 많이 늘었을텐데.
=관리위원회 직원은 초기보다 10명 정도 늘었다. 지금 직원은 37명으로, 개성 본사에서 31명, 서울 사무소에서 6명이 근무하고 있다. 북쪽의 노동자는 생산직·건설직 모두 합해 4900명에 이른다. 남쪽 노동자들이 500~550명 정도 근무하고 있으니까 대략 5400~5500명이 개성공단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관리위원회가 개성공단의 기반을 닦기 위해 노력한 가장 대표적인 활동을 꼽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남쪽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다. 실제로 시범단지 15개 기업 가운데 50억원에서 많게는 150억원까지 투자한 기업이 있다. 개성이 잘못되면 모기업까지 잘못될 위험성이 있는데도 중소기업이 이런 규모의 투자를 한 것은 개성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쪽의 중요한 공정을 개성으로 옮겨야겠다는 기업도 있고, 증설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다. 덧붙이면 시범단지 15개 기업에 시계, 신발, 섬유, 의복, 식기, 전기 공급 장치, 자동차 부품, 정밀금형 등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업종을 포함시켰다. 이런 다양한 업종이 개성에서 별 문제가 없겠는지 점검해 보려는 것이었는데, 지금 별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
두번째로 기업 경영활동이나 공장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제도 틀을 마련한 게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을 운영하는 데 우선 필요한 준칙이 61개 정도인데, 현재 44개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19개는 작성 중이다.
세번째로 개성공단의 근로 환경, 근무 조건도 나름대로 틀을 만들었다. 근로 환경도 남쪽의 다른 중소기업보다 더 나은 시설이 많다. 휴게실이나 양호실, 샤워실, 탈위실, 식당 등의 시설을 거의 모든 기업이 다 갖추고 있다. 남쪽 노동자가 올라와 보고 남쪽보다 더 잘돼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근로조건도 다른 기업과 보조를 맞춰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네번째로 남북 노동자간의 ‘스킨십’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과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 북쪽 노동자들이 버스에서 내리면 남쪽 관리자나 기술자들이 악수도 하고, 눈인사도 한다. 또 오전 오후에 한차례씩 ‘업간(업무간) 체조’라는 게 있는데, 남북 노동자들이 함께 한다.
-관리위원회에 소속된 북쪽 사람은 몇명 정도인가.
=46명이 있다. 며칠 전 북쪽의 소방대원 12명이 합류했다. 소방대는 우리가 관리하고, 치안이나 질서유지는 북쪽이 책임진다. 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북쪽 사람은 소방대원, 출퇴근용 버스 18대의 운전원, 세탁, 청소, 안내원 등이다.
-관리위원회 운영 비용은 전부 정부가 지원하나.
=우리는 북쪽 법인으로 돼 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재정을 꾸려가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수입이 없으니까 협력기금에서 융자를 받았다. 나중에 상환하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공단 수입은 원래 기업들이 내는 수수료가 있고, 부족하면 월 노임의 일정 부분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초기엔 기업들 부담이 크므로 관리비를 받기엔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개성공단 건설이 지체된 데 대해 북쪽 관계자들의 불평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가.
=이제 북쪽 관계자들도 이해를 한다. 하부구조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공단 건설이 금방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수관, 상수관, 우수관, 전기, 통신 다 들어가야 하고, 그 다음에 다지고 또 다지고 하는 하부구조 건설 기간이 필요하다.
3. 개성공단 기업은 어떻게 운영되나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지냈는데, 국내 공단 운영과 개성공단 운영에서 차이가 많을 것으로 보는데.
