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7 19:49
수정 : 2005.10.2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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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서 북핵 자진신고 못해” 북 한성열 유엔차석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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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공개 단시일내 안할듯…신뢰징표로 경수로 요구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26일(현지시각), 11월 열리는 5차 6자회담에서 북한의 보유 핵프로그램을 자진신고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 “우리에게 먼저 옷을 벗으라는 얘기인데,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반도문제 관련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한 차석대사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미국에 다 얘기하면 우리는 무장해제되는 셈이다. (자진신고는) 동시행동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단기간에 보유 핵프로그램을 공개하진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한 차석대사는 27일 오전(한국시각 28일 새벽) 미 하원 레이번빌딩에서 열리는 한미연구소(ICAS) 주최 심포지엄에서 ‘한반도 평화의 길’이란 주제로 연설한 뒤 28일 뉴욕으로 돌아간다. 그는 워싱턴 방문기간 중 미 국무부 인사들과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석대사는 최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더라도 당분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미 행정부 내에 (북한) 정권교체를 추진하는 기류가 여전히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5차 6자회담 참여엔 변화가 없다며, 개최날짜가 11월8일이란 언론보도에 대해 “그 무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쟁점으로 떠오른 경수로 건설을 ‘북-미간 신뢰조성의 징표’로 제시함으로써, 경수로 요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핵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는데, 우리도 미국에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안전 담보를 요구한다. 그건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고 (북-미) 관계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사는 “평양에 미국 대표부가 설치되고 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되면 불시에 우리를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경수로 건설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안전 담보와 신뢰 조성의 표시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소련과의 군축협상을 예로 들면서 “(북-미 간에) 불신을 없애고 신뢰를 조성한 뒤에야 핵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핵이 있기 때문에 불신이 생기는 게 아니라 불신이 있기 때문에 핵을 갖는 것이다’라는 레이건의 말을 인용하며 “그러나 조지 부시 행정부는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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