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남북경협사무소 상주하는 황부기 초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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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아래 일하니 사업 잘 풀릴 것”
황부기(46)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 초대 소장은 부임하기 위해 개성으로 들어가기 전날인 26일 <한겨레>와 만났을 때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인터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인데다, ‘북쪽 땅에 상주하는 첫 남쪽 당국자’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 탓 같았다. 그는 지난달 5일 통일부로터 ‘경협사무소 소장’으로 근무하라는 발령을 받았다. 인사명령을 받은 뒤 28일 개성에서 경협사무소 개소식을 할 때까지 50여일을 사무소 설립 준비에 매달렸다. 상주 인원 규모, 사무소 공간배치, 운영 방안 등 어느 하나 쉬운 협상은 없었다. 그러나 북쪽과 4차례의 공동준비단 접촉을 통해 상당부분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처음 보았던 북쪽 관계자들과도 제법 친해졌다. 사무소 건물은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별관으로, 1층은 한전에서 쓰고 있으며 2층과 3층을 남쪽과 북쪽 경협사무소가 각각 나눠 쓰게 된다. 애초 남쪽과 북쪽 사무소가 같은 층을 쓰려고 했지만 공간배치가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아쉽긴 하지요. 하지만 남북 당국자들이 위 아래층으로 한 건물을 쓰는 것만으로도 남북관계의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가장 북쪽 근문하는 남 당국자’중국 거치지 않고 직교류 가능
“평양 상주대표부 중간단계로” 2층에는 남쪽 사무실 이외에 회담장과 상품 전시장도 들어선다. 회담장에선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를 비롯해 경협과 관련된 각종 실무 회담을 열게 된다. “회담 문화를 바꿔보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제안으로 회담장에 원탁 테이블을 배치했습니다. 앞으로 회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기를 기대합니다.” 3층엔 북쪽 사무소 이외에 교육장이 설치된다. 교육장에선 무역실무 연수나 투자설명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지휘하게 될 경협사무소의 임무는 한마디로 남북 경협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경협사무소는 이를 위해 당국 차원에서 거래와 투자를 알선하고 자문하며 지원한다.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도 경협사무소의 몫이다. 투자설명회나 상품전시회 등 다양한 계획도 마련돼 있다. 평양에 임가공 공장이 있는 기업은 앞으로 경협사무소를 통해 손쉽게 샘플이나 작업 지시 사항 따위를 보낼 수 있다. 그동안 남쪽 기업들은 대개 중국 베이징이나 단둥에서 북쪽 사람들과 만나 교역 문제를 논의했다. 때문에 거래비용이 꽤 들었다. 게다가 중국인 등 중개인을 통해 간접적인 교역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협사무소는 이런 현실을 고쳐보기 위해 지난 7월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앞으로 북쪽과 거래를 하고 싶은 남쪽 기업은 경협사무소로 연락하면 된다. 다만 당분간은 ‘국제전화’를 이용해야 한다. “전화선 3회선을 확보해 연결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남북간 통신선이 깔리기 전까지는 다소 불편할 것으로 봅니다.”
기능은 다르지만, 그는 경협사무소가 평양 상주대표부 설치로 가는 중간 단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라산 출입사무소에 근무하시는 분이 ‘나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있네’라고 말하더군요. 남북관계가 잘 풀려서 저보다 더 높이 올라가 상주하는 당국자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북쪽도 서울에 사무소를 두면 더 좋고요.” 글·사진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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