=차이는 있지만 문제는 없었다. 북쪽이 2000만평 개발을 완전히 위임해줬고, 경제활동과 관련해서는 다른 법이 간섭을 못하도록 개성공업지구법까지 만들었다. 또 남쪽 기업이 들어와 있고, 관리운영을 남쪽 직원이 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북쪽 인력 조달이다. 그건 남쪽하고 다르다. 남쪽에선 기업이 적절한 기능을 가진 인력을 선별해서 쓰면 되는데, 북쪽은 그게 제한적이다. 개성공단에서는 기업이 관리위원회에 어떤 어떤 사람이 필요하다고 알려주면, 위원회가 노력알선기업에 연락해 인력을 조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북쪽에 다양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꼭 맞추지는 못하지만 북쪽에서는 가능한 한 기업이 원하는 기능인력을 뽑아 주려고 한다. 우리 기업들은 북쪽 노동자들이 양질의 노동력이고, 숙련의 속도가 빠르며, 고학력이고, 일에 대한 열정이 높다고 평가한다. 노동자 평균 연령도 30살로, 상당히 젊다.
-북쪽 기업소의 협조가 없으면 인력 조달이 힘든 것 아닌가.
=주민 대부분은 북쪽 기업소에 소속돼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노력을 알선하려면 북쪽 기업소와 협의가 필요한데 우호적으로 협력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범단지 한 입주기업에는 북쪽 기업소가 개성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전체가 오기도 했다.
-노력알선기업이 노무관리를 해준다는 얘기인데, 남쪽 기업 요구 수준에 맞춰 계속 제공할 수 있겠나.
=1단계 100만평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 개성 인구가 20만명이고, 주변 군을 포함하면 약 80만명 정도 된다. 100만평이 다 개발돼도 300~500개 기업에 8만명 안팎의 인력이 필요하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인력 수급 문제가 생기면 외지에서 인력을 들여오면 된다. 다만 숙련공 수급이 원활치 않을 것으로 보여, 기능공이나 기술자 양성 방안을 찾고 있다.
-규정에 보면 남쪽 기업이 57.5달러의 월임금을 노동자들에게 직접 주도록 돼 있다. 실제로는 잘 안 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노임직불을 위해서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북쪽은 배급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다. 입주기업이 노동자에게 노임명세서 배부 및 수령 확인 서명을 받는 것에는 북쪽과 의견일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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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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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면 1년을 맞는 기업도 있다. 임금인상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개성공단의 장점은 동남아시아 인력에 비해 양질이고 싸다는 점이다. 노동 규정을 보면 월 최저노임의 연간 5% 이내에서 인상하도록 규정돼 있어, 그 한계 안에서 이뤄지게 돼 있다.
-임금이나 임금인상에 차이를 둘 수 있냐.
=지금도 직종이나 기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업 내부 사정에 따라 다소 다르다.
-북쪽 노동자들이 기술습득에 상당한 열의를 보인다고 들었는데.
=북쪽 노동자들이 교육을 받을 때 메모, 자습을 하면서 대단한 열성을 보이고 있다. 어떤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챠트를 만들어 벽에 붙여 놓고 학습을 하기도 한다.
-북쪽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중국이나 남쪽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기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든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남쪽의 약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또 말이 통해 기술 전수 측면에서 중국의 경우 3개월 정도 걸린다면 북쪽에서는 2∼3주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산재나 사건·사고도 간혹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산재가 조금 있었다. 경상도 있고, 중상도 있었고, 사망자도 있었다. 북쪽 노동자도 있고 남쪽 노동자도 있었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산업안전과 관련해서는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와서 매달 한 차례씩 회의를 하며 미리미리 예방할 수 있게 한다. 또 직원들이 ‘산업안전 패트롤’을 만들어 종합폐수처리장 건설 현장 등을 돌고 있다. 공장내 안전의 경우 처음에는 안전장치 센스가 없어 문제가 있었는데, 요즘은 다 갖춰졌다.
-공장운영 때 북쪽이 참여하면 교육 효과도 있을 것 같은데.
=북쪽의 인원들로 구성되는 관리위원회 협력부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협력부는 부장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다. 지금 거의 인선이 끝났고 위원회에 들어와서 어떤 형태로 근무를 할 것인지 협의를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협력부는 위원장 지휘 하에 근무하는 첫 남북 합동 근무형태가 될 것이다. 그런 틀을 통해 북쪽이 개성공업지구 모델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 북쪽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소도 연말 쯤이면 공단에서 근무를 할 것이다.
-북쪽 노동자 출퇴근은 자전거와 버스로 이루어지나.
=자전거는 원칙적으로 공단 인근인 봉동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눠줬는데, 아직 타지는 않고 있다. 번호판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행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공단을 둘러보는 것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계획은 있는가.
=지금도 그 자체로 관광이 될 수 있다. 발전하면 할수록 공단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북쪽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싶어질 것이다. 그동안 개성공단에 대해 불안해 하기도 하고,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도 많은데 그 자체가 홍보가 될 것이다.
4. 해결되지 않은 개성공단의 숙제
-이제 기본 골격을 세워 놓긴 했는데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다고 들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고 개선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기업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이 통행·통관·통신 등 이른바 ‘3통’이다. 이 부분을 앞으로 해결해야 한다. 통신은 전략물자반출입제도와 관련된 부분으로, 정부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10월말까지 해결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통행·통관은 비슷한 문제로 초청장과 출입횟수 제한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초청장 발급까지 보름에서 20일정도 걸린다. 개성공업지구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출입증을 발급하면 통행을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늦어졌다. 북쪽에 짓고 있는 통행검사소(CIQ) 등이 완공되면 출입증으로 바꾸자는 게 북쪽의 얘기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많이 단축될 것이다.
-통행횟수 제한은 어떻게 풀 수 있겠는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들어가는 통행시간은 오전 3차례로 정해져 있다. 군사당국간에 맺은 임시통행 잠정 합의서에 따른 것이다. 이제 군사당국간 만남을 통해 본합의서로 바꿔야 한다. 잠정합의서가 본합의서로 대체되면 통행 횟수를 늘린다든지, 자유롭게 하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난 17일부터 좋은 징조가 나타났다. 북쪽에서 두차례 실시하던 출입 인원과 차량 검색을 한차례로 줄였다. 이에 따라 30~40분 정도 시간이 단축됐다.
-근무하는 사람은 별도의 통행 절차가 있는지.
=3개월 정도의 장기 초청장을 받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제도적으로 아직도 미비한 점이 있다면.
=제도적인 것은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남쪽과 똑같게 할 수는 없다. 가능한 한 제도를 많이 만들어 놓고 규제를 풀기 보다는, 해서는 안 되는 것만 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제도를 만들고 있다. 물론 산업안전, 환경, 식품안전과 관련해서는 규제가 강해야 되지만, 나머지는 업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5. 관리위원회, 그리고 개성공단의 미래
-관리위원회가 공업지구뿐만 아니라 남북 협력의 거점 노릇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발전방향은?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도 관리위원회 건물을 쓰도록 돼 있고, 많은 교류들이 개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관리위원회를 남북 교류 종합지원 센터로 만들까 구상하고 있다. 현재로선 예산 문제로 어려울 것 같지만, 종합지원센터를 만들면 남북 교류과 관련된 행사도 열 수 있고, 컨벤션 센터 역할도 할 수 있으며, 무역 전시장이나 세미나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텔 같은 것을 만들어 숙식하며 상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위원회를 공단의 관리 차원을 넘어 포괄적인 협력 기구로 삼는다고 할 때, 현실적인 모델이 있나.
=중국의 쑤저우공업원구(공단)가 있다. 쑤저우공단 위원회는 공장관리를 하면서 수익사업도 하고 있다.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16개 기업에 본단지 1차 5만평을 분양했다. 그러나 본단지 개발은 시범단지와 규모 자체가 다르다. 새로운 문제들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5만평까지는 문제가 없다. 도로는 다 포장돼 있다. 제일 큰 문제가 물과 전기인데, 전기는 1만5천KW 정도를 배전방식으로 남쪽에서 받으면 가능할 것 같고, 물은 지하수로 쓸 수밖에 없다. 5만평 이외에 추가로 조성할 때는 조금 다르다. 우선 용수는 공단 근처 월고저수지에서 끌어 올 것이다. 북쪽과 세부 추진 합의서도 마련돼 있다. 전력 문제는 10만KW가 송전 방식으로 올라간다. 송전을 위해 북쪽 지역은 측량이 끝났고 남쪽은 측량 중이다. 남쪽에서 독수리 등 생태문제가 정리되면 그것도 될 것이다. 본격적인 본단지 개발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내년 말이나 2007년초면 하부구조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성공단 1, 2단계를 병행해서 개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는가.
=1, 2단계를 연동해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된다. 왜냐하면 1단계 100만평은 2007년이면 입주가 끝난다. 2008년 되면 2단계 공단이 입주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1단계 끝나고 2단계 시작하려면 기반시설과 절차 때문에 2∼3년간 또 기다려야 한다. 그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2008년에 바로 입주가 시작되도록 하려면 지질조사나 측량 등을 통해 2단계 경계를 확정하고, 땅값을 지불해야 하고, 기반공사를 해야 한다. 이건 아주 중요하다.
-인력과 투자비 문제가 걸려 있을텐데.
=인력 문제는 북쪽의 문제이고, 투자비는 남쪽의 문제이다. 개성과 개성 주변 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북쪽도 알고 있다. 북쪽은 그 단계가 되면 개성 이외의 인력을 끌어오겠다고 했고, 주택 등 인력 수요에 필요한 준비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오히려 투자비가 문제라고 보는데, 정부 차원에서 계획대로 진행을 해줬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앞으로 큰 틀에서 개성공단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구상하는 게 있다면.
=현재 북쪽과 교류하고 있는 두 지점이 있는데, 바로 서 개성, 동 금강이다. 금강산은 특별한 관광 목적이기 때문에 산업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다소 멀다. 개성은 한반도를 봐도 중심축이고, 크게 보면 동북아 경제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개성은 남북 협력뿐만 아니라 남북과 동북아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개성으로 가는 물류망이 좁고 조만간 포화상태가 되지 않겠는가
=2, 3단계로 가면 인천항도 이용할 수 있고, 고려 때 예성강 하류의 벽란 무역항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벽란 무역항은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고려 때 무역항이었다면 입지 조건이 좋을 것이다.
-3단계 개발까지 마치면 개성은 사실상 일종의 신도시가 되는 것 아닌가.
=2000만평이 모두 개발되면 공장구역은 800만평, 나머지 1200만평은 배후도시라고 할 수 있다. 생활, 관광, 공공, 상업, 물류구역 등이 정해져 있다. 5년 정도 계획대로만 된다면 굉장한 수준의 도시가 되는 것이다. 제대로 개발되면 중국의 소주공단에 비해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쪽 사람들의 개성공단 전망은.
=만나면 주로 내가 얘기하는 편이다. 이렇게 되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한다.
-공단 물자를 남쪽에서 주로 가져가는데 북쪽에서 조달할 계획은 없나.
=농축산물은 한번 해봐야 되겠다. 과실이나 채소 이런 것은 개성 인근에서 협동으로 생산하든지 해서 공업지역에 공급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성공단의 모델이 다른 지역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중심핵이 잘 되면 거의 비슷한 모델로 확산될 가능성 있다. 그건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개성에 대한 남쪽의 관심이 많이 낮아진 것 같은데.
=무리없이 착착 진행되니까 일상화된 것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1차 분양 설명회에 400명 정도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700명이나 와서 성황리에 끝났다. 지금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로 가겠다는 중소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토공이나 현대아산은 물론이고 앞으로 공단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자들이 많아지면 조정이 쉽지 않을텐데.
=처음에는 그런 부분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은 틀이 잡혔다. 문제가 생기면 협의체 통해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골프장 건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골프장 건설 부지는 2단계에 포함된 구역인데, 경계가 확정되고 땅값을 정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가 안됐다.
6.에필로그
-그동안 1년 동안의 개성공단 운영에 점수를 준다면.
=그 평가는 기업들이 해야 할 것 같은데…(웃음). 이제 기업들이 들어오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기업들이 100%는 아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달변이었다. 1시간30분 동안의 인터뷰 동안 그는 쉬지 않고 개성의 일상, 개성공단의 현재와 미래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그는 솔직했다. 문제가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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